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북한은 만약 그들이 합의를 이룬다면 믿을 수 없는, 빛나는 경제적 미래를 가질 것"이라며 "하지만 만약 그들이 핵무기들을 가진다면 어떠한 경제적 미래도 갖지 못한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메릴랜드주 옥슨힐에서 열린 미 보수진영 연례행사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의 연설을 통해 "만일 북한이 합의를 이룬다면 믿을 수 없고 멋진 경제적 미래를 갖게 될 것"이라며 "하지만 그들이 핵무기를 갖는다면 경제에 어떤 미래도 없다(they don’t have any economic future)"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세계의 이목이 쏠렸던 2차 북미정상회담이 사실상 결렬된 것에 대해 "때로는 걸어 나와야 하는 순간이 있기 때문에 나는 (협상장을) 나와야 했다"며 "내게는 만족스러운 합의가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 조야에서 제기된 북한에 끌려 다닌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나는 정치인들이 하는 이런 합의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효과가 있는 합의를 원한다"면서 "우리가 이뤘던 합의로 (북한 핵) 실험도, 미사일 발사도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지난 며칠 동안 많은 것을 배웠다고 생각한다”며 "다시 말하지만, (북한과의) 관계는 매우 강한 것처럼 보인다. 이런 관계는 특히 이런 종류의 상황을 다루고 있을 때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보다 앞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1일 워싱턴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에서 연설에 나서 "지난 수십 년간 북한 문제에서 실패를 반복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 아래 미국은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안보와 한반도 주민을 위해 평화를 계속 추구할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를 달성할 때까지 단호한 태도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CNN 등 외신이 전했다.
펜스 부통령은 지난달 28일 2차 북미정상회담이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채 종료된 사실을 언급하면서 "생산적인 이틀이었으며 (실무) 팀들 사이에 논의는 계속될 것"이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말했듯이 그는 (협상장을) 나왔다. 때로는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2차 북미 핵담판이 아무런 성과없이 끝난 것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나기도 전에 핵 협상이 좌초했다"면서 "베트남 하노이에서 회담이 개최되기 수주 전부터 결렬을 예고하는 ‘틀림없는 신호’(unmistakable signs)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애초에 북미간 눈높이가 너무 달랐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상회담을 강행하지 않는 게 통상적 외교 관행임에도, 북미가 서로 상대측의 과감한 결단과 양보에 기대를 걸고 나섰다가 양측 모두 꿈쩍하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고 WSJ은 전했다.
뉴욕타임스(NYT)은 이번 회담의 합의 도출 실패의 배경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모두의 '계산착오'(miscalculate)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초 북한이 수용하기 어려운 '그랜드바겐'(일괄타결), 즉 미국 주도의 경제제재 해제를 북한의 모든 핵무기와 핵물질, 핵시설 폐기와 맞교환하려고 했고, 김 위원장은 이를 거부했다.
김 위원장 역시 '영변 핵시설 카드’로 2016년부터 시행된, 북한 경제에 가장 타격을 주는 핵심적 대북제재 해제를 끌어낼 수 있다는 오판을 했다는 것이다. 유엔 안보리의 핵심 제재를 해제하라는 요구는 미국으로서는 수용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NYT는 "워싱턴에서 진행된 트럼프 대통령의 ‘충복’ 마이클 코언 청문회를 신문 1면기사에서 제칠 수 있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제안을 받아들이려 했는지는 불분명하다"면서 "다만 전직 CIA국장으로 북한 핵프로그램의 세부내용을 알고 있는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의 '영변 카드' 만으로 합의하면 곳곳에 핵을 숨겨둔 젊은 지도자에게 속아 넘어가는 것으로 비칠 것이라며 반대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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