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01 (일)

  • 맑음동두천 1.2℃
  • 맑음강릉 5.2℃
  • 맑음서울 0.9℃
  • 맑음대전 2.9℃
  • 맑음대구 3.9℃
  • 맑음울산 4.3℃
  • 맑음광주 5.1℃
  • 맑음부산 6.7℃
  • 맑음고창 4.0℃
  • 구름많음제주 6.9℃
  • 맑음강화 0.2℃
  • 맑음보은 2.2℃
  • 맑음금산 2.5℃
  • 맑음강진군 6.1℃
  • 맑음경주시 4.6℃
  • 맑음거제 5.5℃
기상청 제공

[오피니언 칼럼] 최창일 시인, '첫 문장의 품격'

글쓰기의 극복은 첫 문장에 대한 두려움을 벗어나는 것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간밤에 돌아가신 시어머니가 깨어나셨어요. 어제 보던 드라마를 보기 위해서래요." 시체도 깨어나게 한다는 언어의 마술사, 김수현 극작가를 말하는 우스개 농담이다.

하지만 김수현도 글의 첫 문장을 위해 펜촉의 예열(豫熱)은 총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첫 문장은 작가와 독자가 처음 눈빛 교환의 순간이다. 아차 하면 드라마의 경우는 채널은 돌아가고 말기 때문이다. 시(詩) 창작도 그렇다. 첫 행이 독자의 머리와 마음에 떠다니는 생각과 감정을 낚아 끌지 못하면 다음 행은 무심히 지나치기 일쑤다.

어니스트 헤밍웨이(Hemingway, Ernest Miller.1899~1961)는 소설 '노인과 바다'의 도입 부분에 200번 넘게 수정한 문장을 사리처럼 빛이 나게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그는 멕시코 만류(灣流)에서 작은 배를 타고 혼자서 고기를 잡는 노인이며, 84일이 지나도록 한 마리도 낚지 못했다."

이런 경우 패배에 익숙해질 만도 하다. 하지만 산티아고는 작은 배에 몸을 싣고 노를 저어 나간다. 소설의 주인공 산티아고의 처지와 이 책을 집필하던 시기의 헤밍웨이의 상황과 무척 비슷하다.

누구나 시련은 있는 법. '무기여 잘 있거라',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작품으로 세계적 명성을 가진 헤밍웨이가 1950년 '강 건너 숲속으로' 출간에서 이렇다 할 반향을 끌지 못했다.

가혹한 비평에 시달렸다. "이제 헤밍웨이도 끝이 났다." 작가의 자존과 예민함을 짓누르는 소문이 가슴을 두들겨 다가왔다. 부담을 벗어나기 위해 펜을 내려놓는 대신 글쓰기를 위해 바다로 나아가는 선택을 했다. 마치 망망대해에 홀로 낚싯줄을 드리우는 산티아고가 되었다.

헤밍웨이는 1952년 비평가의 혹평을 떨치고 '노인과 바다'를 내놓았다. 노벨상을 받기에 이른다.

1962년 대학재학 중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생명 연습'으로 등단한 '무진기행'의 김승옥도 소설의 첫 문장에 무던한 시도를 했다. "버스가 산모퉁이를 돌아갈 때 나는 '무진 Mujin 10Km'라는 이정비를 보았다."의 첫 문장을 위해 어둠이 내리는 시간에 많은 파지(破紙)를 내어야 했다.

지난 25일 작고한 이외수 소설가도 첫 문장을 위해 수만 장의 파지를 냈다. 작가들은 두세 줄의 펜 자국을 낸 원고지도 가감 없이 파지로 버린다. 요즘이야 타자기를 거처 워드의 시대다.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원고지에 직접 펜촉을 올렸다. 아침이면 온방에 파지가 수북이 쌓였다. 이외수의 아내는 파지를 일일이 정리하며 "소설가의 심장은 온전할까"라는 말을 하곤 했다. 이렇듯 작가는 첫 문장을 위해 소태를 핥는 시간이 요구된다.

언어도 서까래처럼 건축의 형태로 전환하고, 적절한 설계도의 위치에 배치한다. 그것은 미적 심리적, 고도의 기술이 요구된다.

40년이 넘게 번역가로 활동한, 김화영 고려대 명예 교수의 번역 후일담을 기록한 '김화영의 번역 수첩'에서 "나는 늘 글의 첫 문장을 시작하는 것이 두렵다"라고 했다. 평생을 언어의 서까래를 정돈하였던, 노회한 번역학자의 술회다.

첫 문장의 고갱이 나오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작가들은 여기에 수많은 시간을 낭비한다. 학인은 이런 경우에 권유한다. 첫 문장을 비워두고 두 번째 문장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것은 힘을 빼고 글을 쓰는 방법의 요령이다. 극복의 힘이란 늘 완벽한 것으로 채워 줄 수 없다.

삶은 정답이 있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러나 글쓰기의 정답은 그 어디에도 없다. 앞으로도 없다. 예수나 카이스트 대학에 물어도 없을 것이다.

글쓰기의 극복은 첫 문장에 대한 두려움을 벗어나는 것이다. 극복이란 품는 것이기 때문이다.

- 최창일 시인(이미지문화학자, '시화무' 저자).

i24@daum.net
배너
대전문인총연합회 제6대 회장에 노수승 시인 취임
(대전=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대전문인총연합회(이하 대전문총)가 제39차 정기총회를 통해 노수승 시인을 제6대 회장으로 추대했다. 대전문총은 29일 대전 시내 한식당 '바다로'에서 회원 6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정기총회 및 회장 이·취임식을 열고, 신임 회장 인준을 비롯한 주요 안건을 처리했다. 이날 총회에서는 전년도 주요 업무 보고와 정관 개정, 2026년도 사업 계획 발표도 함께 진행됐다. 대전문총은 1990년 창립 이래 회장 선출을 둘러싼 갈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독특한 선출 방식을 유지해오고 있다. 문단 원로와 고문들로 구성된 회장선거관리위원회가 후보를 엄선해 추대하고, 이를 총회에서 회원들이 인준하는 이른바 '교황 선출 방식'이다. 이날 최송석 고문의 회장 인준 경과보고에 따라 참석 회원들은 만장일치로 노수승 시인을 제6대 회장으로 인준하며, 대전문총 특유의 화합 전통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지난 6년간 대전문총을 이끌어온 제5대 김명순 회장은 퇴임사를 통해 "열정을 바쳤던 회장직을 내려놓고 다시 평범한 문학인의 자리로 돌아가 순수한 창작의 열정을 되살리고자 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특히 그는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인간이 소외되는 AI 시대


배너
배너

포토리뷰


배너

사회

더보기
송운학 민청학련동지회 이사 겸 개헌개혁행동마당 상임의장, 고(故) 이해찬 전 총리 추모 글 남겨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송운학 민청학련동지회 이사 겸 개헌개혁행동마당 상임의장이 공무 수행 중 별세한 고(故) 이해찬 전 국무총리를 추모하며, 그의 민주화운동과 정치적 여정을 기렸다. 특히 대학 시절부터 이어진 동지적 관계와 옥고의 기억은 이해찬 전 총리의 삶을 관통한 민주화 정신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으로 언급됐다. 송운학 이사는 최근 발표한 추모 글에서 "이해찬 동지는 민주주의를 말이 아니라 삶으로 증명한 인물”이라며 “이제는 모든 짐을 내려놓고 편히 쉬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해찬 전 총리는 지난 1월 25일 베트남에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으로 공무 출장 중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별세했다. 그는 7선 국회의원, 교육부 장관, 국무총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을 지내며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를 거쳐 이재명 후보에 이르기까지 민주진영의 주요 정치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의 정치적 이력 이전에 민주화운동가로서의 삶은 대학 시절부터 시작됐다. 이해찬 전 총리는 서울대 재학 중이던 1973년, 유신체제에 반대하는 학내 시위에 적극 참여했으며, 이듬해인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구속돼 군사재판에 회부됐다. 당시 비

정치

더보기
'통일교 1억' 권성동 징역 2년…법원이 규정한 것은 '부패'가 아니라 '정치의 거래'였다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 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1심에서 징역 2년과 추징금 1억 원을 선고받았다. 같은 재판부가 김건희 여사에게 선고한 징역 1년 8개월보다 두 달 더 무거운 형량이다. 법원이 이번 사건을 단순한 금품 수수가 아닌 정치권력과 종교권력의 결탁으로 본 결과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는 권 의원이 2022년 1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교단 현안에 대한 청탁과 함께 현금 1억 원을 받은 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국회의원은 헌법상 청렴의무에 따라 국가이익을 우선해야 한다"며 "이번 범행은 국민의 기대와 헌법적 책무를 저버린 행위"라고 못 박았다. 특히 재판부는 '실제 대가성'을 분명히 했다. 권 의원이 금품 수수 이후 윤 전 본부장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면담시키고, 통일교 행사에 직접 참석했으며, 나아가 통일교 수뇌부의 해외 원정도박 관련 수사 정보를 전달한 점까지 지적했다. 이는 단순한 친분 차원의 편의 제공이 아니라, 정치적 영향력 행사의 실행으로 판단된 대목이다. 권 의원 측은 특검 수사의 적법성과 공소장 일본주의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