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18 (월)

  • 맑음동두천 8.1℃
  • 맑음강릉 8.5℃
  • 구름조금서울 8.3℃
  • 구름많음대전 11.6℃
  • 구름많음대구 14.4℃
  • 구름많음울산 8.8℃
  • 흐림광주 11.1℃
  • 구름많음부산 9.7℃
  • 구름많음고창 6.3℃
  • 흐림제주 12.7℃
  • 구름조금강화 5.0℃
  • 구름많음보은 9.9℃
  • 구름많음금산 11.1℃
  • 흐림강진군 11.2℃
  • 구름조금경주시 8.2℃
  • 구름조금거제 9.9℃
기상청 제공

[오피니언 칼럼] 최창일 시인, "천문, 장영실의 친구는 과연 세종이었는가"

조선의 시간과 하늘을 만들고자 했던 세종과 장영실…조선의 두 천재의 숨겨진 이야기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세종대왕(1397~1450)과 장영실(1390~?)을 주제로 한 영화 '천문(天問, 허진호 감독)'은 새해 벽두부터 감상자들에게 무한 상상의 문을 열어주었다. '천문'은 세종에 초점을 둘 수 있고 15세기 세계적인 과학자, 장영실에 연민이 갈 수도 있다.

그렇지만 '하늘이 열린다'는 의미의 영화 '천문'에 대한 또 다른 방점은 '친구 장영실'을 찾을 수 있어 보인다.

세종대왕은 조선 역사에 위대한 왕임은 불변하다. 1998년 <주간동아>는 10명의 역사학자와 함께 한국사 1,000년을 만든 100인을 선정한 바 있다. 여기서 1위를 차지한 사람은 세종대왕이었다.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세종대왕은 존경하는 인물 1위를 꾸준히 차지하고 있다. 5만 원 권이 나오기 전 1만 원 권 화폐의 가장 오래된 모델이 세종대왕이다.

그러한 세종대왕에게 절실한 친구 장영실이 있다. 정치인 세종은 외로운 왕이었다. 한글창제라는 세종에게도 인간의 모습을 보인다. 천재는 천재와의 소통이 필요한 법이다. 역사학자들은 세종이 장영실을 통하여 천문학 관측기기와 측우기, 자격루, 농기구를 만들었다는 사실만을 부각한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세종대왕은 기막힌 가족사를 가졌다. 왕위에 오르자 큰아버지 정종이 승하했다. 정종의 3년 상이 끝나기 무섭게 어머니 아버지가 잇달아 숨졌다. 무려 7년간 상중이었다. 이뿐이 아니었다. 세종대왕에게는 50여 가지의 질병에 시달렸다. 대표적인 질환이 당뇨와 고혈압, 전립선이었다.

건강이 그렇다 치지만 자식복도 없었다. 맏딸인 정소공주는 13세에, 다섯째 아들 광평대군은 20세에, 일곱째 아들 평원대군은 19세에 요절했다. 자식 사랑이 끔찍했던 세종으로서는 살을 도려내는 고통을 느꼈을 법하다. 이런 고통의 순간마다 세종대왕은 여러 각료를 부르기보다는 친구 장영실을 찾았다. 지혜의 왕이라는 세종의 정치적 상황은 비정의 권력투쟁이 난무한 원인도 있다.

세종은 친구 영실에게 아픈 마음을 내려놓고 위로를 받는 것이 유일한 방편이 되어버렸다. 세종대왕의 큰 며느리는 당대에 상상을 넘는 행실을 보였다. 요즘에도 이해가 어려운 레즈비언이었다. 큰아들의 세자빈 순빈 봉씨는 구중궁궐에서 낮술을 즐겼다. 소쌍이라는 여종과 동성애에 빠져 동침을 일삼았다. 시아버지로서 차마 밝히기도 부끄러운 음행이었다.

이런 일을 알았을 때도 세종은 아무 말 없이 장영실의 연구실을 찾았다. 침묵으로 장영실이 만든 자격루를 만지다가 결국 장영실과 독한 술잔을 기울였다. 그에게 애간장 타는 마음을 열곤 했다. 장영실은 비록 어머니가 관비였지만 세종대왕과 유일한 소통 자였다.

천하의 세종대왕이라도 친구에게 마음을 내려놓고 위로를 받고 싶은 것을 알게 하는 소중한 실록이다.

영화의 감상평은 자유다. 그러나 천문의 세종은 절대고독의 왕이었다. 만약 장영실이라는 친구가 없었다면 위대한 세종의 기록은 초라했을지도 모른다. 47세라는 짧은 생을 살았지만, 그의 삶에 친구는 장영실뿐이었다.

역사는 늘 그렇게 해피엔딩이 아니다. 수많은 내신과 양반들은 천민 출신, 영실과 친구로 지내는 세종대왕이 달갑지 않았을 것이다. 장영실과 세종의 관계가 소원하도록 끓임 없는 모략은 지속되었다. 요즘 정치용어로 '편 가르기'다. 결국 세종의 친구 장영실은 사건에 말리어 종적을 감추고 만다.

'천문'이 문을 닫았다. 세종은 장영실을 보내고 삶은 한순간이라는 것을 알았다. 왕도 잠시 머물다가 갈 뿐이다. 촛불이라도 켜놓고 우아한 담소와 술잔으로 마음을 주고받았던 영실, 어느덧 달빛도 다가와 함께 취했던 영실과의 멋진 생각만이 그의 생을 눌렀다. 세종은 천민 출신의 장영실을 만나며 잠을 이루지 못했던 그 날이 어른거린다. 세종은 영실을 만나며 왕과 백성이라는 말을 잊어버렸다. 세종은 신분과 관습에 구애받지 않고 그와 친구가 되었다.

그러나 역사 속의 정치인 세종은 친구, 영실을 구하지 못했다. 집요한 권력 투쟁의 비정한 상황에서 친구의 손을 놓아버렸다. 오늘도 세종의 정치 후배들은 또 다른 장영실을 죽이는 데 혈안이 되고 있다.

장영실이 그립다.

- 최창일(시인·이미지문화학자)

i24@daum.net



배너


배너
배너

포토리뷰


배너

사회

더보기
윤 대통령 "자유의 가치를 지키며, 풍요로운 대한민국 건설 위해 노력할 것"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1일 "저와 정부는, 3·1운동의 정신인 자유의 가치를 지키며, 더 행복하고 풍요로운 대한민국 건설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 말했다. 윤 대통려은 아울러 "독립과 건국, 국가의 부흥에 이르기까지 선열들의 희생과 헌신이 후손들에게 올바르게 기억되도록 힘을 쏟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중구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수많은 역경과 도전을 극복해 온 우리 국민들의 위대한 여정이 정말 자랑스럽다"며 이 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3·1운동을 기점으로 국내외에서 여러 형태의 독립운동이 펼쳐졌다"면서 무장독립운동, 외교독립운동, 교육과 문화독립운동 등을 언급하며 "이 모든 독립운동의 가치가 합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 누구도 역사를 독점할 수 없으며, 온 국민과, 더 나아가 우리 후손들이 대한민국의 이 자랑스러운 역사에 긍지와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3·1운동은 모두가 자유와 풍요를 누리는 통일로 비로소 완결되는 것"이라면서 "이제 우리는, 모든 국민이 주인인 자유로운 통일 한반도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정치

더보기
오세희 소상공연합 회장, '민주 비례대표 당선권'…700만 소상공인 권익보호 기대감 UP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오세희 전 소상공연합회 회장이 22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공천 후보에 선순위로 발표되면서 당선이 유력시된다. 이에 따라 22대 국회의원 4년 임기 동안 700만 소상공인을 대변하면서 권익향상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오세희 전 회장은 더불어민주연합 공천관리위원회가 더불어민주당 몫 여성, 청년, 직능별 등 20여명의 공천자를 발표한 가운데 당선 가능성이 큰 1∼20번에 배치되는 1그룹의 여성 몫으로 강유정 영화평론가, 임미애 민주당 경북도당위원장 등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비례대표 최종 순번은 더불어민주연합이 결정한다. 다만 오 전 회장이 지난 6일 소상공연합회 회장직을 사퇴하면서 그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는 지적은 수용해야 할 부분이다. 이 같은 지적과 별개로 소상공연합회는 안정적인 대행체제 구축을 위한 후임선출 절차에 돌입했다. 소상공연합회는 회장 궐위에 따라 현재 유기준 수석부회장이 회장 대행이 맡아 지난 12일 '긴급 임시이사회'를 개최하고 후임 회장 선출을 논의했다. 또한 임시 이사회에서 향후 소상공연합회 운영방안에 대해 회원들의 의견을 취합하고 오세희 전 회장의 임기 내 대내외 활동과 예산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