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26 (화)

  • 구름많음동두천 29.3℃
  • 맑음강릉 33.1℃
  • 구름많음서울 29.7℃
  • 구름조금대전 30.6℃
  • 구름조금대구 30.8℃
  • 맑음울산 31.3℃
  • 구름조금광주 30.5℃
  • 맑음부산 31.2℃
  • 맑음고창 31.0℃
  • 맑음제주 31.5℃
  • 구름많음강화 28.8℃
  • 구름조금보은 27.9℃
  • 맑음금산 29.4℃
  • 구름조금강진군 30.8℃
  • 맑음경주시 31.7℃
  • 구름조금거제 30.6℃
기상청 제공

[오피니언 칼럼] 최창일 시인 "하늘에서 가까운 낙산의 성곽 길을 걸어보자"

"예술은 삶을 위로할 수는 있지만 대체할 수는 없는 법…아직도 소규모 봉제공장들이 맥을 이어가"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창을 열자. 창을 열고 햇빛이 쏟아지는 봄의 은총을 마시자. 모멸의 추위는 갔다. 성가신 시간들이 멀어져 간다.

따뜻한 오후, 성곽 길의 흙냄새가 정겹다. 사실 흙냄새라기보다 세월의 냄새라고 해야 할 것이다. 600년 전에도 미세한 실바람이 담벼락을 긁었고, 허공의 구름을 징검다리 삼아 유영의 새들이 동그라미를 그리며 놀고 있다.

걷다가 멈춰서 그 성곽 길에 등을 기대면 벽 안으로 스며들었던 역사의 기억들이 들리는 듯. 홀로 걷는 내게 끊임없이 새로운 풍경으로 인사하듯 역사의 음성이 들린다. 성곽을 쌓던 토목기사들의 이름이 새겨진 성곽 돌의 홈을 만지고 들여다본다.

한참을 걷다보니 낙산공원의 팻말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낙타의 등 모양으로 다닥다닥 모여 살았던 곳. 봄날 꿈을 보자기에 쌓고 무작정 서울에 올라왔던 소녀들의 미싱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곳은 지금도 가난한 미싱사들이 맥을 이어가며 살고 있다.

10여명 중년의 남녀들이 웅성웅성 모여 있다. 40을 넘긴 해설사가 낙산의 스토리를 들려준다. 슬그머니 그들의 대열에 끼어 낙산의 역사를 듣는다.

2006년 '낙산 공공 미술 프로젝트' 작업 덕분에 지금은 마을 전체가 미술관이다. 간혹 조각을 하는 장인의 피를 이은 젊은 예술가들의 작업장도 있다.

예술은 삶을 위로할 수는 있지만 대체할 수는 없는 법. 아직도 이곳은 소규모 봉제공장들이 맥을 이어간다. 간신히 버티는 탁자위에 오래된 가스버너 뒤로 커피 500원 모과차 1000원이라는 글씨가 차라리 추사체보다 더 힘이 있어 보인다.

닭 모양의 조형물이 나오고 빛이 바랜 조각들이 계단을 오르는 곳마다 눈길을 잡아끈다. 배우이자 뮤지션인 이승기가 사진을 찍었다는 천사의 날개가 반쯤은 퇴색이 되어 있다. 날개 앞에서 사람들은 사진을 남긴다. 눈 위에 집들이 있고 눈 아래 집들이 가득 차 있다.

젊은이들이 내려다보며 나누는 말엔 허무의 한숨이 들어 있다. "저 많은 집들 사이에 내 집은 아직 없다"는 말이 왠지 서걱거리는 갈대의 바람소리가 들린다. "형, 형이 잘되면 저런 낙타 등의 집이 아니고 성북동의 높은 아파트에 살겠지", "형이 잘되면 나도 아파트에 살지 않겠어?"

두 사람의 관계는 궁금하지 않다. 다만 한국의 주택정책이 저들에게 좋은 주거를 만들 수 있을지 가 궁금해진다.

성곽의 안내판에는 성곽을 오르지 말라는 안내다. 해설사의 말에 의하면 여름이면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이다. 그리고 성곽에 올라 사진을 찍는다. CCTV는 그들을 감지하고 성곽에서 내려오라는 경고를 한다고 한다. 여름에 서울에서 별을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 한다.

오래된 앨범을 보는 듯하다. 낙산의 정상에서 가로질러 대학로로 내려간다. 골목에 마주친 빛이 바랜 그림들을 보며 이화 주민센터를 지나면 '이화장'이 나온다. 이화장은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이 미국에서 귀국 후 8개월 정도 살았던 곳이다. 대한민국 초대 내각이 구성된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 안내판은 반드시 예약을 해야 내부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낙산을 걷다보니 고재종 시인의 '파안'이라는 시가 생각난다. 얼굴을 부드럽게 하여 활짝 웃는 것이 파안이 아니던가.

주막에 나가서/ 단돈 오천 원 내놓으니/소주 세병에/ 두부찌개 한 냄비/ 쭈그렁 노인들 다섯이/ 그것 나눠 자시고/ 모두들 볼그족족한 얼굴로/ 허허허/ 허허허/ 큰 대접받았네 그려! 성곽의 유려한 선을 걸었으니 나도 파안의 얼굴로 막걸리 한 사발을 한다.

- 최창일 시인(이미지문화학자, '시화무' 저자)

i24@daum.net
배너
서울특별시한궁협회, '제1회 서울특별시한궁협회장배 세대공감 한궁대회' 성료
(서울=미래일보) 서영순 기자 = 서울특별시한궁협회가 주최·주관한 제1회 서울특별시한궁협회장배 세대공감 한궁대회가 지난 17일, 서울 노원구 삼육대학교 체육관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약 250명의 선수, 임원, 심판, 가족, 지인이 함께한 이번 대회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스포츠 축제로, 4세 어린이부터 87세 어르신까지 참가하며 새로운 한궁 문화의 모델을 제시했다. 대회는 오전 9시 한궁 초보자들을 위한 투구 연습으로 문을 열었다. 이어진 식전 공연에서는 전한준(87세) 작곡가의 전자 색소폰 연주로 '한궁가'가 울려 퍼졌으며, 성명제(76세) 가수가 '신아리랑'을 열창했다. 또한 김충근 풀피리 예술가는 '찔레꽃'과 '안동역에서'를, 황규출 글벗문학회 사무국장은 색소폰으로 '고향의 봄'을 연주해 감동을 더했다. 마지막으로 홍소리 지도자가 '밥맛이 좋아요'를 노래하며 흥겨움을 더했다. 오전 10시부터 열린 개회식에는 강석재 서울특별시한궁협회 회장을 비롯해 허광 대한한궁협회 회장, 배선희 국제노인치매예방한궁협회 회장 등 내빈들이 참석해 대회의 시작을 축하했다. 김도균 글로벌한궁체인지포럼 위원장 겸 경희대 교수와 김영미 삼육대 교수, 어정화 노원구의회 의원 등도


배너
배너

포토리뷰


배너

사회

더보기
광복회원·시민 1,600명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해임해야" 국민감사 청구 (서울=미래일보) 이연종 기자 = 광복회원과 일반시민 1,600여 명이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의 해임을 촉구하며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했다. 광복회(회장 이종찬)는 19일 이재명 대통령에게 제출한 요청서를 통해 "김 관장은 역사관·도덕성·자격 면에서 모두 부적격"이라며 즉각 해임을 요구했다. 광복회는 김 관장이 광복을 "연합국의 승리가 가져다 준 선물"이라고 규정한 발언을 문제 삼았다. 이는 독립운동의 가치를 부정하고 선열들의 희생을 모욕하는 망언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그는 ‘1948년 건국절’ 주장을 비롯해 임시정부 법통과 한일병합 불법성을 부정하는 발언을 해 왔다며, 대한민국 정체성과 정통성을 흔드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도덕성 논란도 제기됐다. 김 관장은 과거 대북지원사업 관련 국가보조금을 불법 수령해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으며, 이후 국비 연구비를 수령해 독립기념관장 응모 실적에 활용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직무 수행 역시 사실상 마비 상태라는 비판이 나온다. 독립기념관은 올해 광복 80주년 특별기념관 예산 240억 원을 집행하지 못한 채 반납 위기에 놓였으며, 경축식도 일방 취소됐다. 학계와 독립운동 단체, 내부 노조까지 김 관장의 역사관에 반대해

정치

더보기
전국 최초 '교량 음악분수' 탄생… 봉양순 서울시의원, 감사패 수상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서울 노원구 경춘철교 상부에 전국 최초의 교량형 음악분수가 조성됐다. 버려진 철교 위에 새로운 문화를 심어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게 된 이번 사업은 서울시의회 봉양순 의원(더불어민주당, 노원3)이 예산 확보와 사업 추진 과정 전반에 적극적으로 기여한 결과다. 이에 노원구청은 지난 22일 열린 개장식에서 봉 의원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경춘철교 음악분수는 옛 경춘선 철교의 역사성을 문화 콘텐츠로 재해석한 공간이다. 레이저 4대와 미러 기술을 활용한 연출, 고·저음을 입체적으로 구현한 음향 시스템, 창작곡을 포함한 21곡의 음악 퍼포먼스가 어우러져 시청각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복합 공연 콘텐츠로 완성됐다. 개장식에서는 ▶기차 바퀴를 형상화한 '트위스터 분수', ▶큰 아치를 그리며 쏟아지는 '빅아치 분수', ▶다채로운 색채와 레이저 퍼포먼스가 함께 어우러진 장면이 선보여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봉양순 의원은 사업 구상 단계부터 실무 조율과 의사 결정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특히 2024년도 서울시 예산 30억 원을 노원구로 재배정되도록 조정해 음악분수 설치를 현실화한 주역으로 평가된다. 이는 단순한 예산 확보를 넘어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