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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최창일 시인, '언어의 머릿결'

"부드러운 입술의 언어는 새싹이 돋듯 줄기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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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미래일보) 최창인 시인 = 어느 날 학인(學人)이 사랑에 빠졌다. 프랑스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희박한 확률로 만났다는 여자를 사랑한 것. 운명의 만남이라고 운명론에 젖어 단박에 사랑에 빠진다.

둘은 초기에 서로를 이상화하고 서로의 말과 행동에서 이면의 의미를 찾고 정신과 육체를 결합하려고 시도한다. 만남이 잦아지면서 사랑이냐 자유냐를 놓고 갈등하지만, 끝없이 상대의 아름다움을 찾으려 노력을 한다. 사랑은 나름에 그 가속력은 빠르고 활활 타오르는 장작이 되고 만다.

언어도 이와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학인이 비행기 안에서 만난 여인과 같이, 우리는 어느 나라에 태어나든 운명적으로 모국, 나의 언어를 갖게 된다. 독일에 태어나면 독일어 언어를 만나게 된다. 한국에 태어나면 한글이라는 언어가 나의 모국어로 사랑하게 된다.

모국의 언어를 사랑하게 되면, 어떻게 해서라도 언어에 대하여 존중과 아낌을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가 사용하는 언어를 멋져지도록 갈고 닦기도 한다. 그러한 대표적인 나라가 프랑스 사람들이라 한다. 자국의 언어에 대하여 부단히 연구하고 자긍심을 갖고 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노벨상문학상 작가 르 클레지오(Le Clezio, Jean-Marie Gustave Le Clezio, 1940~. 2008년 '조서'로 노벨문학상 수상)는 프랑스 언어뿐 아니라 한국어를 연구하고 있다. 한국어는 미래의 언어라 확신까지 한다.

그는 지난 2015년 경주에서 개최된 사단법인 국제PEN한국본부 주최의 '제1회 세계한글작가대회'의 강사로 초청되기도 했다. 일본의 노마 히데키(野間秀樹, '한글의 탄생' 저자) 언어학자도 한글에 대한 깊이와 관심이 대단하다.

언어를 아낌없이 사랑하고 언어를 깔끔 멋지게 사용하는 사람을 만나면 한없이 부럽고 존경스럽다. 방송에서 아나운서가 언어 사용을 친근하고 멋진 단어를 사용한다. 자신도 모르게 아나운서의 진행에 매료되고 만다. 그리고 그날의 기분은 충만한 날로 시작이 된다.

이미 고인이 된 홍사덕(1943~2020)이라는 정치인이 있었다. 내가 만난 정치인 중에 그는 언어 사용이 남다른 재주와 솜씨를 가졌다. 중앙일보에 기자로 근무를 하다가 정치에 뛰어들었다. 당시 민한당의 대변인 직함을 가졌다.

홍사덕 대변인의 논평은 간결하면서 우리 언어의 고급화를 이루었다. 지금까지 홍사덕 대변인 이후, 비교할만한 대변인을 만나지 못했다. 홍사덕에게는 '지금, 잠이 오십니까'라는 저서가 있다. 책은 묘한 기록도 가졌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짧은 기간에 집필된 책이다.

집필 시기는 홍사덕 씨가 국회부의장 시절쯤이다. 1966년 6월 10일부터 14일까지 총 5일간 1,100매 분량의 원고를 완료한 후 6월 15일부터 16일까지 2번의 교정 작업을 마친 후 출간했다. 그가 원고를 쓰고 교정도 자신이 보았다. 다른 나라에도 홍사덕과 같은 단시간에 원고를 만들고 책을 펴낸 기록이 있는가 살펴보았으나 찾지를 못했다.

우리말만을 사랑하는 것은 진정한 언어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는 학자도 있다. 거기에 동의한다. 세계의 언어를 사랑할 수만 있다면 모든 언어에 꽃을 피우게 하면 가득가득 좋을 것이다. 우리말을 사랑하면서 세계의 언어를 사랑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우리말은 다른 언어보다 ‘우수하지’라고 하면서 우리글의 흥미진진한 단어사용을 멀리하고 다른 언어를 끼워서 사용한다면 그것은 자만이고 남용이 될 수 있다.

언어에도 싹이 있다. 열매가 맺히듯 구도(求道)가 있다. 부드러운 입술의 언어는 새싹이 돋듯 줄기를 만든다. 그 언어들이 자라나서 푸르고 푸른 강물이 된다.

- 최창일 시인(이미지문화학자, '시화무' 저자)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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