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24 (화)

  • 구름많음동두천 0.2℃
  • 구름많음강릉 5.6℃
  • 흐림서울 1.3℃
  • 구름많음대전 1.7℃
  • 구름많음대구 4.8℃
  • 맑음울산 6.3℃
  • 구름많음광주 4.0℃
  • 맑음부산 7.6℃
  • 구름많음고창 1.5℃
  • 구름많음제주 7.5℃
  • 구름많음강화 -0.3℃
  • 흐림보은 0.3℃
  • 구름많음금산 1.6℃
  • 구름많음강진군 3.5℃
  • 맑음경주시 2.2℃
  • 구름많음거제 5.1℃
기상청 제공

[오피니언 칼럼] 최창일 시인, '귀뚜라미, 가을 첫줄'

귀뚜라미, '주변 온도에 따라 체온이 변하는 유일의 곤충'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로베르트 알렉산더 슈만(Robert Alexander Schumann, 1810~1856)은 작곡의 영감을 귀뚜라미를 통해 얻기도 했다. '어린이 정경'(1838년)를 비롯한 동요 곡들도 더러 있다. 슈만은 가을이면 귀뚜라미 소리를 들으며 작곡하는 것을 즐겨 했다.

공자는 수많은 곤충 중에 귀뚜라미에 유독 관심이 많았다. 공자는 제자들과 선학의 시를 편집한다. 시경에는 100여 종 곤충이 등장한다. 시경 국풍 132편, 당나라의 노래(唐風)에선 귀뚜라미(蟋蟀)를 소재로 한 시가 있다.

蟋蟀在堂(실솔재당) 귀뚜라미가 마루에 있으니
歲聿其莫(세율기모) 해가 드디어 저물었구나.
今我不樂(금아불락) 이제 우리가 즐거워하지 않으면
日月其除(일월기제) 해와 달은 가버린다.
無已大康(무이태강) 너무 편안하지 아니한가
職思其居(직사기거) 자신의 직책을 생각하여
好樂無荒(호락무황) 좋고 즐거움이 지나치지 않음이
良士瞿瞿(양사구구) 어진 선비가 조심할 내용을 담는다.

풀이하면 귀뚜라미가 처서를 맞아 집안으로 들어오면 한 해가 저문다. 귀뚜라미 소리를 듣고 게으름 피우지 말고 겨울 준비를 하자. 옷깃을 여미며 얌전하게 올바른 마음가짐을 해서 한 해를 잘 마무리하라는 내용이다.

비슷한 교훈에 '귀뚜라미가 울면 게으른 여인네가 놀란다'는 속담이 있다. 겨울을 나기 위해 부지런히 길쌈을 해야 할 여인네가 게으름을 피우다 가을을 알리는 귀뚜라미에 놀라 길쌈을 바삐 시작한다는 이야기다. 귀뚜라미를 한자어로 촉직(促織)이라 한다. 베를 짜는 것(織)을 재촉하라고(促) 우는 곤충이라는 뜻이다.

옛 이나 지금이나 시인들은 귀뚜라미를 시인의 귀뚜라미라 생각했다. 윤동주 시인의 동요 시, '귀뚜라미와 나와'를 보자.

귀뚜라미와 나와
잔디밭에서 이야기했다

귀뜰귀뜰
귀뜰귀뜰

아무에게도 알으켜 주지 말고
우리 둘만 알자고 약속했다

귀뜰귀뜰
귀뜰귀뜰

귀뚜라미와 나와
달 밝은 밤에 이야기했다

- 1938년,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중에서.

시는 천진하게 재미있다. 귀뚜라미가 쓸쓸하게 노래하는 분위기에 맞춰, 아무도 모르게 둘만 약속하자는 듯 속삭임이 들린다. 목사의 외손자로 기독교 가정에서 자란 윤동주 시인의 시편은 기도처럼 침잠(沈潛)하다.

도종환 시인, 나희덕 시인을 비롯한 무릇, 시인들이 귀뚜라미를 주제로 창작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음유시인이라는 안치환도 귀뚜라미 소재의 노래를 한다.

귀뚜라미는 지루한 여름철을 끝내고 찬바람의 첫 줄을 알리는 배달부로 생각한다. 아메리칸 인디언들은 귀뚜라미 소리로 주변의 온도를 짐작했다는 기록도 있다. '귀뚜라미는 가난한 자의 온도계'라는 미국 속담도 있다.

귀뚜라미는 단순, 구전이나 전해 내려오는 신비의 곤충에 그치지 않는다. 1897년 미국의 물리학자 아모스 돌베어(Amos Dolbear, 1837~1910)가 한 학술지에 '온도계 귀뚜라미'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우는 횟수로 온도를 측정, 놀라울 만큼 정확하다는 통계를 보였다.

14초 동안 우는 횟수에 40을 더하면 화씨온도가 나온다. 예를 들어 귀뚜라미가 14초 동안 35회 울었다면 화씨온도는 75도이고 이것을 섭씨로 환산하면 24도 정도가 된다는 것이다.

귀뚜라미는 지구상에 나오는 곤충 중에 주변 온도에 따라 체온이 변하는 유일의 곤충이다. 그래서 가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린다. 귀뚜라미는 매미와도 다르게 날개를 비벼서 소리를 낸다.

온도가 높아지면 울음소리의 빈도는 더 높아진다. 귀뚜라미는 인간이 생활하기에 적합한 온도인 섭씨 24도일 때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 공자를 비롯한 선조들은 귀뚜라미를 가장 영리한 곤충이라 여겼다. 음력 7월이면 어김없이 나타나 계절의 변화를 알려주는 '가을 전령' 역할을 톡톡히 하기 때문이다.

귀뚜라미 울면 가을 첫 줄도 내려앉는다. 열매들의 가을걷이 노래 부른다. 산 넘어오는 바람이 우릴 헹구면 마른 잎 한 장마다 이별의 노래 부른다. 가을은 귀뚜라미 소리에 전신을 흔들며 붉은 노래 부른다. 차가운 시간에 맞서 내 영혼에 가여운 달빛의 노래를 불러준다.

. - 최창일 시인(이미지문화학자, '시화무' 저자).
배너


배너
배너

포토리뷰


배너

사회

더보기
광복회 "김형석 전 독립기념관장 해임, 만시지탄이지만 적극 환영"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광복회(회장 이종찬)가 김형석 전 독립기념관장의 해임에 대해 "만시지탄이지만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광복회는 20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해임은 그동안 독립운동 정신을 선양해야 할 위치에서 오히려 독립운동을 부정하고 폄훼해 온 자에 대한 당연한 귀결"이라며 이같이 평가했다. 광복회는 이어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자들에 대한 준엄한 역사의 심판"이라며 "피로 쓰인 역사는 결코 혀로 덮을 수 없다는 역사 정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명은 김 전 관장이 독립기념관을 "종교시설로 사유화했다"고 비판하면서, "일제하 한국인의 국적은 일본이었다는 발언으로 대한민국 정부의 일관된 입장을 부정해 왔다"고 주장했다. 또한 "광복절에 '해방은 연합국의 선물'이라는 발언을 하는 등 독립기념관장으로서의 자질과 품위를 실추시켜 왔다"고 지적했다. 광복회는 이번 조치를 "독립운동을 끊임없이 깎아내리고 민족혼을 말살해 온 뉴라이트 세력 몰락의 시작"이라고 규정하며,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한 관련 세력이 완전히 소멸될 때까지 역사 정의 실천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전 관장의 해임을 둘러싸고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평가가

정치

더보기
촛불행동 "민주당·조국혁신당, 조희대 탄핵 당론 채택하라"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시민단체 촛불행동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무기징역 선고와 관련해 "내란 단죄가 미흡하다"며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을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당론으로 채택할 것을 촉구했다.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는 20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표한 입장문에서 "지난 19일 윤석열에 대한 무기징역형 선고는 내란세력을 비호하는 판결"이라고 주장하며, 조희대 대법원장이 사법부를 이끌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내란에 대한 엄중한 단죄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조 대법원장 탄핵 추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법원은 19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사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내란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사형 대신 무기징역을 택했다. 이에 대해 촛불행동은 "국민적 법감정에 부합하지 않는 판결"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김 대표는 입장문에서 조 대법원장이 내란 사태 당시 사법부 운영과 관련해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며, "사법개혁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조 대법원장 탄핵을 당론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촛불행동 측은 일부 야권 의원들이 이미 '조희대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