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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최창일 시인, "이태석 신부는 천국에서도 김치를 먹는다"

이태석 신부의 몸과 마음을 위로한 것은 한국의 꼬마 김치 '한울이'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이태석 신부가 배추밭을 일구고, 김근태 의원이 옆에서 보고 있었다." 학인의 꿈 이야기다.

꿈인즉, 이태석 신부가 멀리 아프리카 수단의 작은 마을 톤즈에서 선교를 시작한다. 가난(家難)만 있고 부유(富有)가 없다. 빈부격차도 없다. 톤즈에서 주민을 위해 헌신하던 이태석 신부의 기록 영화다.

'울지마 톤즈' 영상을 보다가 잠들어 꾼 꿈이 아닌가 싶다는, 부연설명에 이해가 됐다. 그런데 김근태 의원의 등장은 무엇이냐 물었다. 학인도 밋밋한 꿈이라며 피식 웃는다. 다만 이태석 신부와 김근태 의원같이 선하디선하고 소명의식이 뚜렷한 선인(善人)이 천국에서도 공동체를 만들어 김치를 밥상에 올리는 모양이라는 해석이다.

김근태 의원은 민주화 운동을 하다 군사정권하에 모진 고문과 옥살이를 당했다. 후일 의원이 됐지만, 고문 후유증으로 일찍 저세상 사람이 됐다.

이태석 신부는 선교지 톤즈에서 성당보다 학교를 먼저 짓고 교육과 의료 활동을 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열악한 환경이었다. 그는 그곳에서 한국에서 보지 못한 두 가지를 보았다. 금방이라도 손바닥에 쏟아져 내릴 것 같은 ’무수한 밤하늘의 별‘과 ’손만 내밀면 금방 터질 것 같은 투명하고 순수한 아이들의 눈망울‘이었다.

이태석 신부는 그곳에서 콜레라와 말라리아 환자로 악전고투하에서도 브라스밴드까지 조직 했다. 성직자, 교육자, 의사로 일인 다역을 했다. 이태석 신부는 지치고 고달픈 시간을 병원 옆에 있는 조그만 텃밭을 일구었다.

바나나, 토마토, 배추를 심었다. 인도 신부들과 생활하였으므로 바나나와 토마토는 인도 신부들의 것일 수도 있다. 배추는 이태석 신부의 식탁에 오를 김치를 위한 작품이다. 한국 사람은 김치를 먹어야 힘이 난다. 운동선수들이 외국에 나가면 김치를 공수하는 일들이 이를 말한다,

이태석 신부가 만든 김치는 맛과는 별개다. 40~50도가 오르내리는 무더운 날씨다. 어머니가 만들어 주시던 김치의 향수를 달래려는 최대의 이벤트일 것이다. 김치 한 조각이 주는 위로와 마음의 평온은 그 무엇과 바꿀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가 먹는 배추는 동양이 원산지다. 그래서 중국이나 일본 사람들이 김치는 자기네 식품이라고 우기는지 모른다.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배추를 고려 시대부터 먹기 시작했다. 배추가 처음 재배될 때는 지금처럼 둥근 우주 모양이 아니고 시금치처럼 납작하게 퍼졌다.

우리 농업진흥청에서 꾸준히 개발하여 85종의 다양한 배추 품종을 만들었다. 그중 우리가 먹는 배추는 70여 일 길러지는 꼬마 김치 한울이 주로 사용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에 이민 가면서 배추와 무 씨앗은 소중하게 챙기는 품목이다. 미국의 LA 식품점에 가면 김치 판매대는 한국보다 더 크고 방대하다.

이태석 신부의 몸과 마음을 위로한 것은 한국의 꼬마 김치 한울이 아니었나 싶다. 학인이 들려준 이태석 신부의 꿈 이야기를 듣고 밥상에 오른 김치의 의미가 남다르다.

윤평현 시인의 '울지마 톤즈' 시구가 마음을 적신다.

살면서 기쁜 것은/ 노란 싹이 힘을 모아/ 고물고물 고개를 들고 일어나는 것/ 봄바람에 기지개 켜며 쑥쑥 자라는 것/ 거친 바람이 지나간 뒤/ 상처투성이 다시 일으켜/ 몸을 말리며/ 서로서로 안부를 묻는 것// 살면서 감동적인 것은/ 허물어져 가는 삶을 사랑하는 것/ 따가운 햇볕 그늘에서/ 서로가 서로를 그리워하는 것// 끝나지 않는 사랑/ 홀로 먼 길을 가야만/ 자꾸자꾸 뒤돌아보는 것/ 뒤돌아서면/ 자꾸자꾸 눈물이 나는 것/

윤 시인은 2014년 2월 23일 이태석 신부가 생전에 만든 '남수단 톤즈 브라스밴드'가 한국에 와서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만든 시다.

이태석 신부가 뿌린 씨앗은 이곳저곳에서 자란다. 그 열악한 환경에서 57명의 의대생이 배출됐다. 톤즈 마을의 브라스밴드의 일원이자 미사를 돕던 토마스타반아콧은 한국의 한림의대에서 의사가 되었다. 그는 이태석 신부가 일러준 유언대로 남수단 톤즈로의 귀국을 눈앞에 두고 있다.

천국에서 배추밭을 일구는 이태석 신부가 토마스타반아콧이 의사가 되어 귀국하는 모습을 보면서 웃고 있을 것이다. 생전의 이태석 신부는 말했다. "사랑은 마음으로 다가가는 것이다."

- 최창일 시인(이미지문화학자, '시화무' 저자)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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