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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있는 아침] 고미라 시인의 '지배자'

절대자에 대한 믿음의 정수 속엔 반드시 어둠의 세력과 두려움이 동반

사진은 본문 내용과 관계 없음./사진=장건섭 기자
▲ 사진은 본문 내용과 관계 없음./사진=장건섭 기자
지배자

 - 고미라 시인

오늘도 어김없이
어둠의 무리들은
내 영혼을 지배하기 위해
날 흔들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과거일 뿐이다.
그들이 검은 올가미로
날 휘두를 때면
내 현실은 휘청거린다.
그럴 때마다 귓전에 맴도는 소리
깨어 기도하라.
그 일에 더 부지런하지 못해
어둠의 무리들에게 휩싸이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과거일 뿐이다.
난 그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한다.
나의 기도가 하늘 가까이 닿으려 할 때
내 몸과 영혼은
사막에서 지쳐버린 동물처럼 길게 드러눕는다.
오아시스는 텅텅 동굴소리를 내고
그들로 인해 나는 목마르다.
하지만 그들은 과거일 뿐이다.
난 또 앵무새처럼 그렇게 반복한다.
지극히 높으신 이가 꿇리게 하는 무릎을
오늘도 난 기대하지만
그것은 두려움을 동반하므로
내 스스로 꿇는 안일한 기도 속에
겨우 하루를 산다.
어둠의 무리들은 내 두려움을 먹고 살며
점점 비대해진다.
그들이 하늘로 오르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난 두려움과 싸우지만,
그들을 이기는 무기 또한 내 두려움이기도 하다.
난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간절히 두 손 모으며 나의 방식에 무릎을 꿇는다.

■ 시작노트
삶을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었다. 몸과 마음이 누군가를 붙들지 않으면 안 될 때가 있었다. 그 때 마음속으로 떠오르던 말씀 하나, 깨어 기도하라. 영적 게으름은 어둠의 주관자들이 날 지배하게 만들었고, 나의 나약함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그래서 내겐 절대적인 존재가 필요했다.

그러나 그 절대자의 개입을 원하는 동시에 그 직접적인 개입의 지배가 내겐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나는 어둠의 세력 그들의 지배를 당하고 있었고, 동시에 절대자의 지배를 간접적으로 받고 있었다.

그 사이엔 늘 두려움이 존재하였다. 절대자에 대한 믿음의 정수 속엔 반드시 어둠의 세력과 두려움이 동반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면 나는 깨어 있는 사람이 아닌 것이었다. 그것이 날 무릎 꿇게 만들었고 이 시를 쓰게 된 계기가 되었다.

고미라 시인./사진=미래일보 DB
▲ 고미라 시인./사진=미래일보 DB
■ 고미라 시인
경성대학교 철학과 졸업
2002년 <문학예술> 수필 부문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2021년 가을호 <에세이문예> 시 부문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한국본격문학가협회 회원
현재 부산문인협회 회원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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