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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대전 봉국사 주지 현원 합장

禪을 위해 온 몸 바쳐 태워버리는 감로향처럼

대전광역시 유성구에 위치한 ‘봉국사’는 ‘구룡사’(서울 양재동 소재)의 정우 스님이 20여 년 전 창건한 사찰로 대전광역시 유형문화재 제52호로 지정된 ‘아미타불회도’로도 유명하다. 이곳의 주지 소임을 맡고 있는 현원 스님은 12세에 표충사로 입산한 이후, 2000년부터 2011년까지 분당 ‘연화사’ 주지를 역임하며 2003년, ‘아름다운 향기가 남을 때까지’라는 수행에세이를 출간하기도 했다. 2012년, 봉국사의 주지로 임명된 현원 스님은 여러 법회를 통해 불교와 삶의 진리를 속인들에게 일깨워주고 있다.
 

현원스님3.jpg


불교 신앙의 뜻이 고스란히 담긴 탱화, ‘아미타불회도’
 
대전 시내에 오롯이 들어앉은 ‘봉국사’에는 2013년, 대전시에서 문화재로 지정한 ‘아미타불회도’라는 탱화가 보존돼 있다. 일제강점기에 그려진 탱화인 ‘아미타불회도’는 중앙에 본존인 아미타불을 중심으로 좌우에 관음보살과 지장보살의 삼존상이 전면에 크게 자리하고 있다.

 

아미타불은 연화좌 위에 결가부좌 하고 앉아 오른손은 들어 엄지와 중지를 맞대고 왼손은 내려 엄지와 중지를 맞댄 손 모양을 하고, 붉은색 법의를 입고 있으며, 원형의 후광이 비치고 있다. 가슴에는 ‘卍’자가 그려져 있고, 그 아래 목걸이를 착용한 점이 특징이다. 
 

봉국사 1.jpg


왼쪽에 있는 관음보살상은 머리에서 어깨로 흰 두건을 늘어뜨리고 있는 백의관음이며, 탱화에서 전통적으로 그려지는 형상으로 왼손에 목이 긴 물병을 받쳐 들고 오른손에 버들가지를 잡은 채 연화좌 위에 앉아 합장하고 있다. 오른쪽에 있는 지장보살상은 녹색 장삼 위에 붉은 법의를 입고, 무릎 위에 모은 두 손으로 불꽃 모양의 구슬을 들고 있다.

 

이 지장보살상은 일반적인 지장보살상과 달리 머리에 관을 쓰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문자가 없던 2500여 년 전, 석가모니가 도달한 완전한 열반인 ‘니르바나’의 가르침을 전하기 위해 만들어진 탱화. 풍성했던 한국 불교문화에서 탱화는 종교적 그림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탱화는 종교적 깨달음을 담는 도구인 동시에 불교문화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역사라 할 수 있다.

  

봉국사 전경.jpg


속인들의 번뇌로 고통 받는 마음을 어루만지는 감로향이 되기 위해
 
불교 미술의 꽃이라 불리는 탱화의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보존된 봉국사에서 주지의 소임을 맡고 있는 현원 스님은 이곳 포교당에서 삶에 대한 깊은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 모든 이들을 평안하게하기 위해 이 세상에 오신 부처님의 뜻을 설파하며, 속인들에게 삶의 진리와 행복의 의미를 일깨워주고 있는 것이다.

 

현원 스님은 불심이 깊었던 속가 아버지의 권유로 12살 어린 나이에 동진 출가해 통도사의 불교학교인 강원을 마쳤다. 스님은 ‘불전에 시주한 아들’이라는 속가의 어머니 말씀이 서운하기도 했지만 하루빨리 성불하는 것이 효도란 생각에 수행에 전념했다. 이후 13안거를 성만하고, 8년간 토굴 수행에 정진해 온 스님은 포교당에서는 포교나 염불이 수행과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봉국사 간판. 북 카페.jpg


스님은 ‘아름다운 향기가 남을 때까지’라는 저서를 통해 “머리 깎고 사는 것만이 출가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지금껏 살아오며 마음으로 지어놓은 아집과 자존심, 쌓아올린 수행이 무너질까 전전긍긍하는 집착에서 벗어나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출가라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습니다.”라며 출가의 새로운 의미를 전하고 있다.

 

10여 년 동안 주지의 소임을 맡아 ‘연화사’를 지키고 수행하며 저술한 ‘아름다운 향기가 남을 때까지’는 현원 스님이 대전 도심 속 포교당에서 불자들을 만나며 체득한 삶의 가치와 철학을 아름다운 언어와 따뜻한 이야기로 풀어낸 책이다. 동진 출가한 12살, 그 시절에 방황했던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을 시작으로 선한 목표를 가지는 삶,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함으로써 비로소 알게 되는 용서의 참뜻, 매순간 수행으로 살아낸 삶의 진정한 회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봉국사 5.jpg


나는 때때로 향나무가 되어 선을 위해 온 몸 바쳐 태워버리고 온 세상을 우리 몸에서 나    는 향 내음으로 가득 차게 만들고 싶습니다. 한 번 맡기만 하면 마음이 청정해지고 모든    번뇌를 가라앉히는 감로향이 되고 싶습니다.

 

‘아름다운 향기가 남을 때까지’ 중에서

 

바로 이 글에 현원 스님의 깊은 뜻이 담겨 있다. 이렇듯 향나무처럼 아름다운 향기로 남아 세상 모든 이들의 번뇌를 씻겨주기 위해 이 책을 펴냈고, 여러 법회를 열어 속인들의 번뇌로 고통 받는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이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번뇌를 통찰하라
 
포교당에서 20년 넘게 부처님의 뜻을 전하고 있는 현원 스님은 아직도 많은 이들이 번뇌로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며 크나큰 책임감을 느낀다.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뜻이 모든 이들을 평안하게 하기 위함인데 아직도 많은 이들이 번뇌와 고통 속에 살고 있습니다. 만인이 행복하려면 종교와 정치가 바로 서야 합니다.

사실 종교와 정치는 많이 닮아 있죠.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정치인데 좀 더 풍족한 의식주를 마련하기 위해 정치인을 뽑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정신을 건강하고 풍요롭게 하기 위해 종교가 필요한 것인데 물질주의적 세태에 맞서 제대로 정신을 치유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자괴감이 들기도 합니다.

경제적으로 부유해지는 만큼 정신적으로 성숙해져야 하는데 현재 우리는 마치 몸만 큰 아이와 같습니다. 현대사회는 이 세상 모든 것이 돈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생활의 모든 것이 돈으로 귀결되고 있죠. 이런 현실 속에서 고통 받는 이들을 종교가 위로해주지 못하고, 종교지도자로서 소명을 다하지 못해 그저 죄송할 따름입니다.”라는 스님의 말씀에서 깊은 고뇌가 느껴진다.


 현원 스님은 번뇌에서 벗어나려면 우선 번뇌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꿰뚫어봐야 한다고 말한다. 스님은 “경제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아무리 힘들지라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을 절대 잊어선 안 됩니다. 그리고 우리들의 번뇌는 대부분의 경우, 지나간 과거나 먼 미래에 대한 것이라는 걸 깨달아야 합니다. 시간적으로 또는 공간적으로 멀리 있는 것들에 대해 번뇌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죠.

하지만 되돌릴 수 없는 과거나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고민한다한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저 지금 현재에 충실할 뿐이죠. 그래서 지난 과거나 먼 미래보다 지금 있는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한 겁니다. 지금 당장 마음이 아프고 힘들더라도 숨을 한 번 깊이 들이쉬고 생각을 가다듬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합니다.”라고 전했다.
 
 마음의 치유와 사회사업을 함께해야

 

 스님은 포교당에서 신도들과 직접 부딪히며 모든 이들을 평안하게하기 위해 이 세상에 오신 부처님의 뜻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스님은 “저는 포교원에서 열심히 진리를 전하는 것을 수행으로 삼고, 토굴의 스님들은 참선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 것을 수행으로 삼습니다.

이 둘은 겉으로 보기엔 달라 보이지만 하나의 인연으로 묶인 같은 수행의 다른 모습일 뿐입니다.”라며 포교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보였다. 이러한 신념으로 현원 스님은 초하루 법회, 보름 법회, 일요 법회 등 여러 법회를 열어 불교와 삶에 대한 깊은 깨달음을 전할 뿐 아니라 불교대학 과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현원 스님은 마음의 치유뿐 아니라 현실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북 카페와 무료 미용실을 운영하는 등 많은 사회사업을 펼치고 있다. 스님은 “불교계도 사회사업 면에서는 좀 더 현대적으로 변화해야 할 때입니다. 무작정 도와줄 것이 아니라 어렵고 힘든 이들에게 현실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제공해야 합니다.

그래서 봉국사에서는 기초수급자나 차상위 계층을 위해 공양미를 모아 주민 센터에 전달하기도 하고, 이들을 위한 무료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봉국사에서 운영하는 북 카페의 수익금으로 염색약이나 퍼머약 등 미용 재료를 구입하고 있죠. 북 카페는 주부들이 자원봉사를 해주셔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라고 소개했다.

 

“이 세상 모든 생명은 행복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스님은 봉국사 북 카페에서 직접 커피를 볶는다. 스님은 커피를 볶을 때도 행복하다고 말한다. “커피는 종교 수행자들이 마시던 음료입니다. 오랫동안 잠을 자지 않고 수행해야하는 수행자들이 잠들지 않는 약으로 마시던 차가 바로 커피죠. 저는 북 카페에서 커피를 볶으면서도 행복합니다. 커피를 마시며 즐거워할 이들의 모습을 떠올리면 절로 행복해집니다.”라며 커피 향처럼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종교인으로서 가장 낮은 곳에 임하며, 아무 가진 것 없이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느끼는 현원 스님은 행복은 ‘소욕지족’에 있다고 말한다. 불교의 가르침인 ‘소욕지족’은 ‘작은 것에 만족하라’는 뜻이다. 스님은 “저는 종교인으로서 가진 것이 없어야 합니다. 물론 종교인이 아닌 사람들은 아무 것도 없이 살 순 없죠. 하지만 불교의 가르침대로 작은 것에 만족할 줄 알아야 합니다. 작은 것을 갖고도 만족하고 고마워할 줄 알면 늘 행복합니다. 모두 행복하십시오. 이 세상 모든 생명은 행복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미루지 말고, 지금 있는 이 순간이 행복할 수 있도록 지금 나름의 행복을 자신의 일상에서 찾으십시오. 행복이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늘 내 안에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5월 25일, 부처님오신 날이 머지않았다. 부처님이 이 세상에 오신 뜻 그대로 이 세상 모든 이들이 평안하기를, 현원 스님의 말씀대로 마음의 여유를 갖고 작은 것에 만족하고 고마워하며 행복해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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