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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민주화운동 큰 별'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향년 89세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세상'을 염원했던 백 소장의 장례식 '노나메기 사회장' 엄수
정치권 애도 "임행진곡과 함께 영원히 기억"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한국 민주·민족·민중운동의 원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투병 끝에 15일 영면했다. 향년 89세.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백 소장은 이날 오전 입원 중 별세했다. 그는 지난해 1월 폐렴 증상으로 입원해 투병생활을 이어왔다고 알려졌다.

백 소장의 장례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5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주축이 된 '노나메기 세상 백기완 선생 사회장'으로 엄수된다.

'노나메기'는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세상'을 뜻하는 순우리말로, 백 소장이 평생을 바친 사상이기도 하다.

백 소장의 큰 딸인 백원담 성공회대 교수는 "아버님이 평소에 지켜나가려 한 노나메기 큰 세상, 진짜 해방 세상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장례위원회는 이날 오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17일까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을 비롯해 일반 시민에게도 빈소를 개방하고 공식 조문을 받는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조문객 간 2m 거리를 유지하는 등 철저히 방역 수칙을 적용하고 음식은 제공하지 않는다.

장례위원회는 각 지역에서 장례식장이 있는 서울까지 여러 명이 이동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민주노총 16개 지역본부를 중심으로 지역 분향소를 만들고 온라인 추모관을 개설하기로 했다.

입관식은 17일 오후 1시께로 예정돼 있으며 18일 오후 6시께 추모의 밤을 열 계획이다. 이튿날인 19일 오전 8시에 발인하며 이후 서울 종로구 통일문제연구소를 들러 대학로 거리에서 노제를 한 뒤 11시께 영결식을 하고 장지로 이동한다.

백 소장의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에 차려졌다. 발인은 19일 오전 7시이며, 장지는 경기도 모란공원이다. 영결식 장소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며 장례가 끝날 때까지 장례위원회는 백 소장의 뜻을 기리려는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시민 장례위원'을 모집한다.

한편 장례위원회는 온라인상에서 고인을 모욕하는 일부 댓글에 대해선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조영선 장례위원회 법률위원장은 "선생에 대해 여러 견해가 있고 다름을 인정할 수 있다 해도 악의적인 조롱과 비난은 망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오늘 자문위원회를 구성해서 법적 검토를 거쳐 향후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백 소장은 1932년 황해도 은율군 동부리에서 아버지 백홍렬과 어머니 홍억재 사이에서 4남 2녀 중 넷째로 태어났다. 그의 조부인 백태주는 장련면의 유지로, 1922년 장연농민공제회 창립 당시 회장을 맡았고 3·1운동 때도 태극기 수천 장을 제작해 배포하는 등 민족운동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해방 이후 부친 백홍렬이 백 소장을 서울로 데리고 가 김구 선생을 만나게 했고, 그때부터 백 소장은 김구 선생을 따르며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백 소장은 재야 운동가로 1950년대부터 농민과 빈민운동 등 한국 사회운동 전반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1960년대에는 한일협정 반대 투쟁을 계기로 민주화운동에 뛰어들었다. 1967년 통일문제연구소의 모태인 '백범사상연구소'를 세웠으며, 3선 개헌 반대와 유신 철폐 등 활동에도 참여했다.

1974년에는 유신헌법 철폐 100만인 서명 운동을 주도하면서 긴급조치 1호를 위반한 혐의로 12년형을 선고받은 뒤 옥살이를 했고, 1975년 형 집행정지로 석방됐다. 1979년에는 'YMCA 위장결혼 사건', 1986년에는 '부천경찰서 성고문 진상 폭로 대회'를 주도한 혐의로 체포돼 혹독한 고문과 옥고를 치렀다.

1987년 제13대 대통령 선거에 독자 민중후보로 출마했지만 김영삼·김대중 후보 단일화를 호소하며 사퇴했다. 5년 뒤인 1992년 제14대 대통령 선거에서 독자 민중후보로 다시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백 소장은 이후 정치 일선에서 물러난 뒤, 자신이 설립한 통일문제연구소에서 통일운동과 노동운동 등을 지원했다. 백 소장은 '임을 위한 행진곡' 노랫가사의 원작으로 알려진 시 '묏비나리'를 짓기도 했다.

백 소장은 창작활동에도 힘썼는데, '장산곶매 이야기'와 '부심이의 엄마생각' 등 소설과 수필집을 펴냈다. 그는 열렬한 국어순화론자로,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되도록 순우리말을 썼다고 한다.

한편 진보진영 원로 백 소장 타계 소식에 SNS(사회 관계망 서비스)에는 백 소장을 추모하는 정치인들의 추모글이 이어지고 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도 SNS에 "선생님이 계시던 아담한 연구소로 찾아뵈었던 일은 이제 선생님의 젊음이 담긴 추억이 되었다"고 떠올렸다.

박 예비후보는 이어 "저에게 '시원시원하고 단호해서 좋다'고 하셨던 선생님"이라며 "참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제 편히 쉬세요. 저희들이 잘 할게요"라고 덧붙였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SNS에 "돌이켜보면, 선생님께서는 항상 앞에 서 계셨던 것 같다"며 "그 그림자를 좇아가기에도 벅찼던 분, 시대의 등불을 이렇게 또 잃었다"며 아쉬워했다.

이정미 전 정의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시대의 어른, 백기완 선생님이 우리 곁을 떠나셨다"며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고 추모했다.

이 전 대표는 그러면서 "선생님의 뜨거운 가슴으로 위로를 받았고, 선생님 불호령에 정신이 번쩍 들기도 했다"며 "한평생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의 길 틔어주신 그 자리에 저희들 잘 걸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도 "처음 노조활동을 시작할 때 '작은책 여름캠프'에서 강의를 들으며 인상적이다"고 추억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선생님이 지키고자 했던 민주주의의 가치를 되새긴다"면서 "백기완 선생님의 뜻을 이어받아, 저 역시 국회에서 뚜벅뚜벅 '옳은 정치'의 길을 가려 한다"고 추모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선생께서 평생 맞섰던 철옹성 같은 기득권의 벽, 두려움 없이 마주하겠다"며 "고문으로 앙상해진 몸에서 뿜어져 나오던 쩌렁쩌렁한 기백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래서 늘 정정하게 곁에 계실 것만 같았다"고 추모했다.

이 지사는 이어 "삶 자체가 대한민국 현대사 이셨던 분, 민주화와 평화통일 운동의 선두에서 온갖 모진 고난을 감내하셨던 분, 그러면서도 늘 우리 사회 보통사람들, 낮은 자들의 유쾌한 연대를 꿈꾸셨다"고 고인을 회상했다.

이 지사는 그러면서 "선생께서 작사하신 '임을 위한 행진곡'의 가삿말처럼, 그리고 전 생애로 실천하셨던 것처럼, 앞서서 나가시는 님을 산 자로서 충실히 따르겠다"며 "영원한 스승 백기완 선생님 편히 쉬십시오"라고 말을 맺었다.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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