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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최창일 시인, '사랑은 죽음보다 더 강하다'

러시아의 핵심적인 미학의 중심이 된 벨렌스키...예술가는 현실과 직결되어야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시골 마을에 과부 할머니의 스무 살짜리 외아들이 죽었다. 마을에 여자 지주가 할머니의 슬픈 소식을 듣고 장례식날 그 집을 방문했다. 마을의 여자는 할머니를 만났다. 할머니는 집의 한복판 탁자 앞에서 힘없이 축 늘어진 모습이었다. 연기에 그을린 솥에서 멀건 양배춧국을 떠서 한술 두술 입으로 가져갔다.

할머니의 얼굴은 혈색이 없고 검은빛이다. 눈은 빨갛게 충혈되어 퉁퉁 부어 있었다. 몸만은 교회서처럼 단정한 자세였다.

동네 할머니의 입에선 '맙소사' 소리가 나올 뻔하였다. "이 순간 음식을 먹다니…아니 저 사람의 감정이란 참으로 무정하구나!"

그러자 여자 지주는 갑자기 생각이 났다. 몇 년 전 생후 9개월 된 딸 아이를 잃었을 때, 너무 슬퍼서 별장을 빌리기로 한 계획을 취소하고 여름 내내 시내에서 보내던 일이 생각났다.

할머니는 계속해서 양배춧국을 먹고 있었다. 마침내 여자 지주는 더 이상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타치아나!" 여자 지주가 말했다. "생각해 봐요! 나는 놀랐어! 그래 아들을 사랑하기나 했나요? 어떻게 배춧국이 넘어간단 말이야!"

"내 아들은 죽었어요." 할머니는 조용히 말했다. 그러자 다시 비통한 눈물이 푹 파인 양 볼을 따라 흘러내렸다.

"나도 끝입니다. 생매장을 당한 거죠. 그렇다고 양배춧국을 버릴 수는 없잖아요. 소금을 뿌렸는데." 여자 지주는 그저 어깨만 흠칫하더니 밖으로 나가 버렸다. 그녀에게 소금은 아주 싼 것이었다.‘

러시아 시인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Ivan Sergeyevich Turgenev, 1818~1883)의 산문시 '배춧국'이다.

이반은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와 함께 러시아 사실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다. 산문시로서도 깊은 인상이지만, 소설도 감동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모스크바 대학에서 문학부를 거쳐 철학부를 졸업한다. 그리고 베를린대학교에서 유학하며 서구주의자가 되었다. 그는 당시 러시아 지성계를 대표하는 알렉산더 게르첸, 미하일 바쿠닌, 비사리온 벨렌스키 등과 교류했다.

그의 학문적 영향이었을까 철학적 사고가 작품에 곳곳에 배인 것을 본다. 배춧국도 그렇다. 정밀하게 계산된 과장의 억제, 균형, 시적 가치에 대한 고려 등으로 결론은 독자에 맞기는 형태를 두었다.

그의 작품은 모두 시사적이다. 의식이 있다. 고상한 사랑 이야기와 등장인물의 예리한 묘사는 호소력이 강하다. 시인은 당시에도 매력적인 인기를 가졌으며 재치가 있고 정직한 문인으로 평가받았다. 그가 동시대에 활동한 도스토옙스키나 톨스토이에, 가려 덜 빛났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아름다운 삶을 깊이 인식하고 다루는 솜씨가 특출하다.

투르게네프는 계몽과 교육, 문명의 가치를 중시하면서 민중 계몽에 앞장선 서구주의자다. 진보적인 정치 사회 사상을 이해하는 점진적 개혁주의자였다.

투르게네프의 시, '배춧국'을 두고 이러쿵, 저러쿵 하고 싶지 않다. 시인 스스로 독자에 각자 이해하도록 한 사실을 존중하고 싶어서다.

투르게네프는 평생을 독신으로 살다 갔다. 그렇다고 사랑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호적상으로 홀로 살다 갔다. 옥스퍼드대학에서 그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준 것을 보아도 그의 작가성에 대한 평가는 크다. 그의 주검의 유언은 페테르부르크의 볼코프 공동묘지에 있는 벨렌스키 무덤 옆에 안장을 부탁하였다. 그의 유언대로 되었다.

큰 시인이 주검을 앞두고 벨렌스키의 무덤 옆에 안장을 유언한 기록은 특별하다. 미완으로 끝이 난 여인 옆에 안장을 유언한 것이 아니라 존경하는 선배 문인의 묘지 옆에 안장을 유언한 것이다. 투르게네프를 보면, 예술은 신비적인 것을 벗어난다.

예술가는 현실과 직결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러시아의 핵심적인 미학의 중심이 된 벨렌스키는 죽어서도 존경을 받는 것을 어떻게 생각할까?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 <사랑은 죽음보다 더 강하다>의 시집을 살며시 펼치는 여름이다.

최창일 시인('시원의 입술' 저자).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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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계간 <문학에스프리> 문학상·작가상·작품상·신인상 시상식 성료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2025년 12월 5일 저녁,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이 문학의 향기로 가득 찼다. 계간 <문학에스프리>(발행인·시인 박세희)가 주최하고 도서출판 등대지기가 주관한 '제3회 문학에스프리 문학상·작가상·작품상·신인상 시상식 및 송년 문학의 밤'이 각계 문인과 축하객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김종대 시인(문학에스프리 작가회 사무국장)의 진행으로 문학과 예술의 깊은 교류가 이어진 이번 행사는, 한 해 동안 한국문학이 어떤 고민을 거듭했고 어떤 성취를 이뤄냈는지 조명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초겨울의 차가운 바람과 달리, 행사장은 오랜 창작의 길을 걸어온 문인들과 신예 작가들의 열정으로 따뜻했다. 정면 무대에는 "문학은 시대를 밝히는 등불"이라는 문구가 걸렸고, 문단 원로와 신진이 함께 어우러진 축하의 장이 이어졌다. "문학은 인간의 존엄을 회복시키는 힘" 이날 축사에 나선 다산 정약용 연구의 권위자이자 인문정신의 상징적 존재인 박석무 우석대 석좌교수는 문학의 본질적 사명과 시대적 역할을 다시 일깨웠다. 박 교수는 먼저 "문학은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자, 인간다움의 마지막 보루"라고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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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미래일보) 서영순 기자 =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진 '제2회 서울특별시한궁협회장배 어울림한궁대회'가 지난 11월 8일 서울 노원구 인덕대학교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서울특별시한궁협회가 주최·주관하고 대한한궁협회, 인덕대학교, 서울특별시장애인한궁연맹, 함께하는재단 굿윌스토어, 한문화재단, 현정식품 등이 후원했다. 이번 대회에는 약 250명의 남녀 선수와 심판, 안전요원이 참여해 장애·비장애의 경계를 넘어선 '진정한 어울림의 한궁 축제'를 펼쳤다. 본관 은봉홀과 강의실에서 예선 및 본선 경기가 진행됐으며, 행사장은 연신 환호와 응원으로 가득했다. ■ 개회식, ‘건강·행복·평화’의 화살을 쏘다 식전행사에서는 김경희 외 5인으로 구성된 '우리랑 예술단'의 장구 공연을 시작으로, 가수 이준형의 '오 솔레미오'와 '살아있을 때', 풀피리 예술가 김충근의 '찔레꽃'과 '안동역에서', 소프라노 백현애 교수의 '꽃밭에서'와 '아름다운 나라' 무대가 이어져 화합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후 성의순 서울특별시한궁협회 부회장의 개회선언과 국민의례, 한궁가 제창이 진행됐다. 강석재 서울특별시한궁협회장은 대회사에서 "오늘 한궁 대회는 건강과 행복, 평화의 가치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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