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국내 중앙일간지 중견 기자 J씨는 지난 2020년 재난구호‧모금 전문 민간단체인 전국재해구호협회(이하 협회)의 현 사무총장을 공격하는 기사를 작성했다.
J씨는 국내 자연재해 피해 구호금을 지원할 수 있는 유일한 법정 구호단체인 희망브리지의 현 사무총장 부임 이후 기존 직원들이 연달아 퇴사했다면서 그 배경에 그의 전횡이 있다고 주장했다.
협회 쪽은 J씨의 취재 과정에서 위와 같은 주장에 대해 "일부 퇴사 직원들의 일방적인 주장에 따른 것"이라며, "사실관계를 J씨에게 충분히 설명했지만 기사 논조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며 협회 쪽은 이 기사가 명백한 오보라는 입장으로, 현재 법적 구제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협회 측에 따르면 J씨에게 허위 제보를 한 것으로 추정되는 전 협회 직원 K씨 등의 재판 과정에서 두 사람이 10년 이상 친분을 다져온 것으로 드러났다. J씨 기사의 신뢰성에 물음표가 붙게 되는 지점이다.
본보는 J씨가 K씨를 구하기 위해 법원에 제출한 세 통의 탄원서를 바탕으로 J씨 기사의 진실성에 의문을 던진다.
탄원서 내용을 밝히기에 앞서 K씨가 어떤 인물인지 짚을 필요가 있다.
K씨는 J씨 기사가 공개될 무렵, 협회에서 징계 해고를 당했다. K씨는 당시 배우자가 운영하던 가게의 직원을 흉기로 폭행하고, 직장 내 괴롭힘을 일삼고, 이런 사정으로 대기발령을 받게 된 날 자신의 PC 내 파일들을 무단으로 삭제해 협회 업무를 방해한 점 등이 인정되어 8월경 해고되었다(J씨 기사는 인사위원회가 K씨에 대해 징계해고를 의결한 지 1주일 후에 보도된다).
K씨는 해고 이후 협회를 상대로 임금 체불과 부당해고로 협회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또 이 시기를 전후해, 인터넷 유튜브, 중앙일간지의 섹션지, J씨가 속한 매체 등을 통해 협회와 사무총장을 비방하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유관기관 관계자들과의 대화를 상대방 동의 없이 녹취‧보관해온 K씨 협회 쪽은 비방 기사들이 K씨, 그리고 그와 어울려 지냈던 전직 직원들이 무단 녹취한 파일들을 앞뒤 맥락을 잘라내 제보한 내용에만 의존해 작성됐다고 파악하고 있다.
특히 "K씨는 십 수 년 가까이 전임 협회 회장을 비롯한 동료와의 대화, 유관기관 관계자들과의 대화를 상대방 동의 없이 녹취‧보관해왔음이 K씨의 PC를 포렌식 하는 과정 등에서 밝혀졌다"고 협회 쪽은 설명한다.
J씨는 K씨가 협회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두 소송과 PC 손괴에 따른 업무방해로 기소된 소송 등 총 3개 소송에서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두 사람의 친분은 이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들이 어떤 사이이고, 협회를 비방하는 기사가 어떤 배경에서 연달아 나오게 됐는지 살펴본다.
저는 (중략)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 안팎을 취재하면서 알게 되었고 그 후로도 재난, 안전 관련 기사를 쓸 때 그를 인용하는 등 알고 지내게 되었습니다. 그런 연유로 현장에서 재해 경험을 두루 쌓은 봉사 정신과 이타주의로 똘똘 뭉친 재난구호 전문가를 전국재해구호협회가 해고한 배경을 재판부가 알아주기를 바라면서 탄원서를 올리게 되었습니다.
K씨의 부당해고 소송 재판부에 J씨가 낸 탄원서의 내용이다. 탄원서에서 J씨는 K씨와 12년 된 지기임을 스스로 고백했다. J씨는 이어 이렇게 적었다.
전국재해구호협회의 무차별적이고도 억지, 고소, 고발, 해고의 이면에는 전국재해구호협회의 불법 행위를 고발한 언론이 있습니다. 제가 일하는 ◯◯일보와 ▲▲일보 등이 현재 재해구호협회와 현재 형사·민사 소송을 벌이고 있습니다. 김OO 씨에 대한 해고와 언론사와의 소송은 우리 언론 보도의 보복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협회 쪽은 "J씨가 쓴 H일보 기사와 C일보의 자회사 발행 격주발행 섹션지에 게재된 기사 모두 퇴사한 직원들의 일방적인 주장만을 바탕으로 해 모금단체인 협회의 신뢰성에 큰 타격을 받았다"라며 해당 언론사들을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협회 한 고위 관계자는 "오히려 30년 가까이 고위인사의 가족과 그 친구들로 구성된 기득권 세력이 새로운 회장과 사무총장의 부임하자 협회 내 입지를 잃고 하나둘 퇴사하게 되었고 그중 일부가 이에 앙심을 품고 거짓 제보를 일삼고 언론에서도 제대로 된 취재 없이 일방의 입장만을 보도함으로써 협회는 모금 단체에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신뢰성을 의심받았다"며 "언론자유는 너무도 중요하나 확인도 없이 사실과 다른 내용을 보도해 협회에 너무 큰 피해를 끼친 것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J씨가 K씨는 물론 C일보의 자회사까지 묶어 '우리'라고 표현한 부분은 K씨가 언론과 결탁해 협회를 공격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았나 싶은 의구심을 자아낸다.
협회 쪽은 "J씨가 기사와 탄원서 등에 제기한 협회의 불법 의혹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저는 불법과 편법을 넘나드는 전국재해구호협회의 작태를 지난해 여름 신문 지면을 통해 세상에 고발한 적이 있습니다. 비판 지점은 법정단체인 재해구호협회의 불투명한 운영이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천문학적인 규모의 성금을 모금한 후 그 돈을 적법 절차 거치지 않고 지출하거나, 사무총장 개인의 사사로운 이해관계에 따라 사업이 진행됐고, 거기에 이의를 제기하는 직원에 대해서는 폭언과 갑질 등 부당한 언사와 함께 보복 인사가 단행되었다는 내용입니다. 협회는 저를 명예훼손(형사)으로 고소했고 수사에서는 ‘혐의없음’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그러나 협회는 다시 민사소송을 걸어왔습니다. 그 재판은 현재 진행 중입니다.
협회 직원들은 “제보한 것으로 보이는 퇴직자들은 이미 코로나19 성금 모금 전에 퇴사했고, 이들이 재직 중에도 사업에 이의를 제기한 직원들조차 없었다”며 “코로나19는 지정 기부 사업이 대부분이라 ‘기부자의 의도’대로 집행되고 있을 뿐이다. 또한 업무가 급증해 총장의 폭언과 갑질은 있을 수도 없었다. 실무자가 사업을 할 뿐 사무총장은 아예 입찰 자체에 들어간 적도 없다”고 입을 모았다.
협회 고위 관계자는 "협회는 법과 내부 규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사업을 진행해 왔으며, 기부된 의류를 편취했다고 하는 주장도 옷을 기부한 업체와 주고받은 이메일과 기부증서를 통해 기자의 주장이 완벽한 거짓임이 드러났다"며 "현직기자인 J씨가 2년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K씨를 비롯해 협회에 앙심을 품은 사람들의 주장만을 신뢰하고 진실을 외면하는 행태가 아쉽다"고 말했다.
협회 관계자는 이어 "J씨는 자신의 기사 보도 후 약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심지어 자신의 언론사 후배로 일했던 기자에게 협회를 비방하는 기사를 계속해서 쓰게끔 한 것으로 보이는데, 2년여에 걸친 허위보도로 협회는 본연의 임무인 재난구호와 모금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모든 일의 시작으로 의심받는 K씨는 자신의 해고 사유 등을 감춘 채 서울 모 구청 자원봉사센터장직에 응모해 2년간 일하다가 최근 임기를 마쳤다.
재난 구호모금 전문기관인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는 1961년 전국의 신문사와 방송사, 사회단체가 힘을 모아 설립한 순수 민간단체이자 지난 2001년 재해구호법 개정으로 국내 자연재해 피해 구호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유일하게 권한을 부여받은 법정 구호단체다.
특히, 공익법인 평가 기관인 한국가이드스타가 발표하는 공익법인 투명성, 재무안정성 평가에서 4년 연속 최고등급을 받는 등 국민 성금을 투명하게 배분하며 집행해 높은 신뢰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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