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06 (화)

  • 구름많음동두천 0.0℃
  • 흐림강릉 3.7℃
  • 구름조금서울 2.2℃
  • 구름많음대전 0.7℃
  • 구름많음대구 3.5℃
  • 구름많음울산 2.9℃
  • 구름많음광주 1.7℃
  • 구름많음부산 5.5℃
  • 흐림고창 -0.9℃
  • 구름많음제주 7.3℃
  • 구름조금강화 -2.6℃
  • 흐림보은 -3.0℃
  • 흐림금산 -0.9℃
  • 구름많음강진군 0.1℃
  • 흐림경주시 -1.0℃
  • 구름많음거제 2.3℃
기상청 제공

[오피니언 칼럼] 최창일 시인, '시집 첫 페이지, 시인의 말들'

시의 숲이 무성한 시인은 늘 말수가 적다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시집, 첫 페이지는 '시인의 말'로 시작된다. ‘시인의 말’ 속에는 커다란 여백이 들어와 숨을 쉬고 있다. 간결함이 지나쳐 두세 줄의 인사도 있다. 시인이나 소설가는 머리말, 첫 문장에 온통 신경을 쓴다. 어느 작가는 써놓은 머리말이 마음에 들지 않아 본문을 완성하고도 한 달여를 늦춘, 경우 담도 있다.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Ivan Sergeyevich Turgenev, 1818~1883) 시인은 "독자여, 이 산문시를 단숨에 읽지 마시오. 단숨에 읽으면 아마 지루한 마음에 그대의 손에서 멀어질 것이오. 오늘은 이 시, 내일은 저 시, 마음 가는 대로 읽으시오. 그러면 어느 시인가 그대의 마음에 와닿는 것이 있을 겁니다."라고 '독자에게' 소박하기 이를 때 없는 '시인의 말'로 부탁하기도 한다.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와 함께 러시아 현실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다. 그는 산문시로 문학적 평가를 받았다. 그의 문학은 한국의 근대문학 형성기인 1910년대에 가장 많이 읽히고 번역되었다. 윤동주와 같은 작가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조주관 교수는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의 산문시를 번역하며 감동하였다.

커다란 명성을 가졌고 무성한 시의 숲을 가진 시인이 ’독자에게‘ 드리는 말이 겸손하기 짝이 없다.

이무권 시인은 6월의 중심에 <간절기> 시집을 펴냈다. '시간의 주름'이란 '시인의 말'로 독자와 첫인사를 나눈다.

"짧지 않은 길을 걸어왔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기억의 잔고는 그리 넉넉한 편이 아니다. 시간의 등속성과 평면성을 벗어난 지점만이 내 삶의 의미로, 접고 구겨진 모습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그 주름의 몇몇을 펼쳐 언어의 외피를 입혔다. 간결한 춤사위쯤으로 예상했는데 아무래도 하산 길 맥 풀린 발걸음 같은 산문이다."

이무권 시인은 문단의 지긋한 원로 시인이다. 시인이 말하는 시간과 주름의 표현이 사뭇 푸르고 풍요롭다.

"이제는, 뱉어낼 듯 뱉어낼 듯 몇 번의 머뭇거림 끝에 비로소 터져 나오는 말더듬이의 첫걸음 같은, 절실한 절제의 언어로만 노래하자고 다짐해본다." 그러면서 "청중의 박수까지는 기대하지 않지만 잠시라도 멈추어 서서 듣는 척이라도 해주면 고맙겠습니다."로 마무리한다.

시의 숲이 무성한 시인은 늘 말수가 적다. 권일송 시인은 시집을 펴내고 달포쯤 잠적을 한다. 그리고서 박재삼 시인이나 이형기 시인과 같은 동료 선후배 시인에게 전화한다. 펴낸 시집의 분위기를 탐색하는 것이다. "별일 없지"라는 안부를 전한다. 상대 시인에게서 시집에 대한 덕담이 나오면 조금씩 전화의 숫자를 넓혀간다. 선배 시인들은 이렇게 겸손으로 시집을 펴내고 독자와 접근을 하였다.

서효인 시인의 <백 년 동안의 세계대전>의 자시라는 제목의 글이 재미있다. '세계를 간신히 줄여놓은 지도를 보고 있으면 그곳에 죽은 사람들의 몸이 보인다. 슬픔도 역겨움도 아닌 감정이 해안선을 따라 고꾸라진다. 이것을 감히 시라고 부를 용기가 없다. 용기라는 감정을 부재로부터 끌어 올려야 한다. 그것이 나는 즐겁다. 지금, 이곳의 세계는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중략)로 문장은 신선한 시각으로 시집의 본문을 궁금하게 하고 있다.

<희지의 세계> 시집에서 황인찬 시인은 자시니, 머리말이니 아무런 제목이 없이

'이자혜의 만화<미지의 세계>에서
제목을 빌려 시를 쓰려다
그만 착각을 하고 말았다.' 라는 아주 짤막한 세 줄로, ‘시집의 제목’을 만들게 된 설명이다. 세 줄은 독자의 상상력을 크게 만든다.

시인들은 이무권, 투르게네프 시인과 같이 바다와 바다 한가운데를 바라다보는 머리말을 시작한다. 살아있는 네가 죽어 있는 나에게 말을 하듯 한다.

시도반도 <시원(詩園)의 입술>을 펴내며 시인의 말 이전 페이지에 "바람만 살피는 자는 씨 뿌리지 못하고, 구름만 살피는 자는 추수하지 못한다"(전도서 11장 4절)을 올렸다. 독자의 반응은 큰 파도 소리였다. 원로 시인, 허홍구 선배는 시집을 받아들고 다음 시집에 <시원의 입술>과 같이 성경 구절을 넣고 싶다 한다.

죽음보다 더 강하다는 사랑도 '첫 마디'의 표현으로 시작된다. 시집의 '첫 페이지'도 사랑보다 강한 인상을 줄 수만 있다면, 천체에 빛나는 축복의 시집이 될 것이다.

- 최창일 시인(시집 '시원의 입술' 저자)

i24@daum.net
배너
한글의 집에서 시의 새해를 열다… 한국현대시인협회, 한글회관 이전 후 첫 신년하례식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병오년 붉은 말띠해를 맞아 사단법인 한국현대시인협회(이사장 제갈정웅)의 2026년 신년하례식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한글회관 강당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정유준 사무총장을 비롯한 협회 사무처 임원과 이승복 부이사장 등 부이사장단, 그리고 전국 각지에서 모인 100여 명의 시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언어와 시의 새해를 여는 뜻깊은 인사를 나눴다. 이번 신년하례식은 한국현대시인협회가 최근 사무실을 한글회관으로 이전한 이후 처음 열린 공식 행사라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더했다. 한글회관은 한국어 연구와 보급, 민족어 수호 운동의 중심지로서 근대 국어학의 역사와 정신이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날 하례식에서는 함동선 원로 시인이 회고의 축사를 맡았다. 올해 96세의 말띠해 태생임을 소개하자 참석자들로부터 큰 박수가 이어졌다. 함 시인은 자신의 문학 인생과 시대의 굴곡을 담담히 되짚으며 후배 시인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했다. 이어 함동선 원로 시인을 비롯 오동춘 짚신문학회장(90), 제갈정웅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장, 손해일 전 국제PEN한국본부 이사장, 김유조 코리안드림문학회 회장 등이 함께 떡 절단식을 진행


배너
배너

포토리뷰


배너

사회

더보기
시민·노동·환자단체 "의사인력 확충, 환자 안전과 지역·필수·공공의료 원칙으로 결정해야"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시민사회·노동계·환자단체로 구성된 '국민중심 의료개혁 연대회의'는 5일 의사인력 수급 추계 결과와 관련해 "의사인력 확충은 환자 안전과 지역·필수·공공의료를 최우선 원칙으로 결정돼야 한다"며 정부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 재검토를 촉구했다. 연대회의는 이날 성명을 통해 "2024~2025년 의료공백의 피해는 환자와 국민, 현장 보건의료노동자가 고스란히 감내했다"며 "코로나19와 의정갈등이라는 비정상 시기를 정상으로 가정한 과소 추계는 정책 기준으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는 2035년 의사 부족 규모를 1,5354,923명, 2040년에는 5,70411,136명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 등 일부 의사단체는 발표 직후 "근거와 자료가 부족하다"며 결과를 전면 부정했다. 이에 대해 연대회의는 "의사단체는 추계 과정에서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가정을 반영해 추계 하한을 낮추는 데 영향력을 행사해놓고, 결과가 나오자 '근거가 없다'며 전체를 부정하는 이중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공급자 측이 과반 영향력을 행사하기 쉬운 구조에서 나온 결과마저 부정한다면, 이는 증원

정치

더보기
이개호 의원 "광주·전남 통합, 7월 출범 골든타임 놓쳐선 안 돼"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담양·함평·영광·장성)이 광주·전남 행정통합과 관련해 "지금이야말로 통합의 이익을 현실로 만들 절호의 적기"라며, 오는 7월 통합 시·도 출범을 목표로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5일 발표한 '광주·전남 시도민께 드리는 글'을 통해 "지방 소멸 위기 속에서 역사적 한 뿌리인 광주와 전남이 다시 하나가 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순리"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의원은 특히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수도권 1극에서 5극 3특으로' 국가 성장지도 개편 구상을 언급하며 "지난 1월 2일 광주·전남 시·도지사의= 공동선언에 이어 대통령실까지 강력한 지원 의지를 밝힌 지금이야말로,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최적기"라고 평가했다. 통합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로는 행정·재정의 비효율을 들었다. 그는 "광주와 전남이 분리된 채 국가사업을 두고 경쟁할 경우 행정력과 예산만 소모될 뿐"이라며, "최근 국가 AI 인프라 유치 과정에서 드러난 소모적 경쟁보다는, 통합을 통해 강점을 결집하고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통합 과정에서 제기되는 이견에 대해서는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