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詩가 있는 아침] 김민정 시인의 '심포리 기찻길'

어린 날 손톱 끝에 물들이던 돌봉숭아의 추억과 함께
아버지의 정겨웠던 음성이 지금도 들릴 듯

심포리 기찻길

- 김민정 시인

기찻길 아스라이
한 굽이씩 돌 때마다

아카시아 꽃내음이
그날처럼 향기롭다

아버지
뒷모습 같은
휘굽어진 고향 철길

돌이끼 곱게 갈아
손톱 끝에 물들이고

새로 깔린 자갈밭을
좋아라, 뛰어가면

지금도
내 이름 부르며
아버지가 서 계실까

■ 시작노트
심포리 기찻길은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심포리에 있는 철길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골이 깊다고 하여 짚은개(깊은개의 사투리)라고도 부르는 심포리는 최민식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꽃 피는 봄이 오면'의 촬영지 도계 부근이다.

강원도의 오지 심심산골에 있는 심포리 기찻길, 이곳에 기차가 다니지 않았다면 얼마나 더 오지였을까? 태백산이 가까운 동네, 태백산맥의 줄기이기도 한 이곳은 대한석탄공사 도계광업소가 있던 곳과 가까워 석탄이 많이 나는 탄광지대이기도 했다. 도계에서 서울로 가자면 이곳 심포리를 통과해야 하므로 이곳에 기찻길과 신작로가 일찍부터 있었던 것이다.

철도공무원이었던 아버지는 퇴직을 하시고도 기찻길 옆에 집을 짓고 살았다. 때문에 늘 기적소리를 들어야 했고, 학교를 가자면 기찻길을 따라 걸어야 했다.

마을 사람들도 기찻길 옆의 길을 통해 다른 마을로 가거나 가까운 시장에 가기도 했다. 철길엔 가끔씩 철로의 지반을 다지기 위해 철로주변에 자갈돌이 새로 깔리기도 했다.

화자는 영동선 철길의 휘어진 모습처럼 아버지의 뒷모습도 그렇게 휘어있다고 생각하며 아버지를 그리워한다. 돌이끼에 물을 묻혀서 긁어내고 으깨어서 손톱에 봉숭아처럼 바르고 있으면 신기하게도 손톱에는 붉은 물이 든다.

어린 날 손톱 끝에 물들이던 돌봉숭아의 추억과 함께, 산에 나무하러 가신 아버지가 나무를 잔뜩해 짊어지고 그 무거운 나뭇짐 위에 사랑하는 막내딸에게 줄 예쁜 진달래꽃이나 물이 잔뜩 오른 송구를 꺾어 얹어 오시면서 철길을 따라 부르던 막내딸 이름. 그 아버지의 정겨웠던 음성이 지금도 들릴 듯 하다.

'지금도 내 이름 부르며 아버지가 서 계실까?' 금방이라도 뛰어가면 아버지가 거기에 서 계실 것 같다는 생각을 지금도 하고 있다. 아카시아 향기 같은 어린 날의 추억과 함께 아버지가 그리워 써 본 작품이다.

■ 김민정(金珉廷) 시인
강원 삼척 출생. 시조시인. 문학박사(성균관대). 대학원 출강.
1985년 『시조문학』 지상백일장 장원 등단. (사)한국문인협회 시조분과 회장. (사)국제PEN한국본부 이사, (사)한국시조시인협회 중앙자문위원 등.
▲ 시조집 <꽃, 그 순간>, <함께 가는 길>, <창과 창 사이> 外 8권. ▲ 영문번역시조집 <해돋이>(303인 현대시조선집), 스페인어번역시조집 <시조, 꽃 피다>(333인 현대시조선집), 아랍·영문번역시조집 <시조 축제>(303인 현대시조선집), ▲ 논문집 <현대시조의 고향성> 外. ▲ 수필집 <사람이 그리운 날엔 기차를 타라>. ▲ 평설집 <모든 순간은 꽃이다> 外 1권.
대한민국예술문화공로상, 한국문협작가상, 월하문학상 외 수상.

i24@daum.net

배너


배너
배너

포토리뷰


배너

사회

더보기
불법어업 단속 중 순직 공무원, '별도 심의 없이 유공자 등록' 추진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국가가 안전·보건 조치를 필수적으로 시행하는 해양경찰과 달리 사각지대에 있는 어업단속 공무원의 안전관리와 재해보상이 강화된다. 일반직 위험직무 순직 공무원도 보훈부 심의 절차가 생략되고 국가유공자 등록이 가능하도록 제도가 개선될 전망이다. 인사혁신처와 해양수산부는 제9회 서해수호의 날을 맞아 어업단속 공무원들의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어업지도선 안전 점검을 시행한다고 22일 밝혔다. 지난 5년 동안 불법 어업을 단속하다가 사망하거나 부상당한 해수부 소속의 어업관리단 일반직 공무원은 45명(군인, 경찰 제외)에 이르고 업무 수행 중 사망해 순직이 인정된 사례는 3건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서해 수역에서 배타적경제수역(EEZ)을 넘어오는 외국 어선을 단속하는 서해수호 임무 과정에서 부상을 당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수부는 이 같은 사고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어업감독 공무원 886명을 대상으로 안전 역량 강화교육을 해마다 실시하고 안전 장비를 확대 보급하고 있다. 나아가 이번 서해수호의 날을 계기로 지도선 안전관리 등을 위한 현장 점검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인사처는 공상을 입은 공무원

정치

더보기
민주당 긴급 성명 발표, "홍철호 국민의힘 후보 불법 단체·집회 선거운동, 선관위 신고 및 경찰 고발 조치"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김포시을 후보 선거사무소(이하 민주당)는 25일, 홍철호 국민의힘 후보의 불법 단체·집회를 이용한 선거운동과 관련해 선관위에 신고 조치하고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민주당은 22대 총선을 19일 앞둔 3월 22일 저녁 6시 "김포시 대곶면에 위치한 한 식당에 '대사모는 빨간운동화를 사랑하고 응원합니다'라는 현수막이 붙었다"며 "전·현직 이장 및 기관단체장 등 30여 명이 모인 가운데 국민의힘 홍철호 후보가 등장해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또한 민주당은 "대사모라는 단체는 기존에 운영되고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단체이며, 빨간운동화는 국민의힘 홍철호 후보가 20대 국회의원일 당시부터 사용하던 닉네임으로 21대 총선 당시 현수막, 선거운동복 등에 인쇄하는 등 다수의 선거구민이 빨간운동화가 홍철호 후보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라며 문제를 지적했다. 민주당은 이어서 "이는 명백히 홍 후보를 지지·응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리였으며, 해당 식당을 이용하는 일반 선거구민도 현수막과 홍 후보를 목격할 수 있었다"며 "이는 공직선거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단체 및 집회를 이용한 선거운동이며, 후보자의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