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21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을 두고 여야가 극한 대치를 거듭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15일 국회 본회의에서 6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했다. 민주당이 상임위원장 표결을 강행한 데 반발해 미래통합당은 본회의 표결에 불참하고, 주호영 원내대표와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본회의 직후 사의를 표명했다.
민주당은 오는 19일 본회의를 열어 나머지 상임위원장을 선출하겠다고 밝혀 원구성 문제를 둘러싼 여야 대치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는 이날 오후 6시 본회의를 열고 전체 18개 상임위원회 중 법제사법위 등 민주당 몫으로 배정한 6개 상임위원장 선출 안건을 표결에 부쳤다. 통합당이 상임위원장 선출에 필요한 자당 소속 상임위원 명단을 내지 않자 박병석 국회의장이 강제 배정 조치했다.
이날 표결에는 민주당, 정의당, 열린민주당, 시대전환, 기본소득당 등 범여권 의원 187명이 참여했다. 국민의당 소속 3명은 불참했다. 개원 국회에서 제1야당의 불참 속 상임위원장을 선출한 것은 1967년 이후 53년 만이다.
투표 결과 21대 국회 첫 법사위원장에는 윤호중 사무총장(4선)이 선출됐고, 기획재정위원장 윤후덕(3선), 외교통일위원장 송영길(5선), 국방위원장 민홍철(3선),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 이학영(3선), 보건복지위원장 한정애(3선) 의원이 선출됐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여야가 합의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부 상임위부터 구성하게 된 점은 매우 유감스럽다"면서도 "일주일 동안 본회의를 두 차례나 연기하며 협상을 촉구했고 스스로 깊은 고뇌의 시간을 가졌으나, 국민과 국익을 위한 길이라면 감당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에 의사진행 발언을 위해 본회의에 나온 주호영 원내대표는 "1948년 제헌 국회 이래 국회에서 상대 당 상임위원들을 동의 없이 강제 배정한 것은 헌정사에 처음"이라며 "오늘은 역사에 국회가 없어진 날이고, 일당 독재가 시작된 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18개 상임위원장을 다 내놓겠다"고 말하고 본회의장을 나섰다.
이어 열린 의원총회에서 주 원내대표는 "지금까지 제1야당이 맡아왔던 법제사법위를 못 지켜내고 민주주의가 이렇게 파괴되는 걸 막아내지 못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고 밝혔다.
박 의장은 상임위원장 선출 후 남은 12개 국회 상임위원회 구성을 위한 본회의를 19일 열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당장 16일부터 모든 상임위를 가동하고 이번 주 안으로 원 구성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주 원내대표의 사퇴로 통합당 원내대표 자리가 공석이 됨에 따라 향후 원 구성 관련 논의를 진행하기 어려워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당 입장에서는 남은 상임위원장 선출 등을 두고 협상할 수 있는 상대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국 파행 장기화를 감수하고 사실상 단독으로 나머지 상임위를 구성하느냐, 아니면 통합당의 협상 복귀를 기다리느냐는 갈림길에 놓이게 됐다.
한편 이날 통합당은 본회의장 문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의회독재’ 민주당은 각성하라”고 규탄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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