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21 (일)

  • 맑음동두천 25.8℃
  • 구름조금강릉 27.3℃
  • 맑음서울 26.6℃
  • 구름많음대전 25.0℃
  • 흐림대구 22.6℃
  • 흐림울산 23.8℃
  • 구름많음광주 24.8℃
  • 흐림부산 27.2℃
  • 구름조금고창 25.2℃
  • 제주 24.5℃
  • 맑음강화 25.7℃
  • 구름많음보은 24.4℃
  • 구름많음금산 25.9℃
  • 구름많음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2.1℃
  • 구름많음거제 25.3℃
기상청 제공

[오피니언 칼럼] 최창일 시인, '향유와 탈주의 시인, 에밀리 디킨슨'

견고한 절편의 균열로 시작하여 탈주와 재 영토화를 거쳐 마침내 성공적인 탈주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준 디킨슨의 시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새벽이 언제 올지 몰라,/ 문을 모조리 연다,/ 새벽은 새처럼 깃털을 가졌을까,/ 아니면 해변처럼 파도가 칠까 -(소네트 1619번)

에밀리 디킨슨(Emily Elizabeth Dickinson)은 지상의 하루를 새로운 기대와 기쁨으로 여는 시인이다.

소네트 1619번에 새벽을 주제로 한 시편은 명징하다 못해 없는 새벽 소리가 만들어져 들린 듯하다.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로 한국 독자에 인사를 나눈 버지니아 울프는 에밀리 디킨슨을 들어 미국 역사상 위대한 여성 시인이라 했다.

에밀리 디킨슨은 1830년 12월 10일 미국 매사추세츠에서 태어나 1886년 5월 15일 별에 갔다. 살아생전, 시집을 낸 적이 없다. 별에 떠난 이후, 주변인들에 의해 전해지는 소네트 시들이다.

디킨슨을 들어 내면으로는 아무도 모르게 침잠하는 시인이라 평가하여 주기도 한다. 지상의 환희를 모아다, 사람에게 선물하고자 한 디킨슨이다.

디킨슨 생애의 문학을 들추면 한국인의 상징, 모시 적삼을 입는 여인네로 그려진다. 에밀리 디킨슨은 웰트 휘트먼과 더불어 미국 19세기의 대표적인 시인이다. 미국의 청교도 정신, 공동체적 삶의 정신을 휘트먼이 그렸다면, 디킨슨은 심장에 가까운 내면을 파헤친 시인이다.

1886년 디킨슨이 별에 간 이후 사람들은 그를 수줍음이 많은 하얀 옷을 즐겨 입은 시인, 괴팍한 시인으로 기억하였다. 셰익스피어가 괴테에 의해 사후 200년이 지나서 평가를 받듯 1970년에 디킨슨에 대한 새로운 평가가 독자에게 배달되었다. 리처드 B, 학자에 의해서다. 리처드 B. 학자를 디킨슨의 연구학자로 불린다.

그뿐이 아니다. 전기와 페미니스트 비평가들의 디킨슨에 대한 재평가로 새로운 디킨슨으로 조명이 되기 시작했다. 디킨슨은 서툰 하루를 싱싱하게 바꿔주는 시인으로 본 것이다.

멋진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들이다. 디킨슨은 우연히 본 꽃송이, 길에서 마주친 개와 고양이와 대화를 나눈 시인이다. 동네의 어구에서 쿠키를 먹고 있는 아이와 눈인사를 하는 시인이다.

괴팍함과는 거리가 멀다. 시를 공부하며 상냥한 커피잔 안에 눈동자를 바라보는 천진의 시인이었다. 신중하게 사람을 만나고 시간 낭비를 하지 않았다. 은둔이 있었다면 자신의 시와의 교류의 시간이었다. 디킨슨은 병적인 수줍음이 아니라 쾌활의 아침 문을 여는 주체적이고 여성적이라 평하는 것이 옳다.

2016년에는 그녀의 생애를 다룬 영화 ‘조용한 열정’이 만들어졌다. 2017년 11월 한국에서 상영되었지만, 흥행기록은 남기지 못했다. 영화에서 그려진 디킨슨은 가부장적인 아버지 밑에서 부족함이 없이 자랐다.

시집갈 나이에 시를 쓰겠다고 신문사에 투고한 시가 당선됐다. 아버지는 집안을 망신시킨다며 불같이 화를 냈다. 19세기의 미국이나 동양이나 아버지가 딸에 대하는 모습은 비슷하다. 딸 가진 아버지는 딸을 이긴 법이 드물다. 에밀리는 계속 시를 썼다.

에밀리는 정원을 가꾸는 일을 좋아했다. 우리나라 시금치라는 출판사에서 <에밀리 디킨슨, 시인의 정원>의 책이 2021년 출간되기도 했다. 에밀리는 평생 정원을 가꾸며 시를 만들었다. 미국에는 에밀리의 박물관도 있다.

시인은 죽음에 관한 시도 많이 만들었다. 시인이 보는 죽음은 새로운 시작으로 보았다. 신학교에 들어갔지만, 믿음이 생기지 않아 그만두었다고 한다. 그래도 신앙심은 깊었기에 내세에 관한 생각이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디킨슨의 시는 견고한 절편의 균열로 시작하여 탈주와 재 영토화를 거쳐 마침내 성공적인 탈주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준다.

춤추는 눈송이를/ 실내화를 신고 도시로 뛰어 내려오는 눈송이를 세다가,/ 그 반란자를 표현하려고/ 연필을 집어 들었네./ 눈송이는 점점 더 신이 나서 춤을 추었고/ 내가 점잖은 척하길 포기하자,/ 한때 품위를 지키던 내 열 발가락이/ 지그를 추려고 늘어섰네! -(소네트 36)

시인은 단순한 눈송이에 매료되어 즐기는 것이 아니다. 견고한 정체성이 해체되고 화자 자신이 눈송이와 같은 속도로 움직임을 갖게 된다. 에밀리는 눈송이 하나에서 빠름과 느림과 관계를 강렬한 잠재성의 힘을 보여주는 시인이다.

- 최창일 시인(이미지 문화학자)

i24@daum.net
배너


배너
배너

포토리뷰


배너

사회

더보기
(사)독도사랑운동본부 '독도의 비밀'을 주제로 부천 어린이집 2곳에서 독도강연 진행 (서울=미래일보) 이연종 기자=(사)독도사랑운동본부(총재 노상섭)는 오는 10월 25일 독도의 날을 앞두고 지난 17일 부천 삼성어린이집과 범박 어린이집 두곳을 찾아 90여명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독도의 비밀’을 주제로 독도 강연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찾아가는 독도 홍보 캠페인'은 독도사랑운동본부가 매년 국내외 어디든 독도를 홍보하고 교육하기 위해서 진행하고 있는 독도 홍보 캠페인 중 하나로 이번에는 부천 삼성어린이집과 부천 범박어린이집 두곳의 신청으로 이루어졌다. 조종철 사무국장이 직접 어린이집 4~6세까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독도의 생성의 비밀과, 독도 강치 이야기, 독도의 생일 알아보기, 독도 퀴즈등의 다양한 주제로 아이들의 맞춤형 눈높이 강연으로 어린이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 냈다. 어린이집 관계자는 "사실 어린이 교육이 훨씬 더 힘들고 비용부분으로 인해 외부 강사 초청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라며, "아이들이 재밌어 하고 즐거워 하는 모습에 뿌듯했으며, 바쁘신 와중에도 아이들과 함께 해 주신 조종철 사무국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고 밝혔다. 조종철 사무국장은 "독도의 날을 맞이하여 다양한 독도 홍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와중에도 어린이들의

정치

더보기
김동연 경기도 지사, '평화에너지 프로젝트' 등 3대 평화경제전략 제시 (수원=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9일 파주 캠프그리브스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7주년 기념식'에서 '평화에너지 프로젝트'를 비롯한 3대 평화경제전략을 제시하며 "경기도가 한반도 평화 번영의 길을 든든히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기념사에서 "김대중 정부가 재탄생의 계획을 세우고, 노무현 정부가 터를 닦은 이곳 캠프그리브스에서 이재명 국민주권정부로 평화의 바통이 건네졌다"며 "평화경제를 위한 당장 실천 가능한 세 가지 전략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첫째는 '평화에너지 프로젝트'다. 김 지사는 "문재인 정부의 'DMZ 내 솔라파크' 조성과 최근 기본사회지방정부협의회의 '평화에너지벨트' 구상과 맞닿아 있다"며 "DMZ와 접경지에 대규모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반도체·AI 산업에 전력을 공급하고, 접경지역과 경기 북부 주민들과 그 혜택을 공유하겠다"고 설명했다. 둘째는 경기북부 평화경제특구 내 기후테크 클러스터 구축이다. 김 지사는 "평화경제특구에 기후테크 스타트업과 유망기업을 집중 육성해 경기북부를 대한민국 기후경제의 선도지역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평화경제특구는 경기·인천·강원의 15개 기초지자체를 대상으로 지정되며, 고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