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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최창일 시인, "나에게 아름다운 우리말 열 개가 있을까"

아름다운 말의 기준을 살리면서 새로운 언어구사도 병행한다면 더 할 나위 없어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바람이 불기 전 풀이 먼저 눕는다'는 겸손의 시인, 김수영(金洙暎1961~1968)은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 열 개를 그가 쓴 수필에서 일려주고 있다.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말들로 마수걸이, 에누리, 색주가, 은근짜, 군것질, 서산대, 벼룻돌, 부싯돌을 꼽았다.

김 시인이 좋아하는 말들은 아무래도 시인의 환경과도 연관이 있다. 김수영 시인의 아버지는 상인이었다. 장사꾼의 말들을 자연히 많이 듣고 배웠을 것이다. 그렇듯이 김수영 시인이 아름답다는 우리말은 시장의 언어들이 꽤 있다.

'마수걸이'는 하루나 한 해 중 처음으로 물건을 파는 일을 뜻한다. '은근짜'는 몸을 파는 여자를 뜻하며, '서산대'는 옛날 글방에서 학동들이 책의 글자를 짚는 데 사용하던 막대기다. 먼지떨이라는 '총채'는 요즘은 많이 쓰지 않는 도구다. 진공청소기라는 말이 더 익숙하다.

김 시인이 고른 아름다운 우리말은 마치 역사속의 아련한 이야기로만 들릴 수 있다. 요즘은 특별히 몇몇 작가를 제외하면 외국어를 적절하게 넣어서 사용하는 것이 ‘유식자‘처럼 되어 있다. 가능하면 듣는 사람이 알아듣지 못하면 더 식자(識字)가 된다고 꼬집는 말도 있다.

허홍구 시인은 시집을 주면서 '혜람(惠覽)', '친전(親傳)'이라는 한자어를 사용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러한 여론은 시인들에게 널리 퍼져가는 인상을 받는다.

신을소 시인은 '선생님께'라고 한다. 위상진 시인은 '드림니다'. 김순진 시인은 '올림'이라고 사용한다. 이렇게 인식의 전환은 허 시인처럼 한글에 대한 인식을 넓고 크게 하는 것으로 보여 진다.

얼마 전에는 산림청이 내건 현수막에 한글과 영어를 혼용(가지GO)하여 사용하는 것을 SNS에 사진과 같이 올려 바르게 잡도록 노력을 보였다. 허 시인의 주장은 열 번, 말해도 싫지 않아야 한다.

세종대왕은 한글을 창제하였다. 학자들은 세종에 대하여 많은 연구서를 남긴다. 30여권의 저서와 500여 편의 논문이 입증을 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의 실상은 한글의 융성보다는 외래어의 대중화가 더 많아져 간다.

김수영 시인도 수필에서 아름다운 말의 기준이 시간이 지나면서 발전이 아니라 뒷걸음하는 것에 아쉬워한다.

김 시인은 수필에서 '얄밉다', '섭섭하다', '방정맞다' 정도의 말들이 쓰여 지지 않는 것도 말한다. '쉼표', '숨표', '마침표', '다슬기', '망초', '메꽃' 같은 우리말을 실감나게 쓰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글을 남겼다.

김 시인 뿐 아니라 언어를 가지고 살아가는 이 땅의 작가들은 언어의 생태학이 엉거주춤하는 현실을 지적한다. 물론 KBS국영방송에서 우리말을 꾸준하게 가꾸고 정성을 기우리지만 고스란히 효력을 보지 못함이 아쉽다.

서정주 시인의 '가시내'라는 시가 있다. '눈물이 나서/ 머리깜어 느리여도 능금만 먹곺어서/ 어쩌나...하늬바람 울타리 한 달밤에/ 한 지붕 바가지꽃 허이여케 피었네' 같은 시행에서 가시내는 순애와 애욕을 동시에 체헌하고 있다.

사랑과 관련된 정서적 소구력의 크기에서 표준어 '계집애'는 도저히 '가시내'에 맛깔을 비교할 수 없다. 이래서 미당을 현세의 뛰어난 시인이라는 말들 한다. '가시내'는 국어사전에도 없는 말이지만 전라도에서는 흔히 사용하는 방언이다.

방언도 모국어가 분명하다. 최근에 제주도의 방언을 사용하는 토속 주민이 세상을 떠나가고 새로운 세대들이 방언을 사용하지 않아 아쉽다 한다.

물론 한세대의 말이 고스란히 옮겨지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게 느끼는 현실이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시대를 탓하지 말자. 아름다운 말의 기준을 살리면서 새로운 언어구사도 병행한다면 더 할 나위 없다.

각자 자신의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 열 개'를 꼽아보자.

- 최창일 시인(이미지문화학자, '시화무' 저자).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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