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양방송) 김정현 기자 = 정부가 최근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을 계기로 전국민적 관심사로 부상한 인공지능(AI) 기술을 적극 육성하기로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17일 오후 청와대로 AI 및 소프트웨어(SW) 관련 기업인과 전문가 20여명을 초청해 ‘지능정보사회 민관합동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는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진형 SW정책연구소장과 김대식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등이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AI 기술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갖기보다는 사람 중심의 실용적 접근과 우리가 보유한 ICT 분야의 강점과 문화적 역량을 바탕으로 인공지능 중심의 4차 산업혁명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능정보사회의 진전에 따른 중장기 영향의 분석 필요성과 정부 차원에서 철저한 준비를 당부했다.
지능정보는 인공지능보다 넓은 개념으로 인공지능의 ‘지능’에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의 ‘정보’ 기술 분야까지 포함한다.
이 자리에서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지능정보산업 발전전략’을 발표했다. 미래부는 연구개발, 전문인력 확충, 데이터 인프라, 산업 생태계, 융합산업 육성 등에 향후 5년(2016~2020년)간 총 1조원을 투자한다. 2조5000억원 이상의 민간 투자도 유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민·관이 함께 국가 연구 역량과 데이터를 하나로 결집할 기업형 연구소 형태의 지능정보기술 연구소를 설립하기로 했다.
전자제품 제조사인 삼성전자·LG전자,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과 KT, 네이버, 현대자동차 등 6개 기업이 연구소 설립에 참여하기로 했다. 연구소는 참여 기업들이 30억원씩을 출자해 총 연구인력 50명 안팎의 규모로 문을 열 전망이다.
연구소는 민간기업이 출자해 설립·운영하면서 정부가 플래그십(대표) 프로젝트 등 핵심 연구개발(R&D) 추진을 위한 연구비를 지원하는 형태로 돌아간다.
연구소의 역할은 지능정보기술의 R&D와 사업화, 지능정보산업을 위한 데이터 결집·협업 등으로 핵심 지능정보기술을 확보하면서 이를 산업 분야에 상용화할 응용기술 연구도 병행하게 된다.
연구소는 언어지능, 시각지능, 공간지능, 감성지능, 요약·창작지능 등 5개 분야 지능형 소프트웨어 개발을 플래그십 프로젝트로 정해 집중 연구한다. 응용 분야 외에 지능정보기술 발전의 기반이 될 수퍼컴퓨터, 신경칩, 뇌과학·뇌구조, 산업수학 등 기초학문 분야에 대한 연구도 정부가 지원할 예정이다.
정부는 언어·시각·공간·감성지능, 스토리 이해·요약 등 연구를 플래그쉽 프로젝트로 지원해 세계 지능정보기술 시장 선점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연구소를 중심으로 데이터 인프라 구축도 진행된다. 정부·기업·연구소 등이 각각 구축한 데이터의 공유·이용을 촉진해 세계 최고 수준의 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하기로 했다.
세부적으로는 의료·문화·금융 등 분야별 국내 민간·정부가 보유한 데이터 관련 정보를 알려주는 데이터 소재 정보 서비스를 추진하고 언어·시각·감성 등 지능 분야별 연구용 데이터 베이스, 전문가 시스템 개발 지원을 위한 전문지식 DB(의료·법률·특허 등)를 구축해 공개할 계획이다.
아울러 컴퓨팅 자원, 지능정보 SW(언어·시각지능 등), 전문지식 DB를 활용한 전문가 시스템 등 산업 인프라를 갖추고 이를 벤처기업 등에 제공한다. 코리아 IT(정보기술) 펀드(KIF) 등을 활용해 지능정보기술 분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지원에도 나설 계획이다.
데이터분석 전문가, 인공지능 SW 개발자 등 새롭게 수요가 창출될 전문인력을 선제적으로 양성해 전문인력의 저변을 확충할 계획이다.
다음은 박근혜 대통령 모두 발언 전문이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오늘 이렇게 간담회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저께 끝난 이세돌 9단과 알파고와의 대국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습니다. 인공지능의 발전상을 확인하면서 모두가 충격을 받았고, 이세돌 9단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끝까지 분발하는 모습을 보면서 큰 감동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번 대국은 우리 사회에 굉장히 큰 메시지를 주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인공지능 분야에서 우리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되돌아 볼 수 있었고, 기계가 일자리를 빼앗아 갈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또 앞으로 인간과 기계가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저는 무엇보다 우리 사회가 이번 알파고 쇼크를 계기로 더 늦기 전에 인공지능 개발의 중요성에 대해서 큰 경각심과 자극을 받은 것이 역설적으로 상당히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 기업과 학교에서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전문가 분들을 모시고, 인공지능의 산업적·사회경제적 영향을 생각해보고, 우리나라의 현황과 향후 과제를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여러분의 기탄 없는 말씀과 조언을 당부드립니다.
잘 아시는대로 최근 ICT 분야에서 눈부신 기술혁명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IoT와 클라우드컴퓨팅의 확산으로 온갖 종류의 빅데이터가 축적이 되면서 이것을 처리·분석하는 인공지능 같은 첨단 소프트웨어 개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IoT,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인공지능 기술이 산업 전반에 접목이 되면 핀테크, 헬스케어 같은 첨단 서비스산업은 물론이고 자율자동차, 드론, 로봇 등의 신산업이 더욱 발전하면서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들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우리의 삶을 확 바꿀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에서 우리가 인공지능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만 가지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산업혁명 당시 기계가 인력을 대체하면서 기계파괴 운동이 벌어질 정도로 두려움이 확산되었지만 결과적으로 기계문명의 발달로 인류의 삶이 훨씬 넉넉해지고 편안해졌습니다. 저는 과학기술 발전의 주체가 사람이듯이 발전의 혜택도 결국 사람이 누리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인공지능도 사람에 의한 기술진보의 산물이며, 과거에 수많은 발명품들이 그래왔듯이 인류에게 더 많은 혜택을 가져다 줄 것으로 믿습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에 의료를 접목하면 앞으로 다가올 건강백세 시대를 위한 정밀의료와 맞춤형 치료서비스가 가능하게 되고, 자율주행 기능이 장착된 자동차와 웨어러블 로봇을 통해 지금까지 거동이 힘들었던 장애인들도 혼자서 이동할 수 있는 등 장애인 복지가 획기적으로 향상될 수 있습니다. 그런 만큼 우리가 과학적 지식에 입각한 실용적 태도를 가지고, 기술혁신의 물결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나간다면 인공지능은 인류의 축복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인공지능 시대를 맞은 우리의 대처 방향에 대해서 몇 가지 당부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첫째로, 인공지능을 비롯한 ICT 분야 기술혁신을 보다 가속화해서 신기술과 신산업을 육성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나라가 인공지능 분야에서 선진국들에 비해 약 2년 정도 뒤처져 있다는 분석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우리 국민의 저력과 창의적 마인드에 우리가 보유한 ICT 분야의 강점과 문화적 역량을 결합한다면 충분히 다른 나라와의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민관이 서로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조기에 기술을 확보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인터넷, 통신, 제조업 분야의 국내 대표 기업들이 기업형 지능정보기술 연구소 설립을 추진한다는 보고를 받았는데 개방과 협업에 의한 민간 주도의 R&D 방식이 매우 의미있는 시도라고 판단이 됩니다. 정부도 연구소 설립 단계부터 현장 의견을 수렴해서 규제를 개선할 것이 있으면 과감히 고치고, 필요한 지원을 적시에 제공할 것입니다. 또한 기업과 대학, 출연연구소들이 체계적으로 역할을 분담해서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해 나가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뇌과학, 인지과학을 비롯한 인공지능 기초분야 투자에도 보다 관심을 기울일 것입니다.
둘째로, 무엇보다 신기술·신산업 출현을 가로막는 낡은 규제와 관행을 과감하게 철폐하고, 자유롭게 다양한 기술과 사업을 시험하고 추진해 볼 수 있는 네거티브규제 환경을 조속히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또한 인공지능이 발전한 지능정보 사회에서는 방대한 데이터가 부가가치의 원천이 되는 만큼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서 공공과 민간의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로, 디지털 정보혁명이 가속화되면 ICT를 기반으로 한 빅데이터 분석가, 인공지능서비스 개발자, 의료용 로봇 전문가 등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직업들이 다양하게 창출될 것입니다. 지능정보시대 경쟁력의 원천은 결국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갖춘 인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만큼 미래 세대들이 이러한 변화에 잘 대응해 나갈 수 있도록 인문학적 기초소양과 컴퓨터를 잘 활용하는 사고 역량을 길러주고, 고급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양성을 위한 시스템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최근 컴퓨터공학과 재학생 수와 졸업생 수가 증가하고, 컴퓨터공학과 전공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등 우수인재 유입 증가는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철저한 기업수요 분석을 바탕으로 인문·예술계 학생을 위한 빅데이터 전공, 가상현실 전공과 같은 소프트웨어 융합 교육도 더욱 활발히 추진해 나가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지능정보사회 진전이 많은 분들에게는 혜택이지만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정보 소외 계층도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고용과 산업구조의 변화 등 중장기 영향과 파급효과에 대해서도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하겠습니다. 보다 많은 분들이 기술진보의 혜택과 성과를 누릴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을 강구해야 하겠습니다.
지금은 누가, 얼마나 빨리 혁신적 기술을 개발하느냐에 따라 한 국가의 경쟁력이 좌우되는 시대입니다. 우리도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가 R&D 시스템의 근본적 혁신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 R&D 투자는 GDP 대비 비중이 2014년 기준 4.3%로 세계 1위, 절대규모로도 세계 6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연구개발 생산성은 미국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이런 현상은 R&D 컨트롤 타워의 기능이 취약해서 국가 R&D 투자가 효율적으로 배분되지 못하고 있는 데에도 기인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가과학기술심의회가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있지만 조정 역할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도 있지만 이 기구는 특정 주제에 대해서 대통령에게 자문하는 기구입니다.
한편, 기초연구와 산업기술 간 차이와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 연구와 평가관리도 문제가 있습니다. 대학, 출연연, 기업이 차별 없는 연구를 할 것이 아니라 대학은 한계돌파형 기초연구와 인력양성에, 출연연들은 10년 후 국가가 필요로 하는 원천연구와 응용연구에, 기업은 시장에서 부가가치를 높이는 신제품 개발에 집중해야 합니다.
기초과학과 산업기술을 차별성 없는 잣대로 평가하는 획일적인 평가관리 방식도 개선되어야 합니다. 산업기술 R&D의 경우 연구개발 결과는 영업 비밀에 속하는 사안인데도 논문 발표를 요구하거나 기초과학기술에 대해 짧은 기간에 결과를 내라고 독촉하는 평가관리 방식으로는 R&D 투자의 생산성을 높일 수가 없습니다. 지금의 R&D 컨트롤 타워가 해묵은 선수, 심판 문제를 계속 야기하는 문제도 해결돼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컨트롤 타워 기능의 취약성을 해결해서 R&D 투자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자 대통령 주재 과학기술전략회의를 신설하고자 합니다. 이 회의는 관련 분야 민간 전문가들과 관계 부처 공무원 등으로 구성하고, 핵심 과학기술 정책과 사업, 부처 간 이견 대립 사안을 top-down 방식으로 전략을 마련하고, 조정 역할을 수행하면서 우리 R&D 시스템의 근본적 혁신을 추진해 갈 것입니다.
기존의 국가과학기술심의회는 부처 요구에 기반한 bottom-up 방식의 상시 심의와 조정 역할을 하는 한편, 과학기술전략회의 결정사항의 후속 조치를 담당해서 양 회의체의 시너지효과도 창출해 갈 것입니다.
신기술·신산업 육성에 국가경쟁력이 달려 있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바빠지고, 한 순간도 여유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팔을 걷어 부치고 뛰어들고, 중장기적인 과제는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실천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오늘 간담회를 통해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와 통찰력 있는 제언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