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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최창일 시인, "글이 제재(題材)로 싹을 틔우다"

"시는 사물에 대하여 침묵으로 접근…깨끗함으로 찾아 나선다"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김규화 시인의 새 시집 '바다를 밀어 올린다'을 받았다. 제목부터 낮 설다.

"사물들보다 눈에 안 보이는 내 의식 혹은 인식의 파편을 제재로 하여 쓴 것이다. 어둡고 무겁다"(김규화 시집 서문)고 짧고 굵게 한마디다. 해설자는 낮 설게 쓰기 등 현대 시법에 다양한 시법을 구사, 시인은 다분히 공식이나 등식을 거부하는 곳에서 시를 출발시키고 있다.(박진환 평론가)

무릇 "시는 없는 것을 말하는 무리들이다. 시인만이 허구를 말하는 것은 사기죄가 성립되지 않는다"(황금찬 시인)

시, 산문, 소설은 공통점이 있다. 행위는 글자의 획을 긋는 손의 움직임이 같다. 소설과 산문은 명령하고 지적하고 질문도 한다. 어느 부문에서는 하소연도 한다. 좀 더 쉽게 설명하면 의미를 떠나지 않고 폭로하거나 행동의 인식이 주제가 된다. 시는 사물에 대하여 침묵으로 접근 한다. 깨끗함으로 찾아 나선다.

하늘, 땅, 물, 계절 등 모든 창조물과의 사이에서 다리를 놓고 유연한 관계를 만들어 간다. 시인은 사물을 위하여 대변하고 그들이 하지 못한 말의 뜻을 해석해 준다. 기차에서 아이가 운다. 새내기 엄마는 젖을 물린다. 그래도 아이는 자지러지듯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

새내기 엄마의 이마에서는 땀방울이 흐른다. 시선이 모아진 기차의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새파랗게 질린 아이의 얼굴에 어쩔 줄을 모른다. 급기야 건너편의 할머니가 아이를 받아 든다. 할머니는 아이의 옷을 펼치고 살핀다. 오줌을 누지도 않았다. 다시 저고리를 벗기고 옷가지를 살핀다.

어깨 사이 저고리에 밥알이 말라서 아이의 살을 찌른다. 할머니는 "아이고나 이게 그렇게 아팠구나" 밥알을 떼 내자 아이는 울음은 뚝, 그친다.

사물에 대하여 더듬고 건드리고 그 속의 존재의 맨살을 만지는 것이 시다.

한해가 저문다. 이맘때쯤이면 신춘문예의 시간이다. 신문사마다 1000여 편의 작품이 모여든다. 대학의 문예창작학과를 떠나서 문학을 하는 사람들의 열망의 시간이다. 문학은 왜 하는 것일까.

글처럼 냉정한 것도 없다. 한 번도 글은 다정하게 다가온 적도 없다. 더구나 글은 만족을 모른다. 왜 글을 쓰느냐 묻는다. 거미가 왜 거미줄을 치느냐와 같다.

한국문인협회의 회원은 1만 5천여 명이다. 그중에 시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80%을 넘는다. 한해에 시집을 펴내는 작가는 1천여 명에 이른다. 시인의 목소리는 정답을 찾기가 아닌 의문의 제재를 위하여 쓰고 있다.

프리드리히 니체 같은 초인이라 일컫는 작가는 "글로 쓴 것 중에서 나는 오로지 피로 쓴 것만을 사랑 한다"고 하지만, 피를 짜내듯 쓴다는 게 쉬운 일인가. 그래서 작가의 심장에는 "피 대신 얼음 조각이 있다"(그레이엄 그린. 소설가)

"투수를 내리듯 소설을 내릴 순 없다. 소설가는 9이닝을 혼자 책임을 져야한다. 그것이 그를 죽일지라도"(어니스트 헤밍웨이)라는 토로처럼 누가 도와줄 수도, 멈출 수도 없다. 문학은 생물 중 생물이다. 나라마다의 문화에 따라 다르고 시대에 따라 다르다. 또는 작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위해서라면 악마에게 혼을 팔수도 있는 인종"(시오노 나나미)이다.

글을 써서 먹고 살기란 힘들다. 작가란 글을 쓰면서 "다른 수입원을 찾는 일이다"고 미국의 소설가 엘렌 길 크리스트 작가는 충고한다.

한권의 시집은 고통의 결과다. 김규화 시인의 시집의 제목처럼 '바다를 밀어 올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다만 시인만이 할 수 있는 기호의 지배다.

돌을 던지면 곧바로 성을 내는 호수/ 내 얼굴에 성난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흔들흔들 종소리가 살고 있는 호수의 물살 속이다/(김규화 시, '인식의 둘째 단계') 종연이다.

호수에 돌을 던지면 파문일기 마련이다. 이는 다르게 인식을 갖는다. 오늘도 무수히 세상의 호수에 돌을 던지고 우리들은 살아가고 있다. 파문이 일고, 파문은 일파만파다. 시는 늘 고상하다. 세상에 돌을 던지고도 아무렇지 않게 살고 있는 저들에게 시인은 성낸 목소리도 아닌 은은한 종소리로 세상의 아픔을 다독인다.

"부패한 행위를 떳떳하다고 여기지 않는 선비"(맹자)를 견자라고 했다. 시인은 견자를 위해 육안으로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며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문학을 한다는 것은 결국 제재(題材)의 글로 '희망의 싹'을 틔우는 것.

- 최창일 시인(이미지문화학자, '시화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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