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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최창일 시인, "자연은 퇴근이 없다"

"詩는 자연이고 山"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나는 한동안 무책임한 자연의 비유를 경계하느라 거리에서 시를 만들었다. 거리의 상상력은 고통이었고 나는 그 고통을 사랑하였다. 그러나 가장 위대한 잠언이 자연 속에 있음을 지금도 나는 믿는다. 그러나 믿음이 언젠가 나를 부를 것이다. 나는 따라갈 준비가 되어 있다. 눈이 쏟아질 듯하다. (1988.11)"

기형도 시인의 유작, '잎 속의 검은 잎' 시집의 시작(詩作) 메모다. 1980년대, 시집들 판형은 활자들이 7포인트, 가난한 크기로 눈을 부릅뜨고 봐야 한다.

자연은 동사라는 말처럼 기형도 시인은 바깥으로 내모는 자연을 담은 시로 출렁거린다.

김현 평론가는 "어느 날 저녁, 지친 눈으로 들여다본 석간신문의 한 귀퉁이에서, 거짓말처럼 아니 읽은 기사는 환각처럼 짧은 일단 기사는 '제망매가'의 슬픈 어조와 다른 냉랭한 어조로, 한 시인의 죽음을 알게 해주었다"라는 말로 해설의 첫 머리말을 시작한다.

한 시인의 죽음을 아주 비장하게 기록한다. 해설에 앞서 죽음을 이리 긴 논조에 심사(深思) 깊게 기록하는 김현의 입장은 무엇인가. 1989년 3월 7일 새벽 3시 30분경, 종로2가의 한 극장에서 29세로 생을 내린 기형도의 죽음을 진혼가의 형식처럼 사록(史錄) 하는 것은 큰 뜻과 의미가 있는 것이다.

기자며 시인 기형도는 오늘도 교보 시집코너에 스테디셀러로 자리한다. 시도반(詩道伴 시의 길을 같이 걷는 사람)은 말한다. 그가 서점의 시집코너에서 '잎 속의 검은 잎'을 먹고 있는 것은 자연의 형태학으로 본다는 것이다.

무지개의 워즈워스(William Wordsworth. 1770~1850. 영국)도 자연 없인 시인의 탄생을 기대할 수 없다는 듯 '초원의 빛'과 같은 자연 시를 펴냈다. 민족 시인 김소월도 '진달래'와 같은 서정성으로 국민을 위로하고 시삼(詩蔘), 힘의 산삼을 나누지 않았을까. 윤동주 시인도 '서시'를 통하여 별보다 별을 더 찬연히 노래했다. 별들이 시인에게 주는 아카데미상이 있다면 윤동주 시인일 거라는 말도 한다.

동주는 일제 치하 36년에 걸친 굴욕의 시대를 엄호한 우리의 마지막 자존의 시인이다. 나라의 상실과 민족의 수난 속에서 거의 모든 지성적 양심들이 굴종의 백기를 들어버렸을 때 자연 속에 민족혼을 일깨운 윤동주는 우리 시단에 기적과 같은 푸른 지조의 깃발이다. 이름 없는 문학청년이 20세기와 21세기를 걸쳐서 추앙을 받는 것은 자연을 통하여 우리의 부끄러움을 일깨우는 순금의 양심이기 때문이다.

’나그네'의 시인 박목월이 2015년에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박목월 시 100선'을 비매로 동리기념사업회에서 펴냈다. 5부로 나눈 시집의 시근(詩根)은 80%가 자연을 노래했다.

첫 페이지부터 '한석산'의 산으로 시작 '선도산하'로 이어지는 시근은 구름과 해으름(해걸음의 방언)속의 하얀 소릿길 들이 나온다. 자연의 이름은 방언들이 많다. 자연을 원색으로 들려주는 모시떡과 같다.

우리나라에서 산시를 내놓은 시인은 서정주와 홍원기 시인이다. 미당은 아시아, 유럽, 오세니아, 남북아메리카, 아프리카의 6대륙의 산을 매개로 여러 나라와 뭇 지방에서 받은 인상과 느낌을 상상력으로 이미지화했다.

홍원기 시인의 산시는 한국의 산하를 노래한다. 무려 144편의 산시는 청정한 호흡이다. 산을 통한 내면의 통찰이 차가운가 하면 뜨겁기도 하다. 산을 올려보고, 내려보는 것이 명징하기 이를 길 없다.

산을 오르며 생각한다/내 밟고 온 것이 흙이 아니었구나/ 바위도 아니고/ 등 허리 내어준 능선이 아니었구나/잡풀들 숨소리 밟고/산의 침묵과 너그러움을 밟고 왔구나/ 내 이 나이까지 밟아 온 것이/ 슬픔이 아니었구나/ 건너온 것이 세월이 아니었구나/희망을 밟고 왔구나/희망을 밟고 사람을 건너 여기까지 왔구나/ 왔구나/ 산다는 것이 희망이 아니더냐/나도 누군가의 희망이었으리라/누군가의 위안이 되고 사랑이 되었으리라.

홍원기 시인의 <산·131>의 전문이다.

시인이 하는 일은 사람들을 자유롭게 사색하고 억압하는 규범과 도덕으로 꽉 짜인 세상에서 존재의 숨통을 열어 주는 산소와 같은 것이다. 생각에도 우물이 있다. 얼굴이 비치는 우물로 모이게 한다. 홍원기 시인은 ‘비 온 뒤 산에서 작은 웅덩이를 만난다/ 그 속에 자신이 들어가 있다/ 아, 내가 이렇게 작구나/ 웅덩이보다 작구나.

시란 모름지기 나를 보고 나를 아는 것이다. 홍 시인은 눈물방울 속에서 낮달이 또 들어가는 것을 본다. 시는 자연이고 산이다. 자연은 오늘도 퇴근이 없다. 기형도는 그래서 늘 거기에 있다.

- 최창일 시인(이미지문화학자, '시화무' 저자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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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영혼을 깨우는 묵향의 잔치… 단테문인협회 '제2회 국내문학상 출판기념회' 및 '제1회 단테문학 작가상' 시상식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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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송호·지학장학재단, '제39회 송호장학금' 및 '제16회 지학장학금(연구비)' 수여식 개최 (서울=미래일보) 서영순 기자 = 국내 굴지의 현대자동차그룹 남양연구소와 삼성전자 화성캠퍼스가 위치한 경기도 화성시 송호지학장학회관 지학홀에서 오는 10월 28일(화) 오후 2시, '제39회 송호장학금'과 '제16회 지학장학금(연구비)' 수여식이 열린다. 이번 수여식은 재단법인 송호·지학장학재단(이사장 정희준)이 주최하는 연례 장학행사로, 올해는 총 35명에게 1억 1천8백만 원의 장학금 및 연구비가 전달된다. 화성에서 피어난 39년의 교육 나무 '송호·지학장학재단'은 고(故) 정영덕 선생이 1985년 고향 화성 지역의 인재 육성을 위해 설립한 '송호장학회'를 모태로 한다. '송호(松湖)'는 선친의 아호로, 선친의 뜻을 이은 장남 정희준 이사장이 2009년 재단법인으로 확대 개편하여 현재의 송호·지학장학재단으로 이어오고 있다. 1987년부터 시작된 '송호장학금'은 화성 시내 고교 재학생 중 학업 성적이 우수하나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선발해 지원해 왔으며, 올해 역시 화성 남양고등학교 재학생 10명에게 총 1천만 원이 지급될 예정이다. 한편 2010년부터 시행된 '지학장학금'은 이공계 대학 및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 장학 제도로, 실질적 연구성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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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혜인 의원 "선방한 협상… 국민경제 대개혁으로 나아가야"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는 30일 29일 타결된 한미 무역협상과 관련해 "한국이 국익 중심의 전략적 협상을 통해 선방했다"며 "이제 국민경제의 대개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용 대표는 이날 논평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과도한 압박 속에서도 정부가 원칙을 지켜냈다"며 "현금 3,500억 달러의 '묻지마 투자' 요구를 거부하고, 외환시장 충격을 최소화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주력 수출품의 대미 관세율을 유럽연합과 일본 수준으로 맞추고,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을 막아낸 점은 큰 성과"라며 "정부와 민간이 국익을 중심으로 협력한 결과, 이번 협상은 '선방'이라 부를 만하다"고 강조했다. 용 대표는 그러나 "이번 협상이 한국 경제의 구조적 한계를 다시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도한 대미 수출 의존과 불균형한 재정·외환 운용, 그리고 국민에게 환원되지 않는 대기업 중심의 수출 구조가 여전히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수출대기업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 국민의 세금이 투입된다면, 그 성과 또한 국민이 나눠 가져야 한다"며 "기업의 이익이 국민의 이익으로 환원되는 구조, 즉 '공유부 기본소득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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