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5 (토)

  • 구름많음동두천 27.7℃
  • 흐림강릉 29.4℃
  • 구름조금서울 29.1℃
  • 구름조금대전 30.2℃
  • 맑음대구 32.3℃
  • 연무울산 29.4℃
  • 맑음광주 31.6℃
  • 구름조금부산 26.6℃
  • 구름조금고창 32.1℃
  • 맑음제주 29.6℃
  • 흐림강화 26.9℃
  • 구름많음보은 28.2℃
  • 구름조금금산 30.3℃
  • 구름많음강진군 30.8℃
  • 구름조금경주시 32.9℃
  • 구름조금거제 28.1℃
기상청 제공

[김시무의 '영화 읽어주는 남자'] 로컬 시네마 : <이리>

재중동포 감독 장률, 처음으로 한국을 이야기하다
타인의 시선으로 그리고 동포의 시선으로 '이리'를 들여다보다

(서울=미래일보) 김시무(영화평론가) = 장률 감독의 '이리'(Iri, 2007)는 지난 1977년 11월 11일 21시 15분경 전라북도 이리시(지금의 익산시)에서 발생한 열차 폭발사고 이후 30년이 흐른 시점에서 그 현재적 의미를 되새겨보는 일종의 로컬 시네마다.

'이리역 폭발사고'는 화약제조업체인 한국화약에서 제조한 대량의 폭발물을 싣고 이리역 구내에서 대기 중이던 열차가 갑자기 폭발한 사건을 말한다.

수사결과에 따르면, 호송원이 어둠을 밝히기 위해 밤에 켜 놓은 촛불이 화약상자에 옮겨 붙으면서 폭발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되어 있다. 이 사고로 이리 시민 59명이 사망하고 1,158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1,647세대 7,8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한다.

영화는 그로부터 30년이 지나고 모 방송국에서 30주년 기념행사를 하는 것으로 시작을 한다.

영화의 주인공은 진서(윤진서)라는 이름의 서른 살 처녀인데, 사고 당시 엄마의 배속에 있다가 폭발의 진동으로 인해 미숙아로 태어난 불운한 여자다.

진서는 택시기사인 오빠 태웅(엄태웅)과 함께 경로당에 딸린 허름한 주택에서 사는데, 노인들의 수발을 들기도 하고 동네 중국어학원의 허드렛일을 도와주면서 하루하루를 영위하고 있다.

오빠는 일을 마친 후면 집안에 틀어박혀서 이리시의 미니어처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진서는 중국인 강사선생에게 개인교습을 받으면서 중국어 배우기에 매우 열심이다. 때로 술까지 함께 마시면서 속내를 털어놓기도 하지만 그녀는 곧 중국으로 떠나고 새로운 선생이 온다고 한다.

이처럼 외견상 평온해 보이는 일상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진서의 삶은 매우 위태로운 지경에 놓여 있다. 남들보다 사고력과 분별력이 떨어지는 그녀는 걸핏하면 남자들로부터 강간을 당하여 임신을 하고 유산(流産)을 반복한다.

그녀에게 몹쓸 짓을 하는 남자들은 그녀의 약점을 잘 아는 주변 남자들이었다. 예컨대 진서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중국어학원의 한 남자 수강생은 그녀에게 ‘털모자’를 선물하는 호의를 보이면서 꼬드겨 백주대낮에 그녀를 강간하기도 한다.

경로당을 찾는 노인네들 중에도 호시탐탐 진서를 노리는 한 노인이 있었는데, 진서에게 음심(淫心)을 품었던 그는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만다. 같은 동네에 있는 ‘베트남참전전우회’ 소속 멤버들에게 있어서도 진서는 한갓 성적 농락의 대상에 불과했다.

한편 여동생의 거듭된 성폭력 피해에 울분을 참을 수 없는 오빠 태웅은 아예 진서의 불임수술까지 생각해보지만, 이것마저 여의치 않다. 그녀의 판단력 결여 때문이다.

결국 태웅은 소극적인 임신 방지책으로 진서에게 콘돔을 사다주지만, 이는 진서에게 오빠와 동침해도 된다는 쓸데없는 오해만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진서가 반복되는 임신의 후유증으로 거리에서 쓰러지고 마침 같은 동네에 사는 외국인 노동자가 그녀를 발견하여 그녀를 집에 데려다 주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또 다른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사실 영화의 디제시스 상에서 성폭력이 발생했는지의 여부는 분명하게 제시되고 있지 않다. 다만 퇴근을 하던 오빠 태웅이 집에 있던 외국인 노동자를 보고 경찰에 넘겨버린 것인데, 그 중간 과정이 생략되어 있어 해석의 여지를 남기기도 있다.

어쨌든 이 같은 일련의 참담한 사건을 겪은 태웅은 마침내 결단을 내리고 동생 진서를 지역 인근의 앞바다로 데리고 가서 물속에 쳐 넣는다. 수장(水葬)을 시킨 셈이다. 그러고는 그동안 정성스럽게 만들어온 이리시 미니어처를 폭죽을 이용하여 폭파시켜 버리고 만다.

그리고 장면이 바뀌는데, 새로운 중국어학원 선생인 쑤이가 오자 동네어귀 구둣방에 옆에 몸이 젖은 채로 앉아있던 진서가 그녀를 반갑게 맞이하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진서가 과연 구사일생으로 살아 돌아온 것일까?

장률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서 보여주고자 한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우선 무엇보다도 고향 상실성(Heimatlosigkeit)이라는 화두가 떠오른다.

이 영화에서 배경으로 삼고 있는 현재 익산이라는 지명은 한 때 이리라는 고유 명칭으로 불리던 평화로운 도시였다. 그런데 그 도시 전체가 아주 한 순간에 송두리째 날아가 버린 것이다.

어처구니없는 폭발사고로. 그리하여 그곳에 살던 사람들은 미쳐 손을 쓸 틈도 없이 앉은 자리에서 고스란히 고향을 빼앗겨 버린 것이다. 이리 사람들은 타지(他地)로 단 한발자국도 이동하지 않고도 고향을 상실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던 것이다. 그것은 악몽 그 자체였다.

그런데 그 대재앙이후 30년(현재시점 41년)이 흘렀다. '이리'라는 이름을 망각의 강 저편으로 밀어버리고 얻게 된 익산에 사는 사람들은 "지금 안녕들 하신가요?"하고 영화는 묻는다.

■ 김시무는 한양대학교 연극영화학과와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학과를 거쳐 동국대학교 대학원 영화학과에서 <라캉의 주체개념 재조명>(2005)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이장호영화연구회' 회장, 부산국제영화제 전문위원(Adviser), 영화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사단법인 한국영화학회의 회장을 역임했고, 지난 3년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심사위원을 맡았다.

저서로는 '영화예술의 옹호'(2001), 'Korean Film Directors: Lee Jang-ho'(Kofic, 2009), '홍상수의 인간희극'(2015), '스타 페르소나'(2018) 등이 있다. 이밖에 시나리오 '물고기 하늘을 날다'를 썼다.

i24@daum.net i24@daum.net
배너
(사)한국현대시인협회, "탈북민 문학과 통일 담론을 말하다"… 2025 심포지엄 및 문학기행, 9월 여주에서 개최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사단법인 한국현대시인협회(이사장 제갈정웅)가 주최하는 '2025 심포지엄 및 문학기행'이 오는 9월 25일(목)부터 26일(금)까지 이틀간 경기도 여주 썬밸리호텔에서 열린다. 이번 행사는 '탈북민을 위한 문학, 통일을 위한 시인의 역할 2'라는 주제로, 탈북민의 삶과 문학을 성찰하고, 분단 현실 속에서 시인이 감당해야 할 문학적·윤리적 사명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예정이다. 한국현대시인협회는 2023년부터 이어온 이 주제의 연속 기획을 통해, 문학이 이념과 제도 너머의 연대를 가능하게 하는 '사람의 언어'로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꾸준히 탐구해왔다. 특히 올해는 '통일을 위한 문학의 구체적 실천'에 방점을 두고, 탈북민 작가와 남한 문인들의 상호 소통과 이해를 촉진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구성된다. 시인과 평론가, 탈북 작가가 함께하는 사유의 장 이번 행사는 이충우 여주시장의 축사로 문을 연다. 이어지는 기조발표는 이길원 전 (사)국제PEN한국본부 이사장(시인)이 맡아, 문학과 인권, 언어의 경계를 넘는 문인의 역할에 대해 발제할 예정이다. 주제발표에는 문학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홍용희 경희대학교 교수(평론가
서울특별시한궁협회, '제1회 서울특별시한궁협회장배 세대공감 한궁대회' 성료
(서울=미래일보) 서영순 기자 = 서울특별시한궁협회가 주최·주관한 제1회 서울특별시한궁협회장배 세대공감 한궁대회가 지난 17일, 서울 노원구 삼육대학교 체육관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약 250명의 선수, 임원, 심판, 가족, 지인이 함께한 이번 대회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스포츠 축제로, 4세 어린이부터 87세 어르신까지 참가하며 새로운 한궁 문화의 모델을 제시했다. 대회는 오전 9시 한궁 초보자들을 위한 투구 연습으로 문을 열었다. 이어진 식전 공연에서는 전한준(87세) 작곡가의 전자 색소폰 연주로 '한궁가'가 울려 퍼졌으며, 성명제(76세) 가수가 '신아리랑'을 열창했다. 또한 김충근 풀피리 예술가는 '찔레꽃'과 '안동역에서'를, 황규출 글벗문학회 사무국장은 색소폰으로 '고향의 봄'을 연주해 감동을 더했다. 마지막으로 홍소리 지도자가 '밥맛이 좋아요'를 노래하며 흥겨움을 더했다. 오전 10시부터 열린 개회식에는 강석재 서울특별시한궁협회 회장을 비롯해 허광 대한한궁협회 회장, 배선희 국제노인치매예방한궁협회 회장 등 내빈들이 참석해 대회의 시작을 축하했다. 김도균 글로벌한궁체인지포럼 위원장 겸 경희대 교수와 김영미 삼육대 교수, 어정화 노원구의회 의원 등도


배너
배너

포토리뷰


배너

사회

더보기
희망브리지, 한국 재난 특성 반영한 '노인 재난안전교육 프로그램' 개발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회장 송필호)는 고령사회에 발맞춰 한국 재난 특성을 반영한 '노인 재난안전교육 프로그램’을'시행할 예정이라고 27일 밝혔다. 이번 교육 프로그램은 기후위기로 재난 피해가 커지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20%가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재난 사망자의 61%가 60세 이상 고령자였으며, 2025년 대형 산불 사망자 31명 중 83%가 고령층이었다. 질병관리청 통계에서도 2023년 온열질환자 중 고령자 비율은 40%를 넘었고, 폭염 사망자 역시 절반 이상이 노년층이었다. 협회는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노년층의 신체적, 인지적 특성을 반영한 체험 중심의 맞춤형 교육을 통해 노인 스스로가 재난 대응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했다. 특히 고령인구가 집중된 재난다발지역을 중심으로 방문형 교육을 실시해 교육 접근성을 높이고, 재난안전 사각지대를 줄이는 데 주안점을 뒀다. 교육은 자율 대응이 가능한 노인과 전면적인 지원이 필요한 노인으로 대상자를 구분해 단계별로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다. 요양시설, 복지센터 등 노년층 생활환경에 밀착한 장소에서 진행

정치

더보기
용혜인 의원 "'빠띠' 표적 감사는 정치적 모략…방통위, 부당한 과징금 철회하라"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방송통신위원회의 사회적협동조합 '빠띠'에 대한 재감사를 "정치적 표적 감사"로 규정하고, 부당한 보조금 환수와 과징금 부과를 즉각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용 의원은 30일 오후 1시 40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가짜뉴스를 먹고 자란 내란 세력이, 팩트 검증 활동을 눈엣가시처럼 여겨 뽑아내려는 정치적 모략을 자행하고 있다"며 "방통위의 감사는 명백한 표적 감사"라고 지적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가짜뉴스 검증을 위해 '팩트체크넷' 사업을 수행한 사회적협동조합 '빠띠'에 대해 재감사를 벌인 뒤, 인건비 과다 산정과 일부 보조금 목적 외 사용을 사유로 약 1억 7천만 원의 보조금 환수와 5억 7천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용 의원은 "해당 사업은 2021년 사업 종료 당시 방통위 자체 감사에서 문제없다고 확인된 바 있다"며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시점에서 다시 감사를 진행한 것은 정치적 의도가 개입된 표적 감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전체 4개 단체가 함께 수행한 50억 원 규모의 사업에서, 빠띠가 집행한 사업비는 약 4억 원에 불과함에도 유독 '빠띠'에 대해서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