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김민정 시인의 '심포리 기찻길'
심포리 기찻길 - 김민정 시인 기찻길 아스라이 한 굽이씩 돌 때마다 아카시아 꽃내음이 그날처럼 향기롭다 아버지 뒷모습 같은 휘굽어진 고향 철길 돌이끼 곱게 갈아 손톱 끝에 물들이고 새로 깔린 자갈밭을 좋아라, 뛰어가면 지금도 내 이름 부르며 아버지가 서 계실까 ■ 시작노트 심포리 기찻길은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심포리에 있는 철길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골이 깊다고 하여 짚은개(깊은개의 사투리)라고도 부르는 심포리는 최민식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꽃 피는 봄이 오면'의 촬영지 도계 부근이다. 강원도의 오지 심심산골에 있는 심포리 기찻길, 이곳에 기차가 다니지 않았다면 얼마나 더 오지였을까? 태백산이 가까운 동네, 태백산맥의 줄기이기도 한 이곳은 대한석탄공사 도계광업소가 있던 곳과 가까워 석탄이 많이 나는 탄광지대이기도 했다. 도계에서 서울로 가자면 이곳 심포리를 통과해야 하므로 이곳에 기찻길과 신작로가 일찍부터 있었던 것이다. 철도공무원이었던 아버지는 퇴직을 하시고도 기찻길 옆에 집을 짓고 살았다. 때문에 늘 기적소리를 들어야 했고, 학교를 가자면 기찻길을 따라 걸어야 했다. 마을 사람들도 기찻길 옆의 길을 통해 다른 마을로 가거나 가까운 시장에 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