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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최창일 시인, "눈 내리는 날은 겨울이 꿈꾸는 詩다"

"눈은 겨울이 쓰는 詩라면, 언어가 꿈꾸는 세상은 詩다"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눈 내리는 날이면 왜 사람들은 좋아할까? 아무도 걷지 않은 하얀 광야에 순결의 발자국을 남기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김기림(1908~미상) 시인은 눈 내리는 새벽이면 혼자 사랑했던 노천명(1912~1957) 시인의 집을 향했다. 내자동의 대문 앞에서 발길을 멈추는 것이 고작이다.

<혼불>의 최명희(1947~1998) 소설가는 눈 오는 날이면 친구 노천명 시인의 집 앞, '김기림 시인의 발자국이 생각난다'는 회고의 글이 인상적이다.

젊은 시절 김기림은 노천명을 무척 사모했던 것은 문단의 히스토리(history)다. 그러나 정작 노천명에게 고백을 못하고 불발로 끝이 났다는 것이 더 안타가운 결말이다. 굳이 이유를 밝히면, 노천명의 사랑이 반듯하지 못한 탓도 있다. 노천명은 유부남을 사랑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눈 내리는 날의 명징(明徵)한 장면을 묘사한 영화들이 더러 있다. 그 중에도 명화를 꼽는다면 두 편의 영화를 들 수 있다.

영화 '러브스토리(Love story, 1970)'다. 눈 오는 날, 젊은 남녀 사랑의 묘사를 가장 담백하게 그렸다. 미국 예일 대학 영문과 교수였던 에릭시걸(Erich Segal, 1937~2010)의 베스트셀러를 영화와 했다. 개봉 당시 세계적으로 대성공을 거둔 영화다. 영화의 내용이 사랑하는 연인을 죽음이 갈라놓는다는 애절한 스토리다.

주옥의 대사로는 '사랑은 결코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는 거예요'를 비롯한 묘사는 보는 이들의 영혼과 가슴을 저미기에 손색이 없다. 영화의 내용과 대사를 떠나서도 눈 내린 캠퍼스에서 전신 눈도장(눈 위에서 전체 모습이 나오게 누워 있는 장면)을 만드는 장면은 관객들의 심금(心襟)을 하얗게 울리고 말았다. 영화 음악 OST도 아침 햇살처럼 선명하다.

눈 내린 장면의 또 다른 영화, '만다라(曼茶羅)'를 빼 놓을 수 없다. 임권택 감독이 1981년 정일성 촬영감독과 만든 영화다. 1978년 김성동이 펴낸 소설을 영화와 했다. 소설은 김성동에게 한국신인문학상을 안겨주기도 했다.

땡초스님의 만행을 그리면서 인간의 본능과 내밀함을 그린 영화다. 주인공이 눈 내린 벌판을 걷는 것은 한편의 수묵화(水墨畵)를 연상케 한다. 아름다운 자연을 영상에 담았는데도 아픔과 한이 참으로 잘 묘사하고 있는 영화로 꼽는다.

눈(雪)은 시인에게는 특별한 관계다. 시인은 눈 위에 발자국을 내듯, 언어의 발자국을 만들기 때문이다. 아무도 걷지 못한 언어에 발자국을 내는 특별한 선사(善事)와 같다.

시인은 강약을 조절하는 초 능의 힘을 지니려 노력 한다. 김기림도 무던하게 내면의 사랑을 감추고 살았던 시인으로 보인다. 동서를 막론하고 강약의 삶을 살아간 사람은 공자(孔子, B.C.551~B.C.479)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5개월여의 법무부장관을 끝으로 선학(先學)들이 만든 시를 수집하는 길을 나섰다. 그 길은 청정(淸正)의 길이었다. 멈출 때 멈추는 자제력을 갖는다. 공자는 시를 배우고도 정치나 외교를 잘 하지 못하면 시를 많이 배운들 쓸모가 없다고 했다.

마치 시를 배우는 목적이 정치와 외교를 잘하기 위해서 인 듯 도 하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정치 외교적인 자리에서 군신(君臣)들이 즉흥적으로 시를 지어 읊거나 <시경(詩經)>의 시를 읊으면서 에둘러 표현한 예는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이나 국어(國語) 등 고대 역사서에 넘친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권력과 재물이 유혹해도 그 길을 선택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시는 아직은 사용하지 못한 언어를 꺼내는 필생(畢生)의 작업이다. 광장에서 마음을, 저잣거리에서 생각을 내려놓고 삶의 앵글을 들이 대는 것이 시다.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1844~1900)는 시인을 가리켜 ‘하나의 문화’라고 규정했다. 마찬가지로 오늘날 우리시대에 너무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이 시 문화다. 시는 노래가 되고 광포한 정치사상과 맞닥뜨리는 숙명의 광장에 서성인다.

시는 상처로부터 회복되는 실존주의 길을 늘 마주한다. 인류의 역사가 단순한 무리의 역사가 아니라 개인들의 삶이 이어진 거대한 기록이라는 사실을 인지한 것도 철학의 스승이라는 니체보다는 시인의 앵글이 먼저였다.

잠시 동양으로 건너와서 춘추전국 시대의 공자집단(公子集團), 묵자집단(墨子集團) 등의 학술 집단이 있었다. 학술적 대 스승을 중심으로 그 제자들이 모여 형성된 학술 유파다. 지식인들의 사상적 행동적 집체라 할 수 있다. 모두가 시회(詩會)에 중심을 둔다. 다시 한국으로 건너오면 한국 시단의 획을 그은 청록파(靑鹿派1946)라는 동인들이 있다.

그들은 당대 최고의 시파로서 시의 밭을 일구고, 시의 제국을 만든 자 들이다. 그들은 언어의 발자국을 만든 시인들이다. 청록파들은 아무도 걷지 않는 눈길을 좋아했다. 청록파는 오늘날, 시의 유파를 만든 시묘상(씨앗을 파는 가게)의 주인들이다.

눈 내리는 날이면, 시인의 날이다. 눈은 밤새도록 하얀 시를 써 놓고 누군가를 기다린다. 하얀 눈 위에 발자국을 남기는 사람은 모두 시인이다. 눈은 겨울이 쓰는 시라면, 언어가 꿈꾸는 세상은 시다.

- 최창일(시인·이미지문화학자)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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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출신 이신경 시인, '대지문학대상' 수상… 문학으로 삶을 건너는 한 가족의 서사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문학은 시대의 상처를 기록하는 동시에, 그 상처를 견디는 방식이기도 하다. 전남 고흥 출신인 이신경 시인이 제25회 대지문학대상 수상자로 선정되며, 그의 시 세계와 삶의 궤적이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대지문학대상 시상식에서 이신경 시인은 시집 <별빛의 사계> 외 5편의 작품으로 영예의 대상을 수상했다. 수상 소감에서 이신경 시인은 "문학은 영혼의 상처를 사랑의 향기로 바꿔주는 행위"라며 "책의 장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끝까지 성실하게 써 나가겠다"고 말했다. 담담했지만 오래 남는 말이었다. "상처를 견디는 언어, 시대를 건너는 시" 심사위원장을 맡은 박종규 대지문학회 회장은 "이신경 시인의 시는 대지문학 25년 성찬의 축제에 적절한 연회의 힘으로 언어가 가진 방향을 모색하는 귀한 작품"이라며 "상실의 시대를 건너는 다리이자, 우리를 붙드는 숨결 같은 시"라고 평했다. 대지문학대상은 문단 내에서도 기교보다 삶의 진정성과 시대 인식을 중시하는 상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수상과 함께 발표된 이신경 시인의 작품들은 자연과 시간, 상실과 고요를 응축된 언어로 포착한 시편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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