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당국자는 한일정상회담 이후 일본 측의 태도 변화 유무에 대해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면서도 "조금씩 목표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협의를 가속화하기로 합의했고, 정상회담이 끝난 지 9일만에 협의를 시작했으니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평가했다.

이날 협의에선 일본 측의 ‘언론 플레이’ 행태에 대한 우리 측의 강한 유감 표명도 나왔다.
한 당국자는 “정상회담 직후부터 일본 측에서 부정확하고 왜곡된 보도가 나왔다”면서 “외교의 정도를 벗어난 것으로 우리로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고질적인 행태는 일본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훼손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국제사회에 일본 외교 행태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이시카네 국장은 특별한 반응은 보이지 않고 묵묵히 듣기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난 2일 한일정상회담 이후 일본 측의 언론 플레이 행태가 눈에 띄게 늘어나자 외교경로를 통해 우리 입장을 이미 한 차례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 변화가 없자 사실상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이날 오전에는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이 한 인터뷰에서 일본 측 행태에 대해 “외교의 정도를 벗어나는 행동”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일본 언론 보도 가운데 한일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가 주한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철거를 요구했다고 하는 것 등을 포함한 상당수가 부정확하거나 사실과 다르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날 국장급협의에선 일본 측이 명시적이지는 않지만 비슷한 취지의 요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시카네 국장도 이날 협의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문제(군위안부 문제)가 일한관계 발전에 장해가 되고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서로 다른 입장 속에서 접점을 찾는 노력을 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아울러 이날 협의에서 우리 측은 한일 정상회담 이후 비공개하기로 한 일부 대화가 일본 언론에 잇따라 보도된 데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7일 박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의 법적 책임 인정을 요구하자 아베 총리가 "안 되는 것은 안돼"라고 발언한 대목을 보도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도 10일 아베 총리가 박근혜 대통령와의 비공개 단독회담에서 위안부 소녀상을 철거해 줄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신문은 아베 총리가 단독회담에서 일본 국민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느끼고 있는 것을 솔직히 이야기하겠다는 취지로 "(대화 내용은) 발설하지 않기로 하자"고 말한 부분까지 구체적으로 다루면서 협상을 앞두고 여론몰이에 나섰다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일본 측은 이날 위안부 소녀상의 철거와 위안부 문제의 '최종 해결 보장'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측은 일본 측의 소녀상 철거 요구에 대해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하는 것으로 정부에서 관여할 수 없다"면서 "위안부
문제가 잘 해결됐으면 이런 일이 일어났겠느냐"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은 한국 법원의 강제징용 노동자 배상 판결, 산케이
신문 기자 기소, 일본산 수산물 수입 규제, 한국 절도단이 훔쳐온 불상 반환 등의 문제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협의를 토대로 15일부터 시작되는 주요
20개국(G20)·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아세안+3·동아시아정상회의 등 다자 정상회의에서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 간의 추가 협의
가능성이 관측되지만, 정부 당국자는 "오늘 그런 협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이날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이 기금 확충을 통한 인도적 조치를 검토한다는 관측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제시할 해결안이 있느냐는 물음에 "어떤 것도 전혀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문제 해결을 위해 피해자를 위한 재정 지원 확충 등 인도적 조치를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오는 상황 등과 관련해 이같이 답변하고 "위안부 문제가 일한 관계의 발전에 영향을 주는 것이 사실이므로 우선 국장 사이에 타결을 향해 협의를 거듭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가 관방장관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협의가 연내 타결될 가능성에 관해서는 "어디까지나 가능한 한 조기에 해결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