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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흥규 시인의 시집 '기다리는 것은 가면서 온다'

(서울=미래일보) 정정환 기자 = 요즘 발간돼 인기를 모우고 있는 전흥규 시집 '기다리는 것은 가면서 온다'는 故 최하림 시인의 시정신(詩精神)을 기리는 안식(安息)이란 기치를 내건 ‘하림 시인선’의 둘째 권 시집이다. 전흥규 시인의 첫 시집인 '기다리는 것은 가면서 온다'는 시인이 오랫동안 품어온 시어들을 잔잔하게 풀어 놓은 시(詩)집이다.

전흥규 시인은 1961년 충남 예산에서 태어나 공주에서 성장했다.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전 시인은 신경숙‧김선영 소설가, 황인숙‧조용미‧윤희상 시인 등과 동기이다. ‘풀밭’ 동인으로 활동했으며, 계간 '문장 21'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사)우리시진흥회 회원이다.

전 시인은 시집 작가의 말에서 "자신의 그림자는 자신의 뿌리에서 시작되어 밟아 누를 수도, 밟고 딛을 수도 없다. 늘 그림자는 나에게서 시작되고, 나에게로 되돌아왔다. 밟히지도 않는, 밟을 수도 없는 그림자가 가슴 속에서 너무 시리도록 눈부시다”며 “이제 빛 조각 몇 꺼내 그림자를 잠시 숨겨본다"고 밝혔다.

시 '바람난 집'에서 시인은 산악인으로서 가정에 대한 마음을 “밖으로 떠돌다 돌아온 날 식구들은 나를 스쳐지나 찜질방 어디에 똬리를 틀고, 홀로 집을 지키는데 밤새 화들짝 놀라게 하며 문 두드려 나를 부르는 것들 있다 …너는 늘 너를 업고 살아 밤새 문을 두드리던 것들 따라 저 들판으로 산으로 달려 나가고, 오늘은 쉬 문을 열지 못하고 홀로 누워 있다 식구들 뒤로 닫힌 저 문에 갇힌 너는 이 집의 식구가 아니다”며 구상화처럼 그리고 있다.

시 '접힌 곳은 검다'에서 시인은 “접힌 모든 것은 금 따라 어두운 빛을 품는다 …그늘진 곳으로 횡단보도도 낼 수 없어 늘 월경을 꿈꾸고 외돈 마음까지 접혀 들면 짙은 어둠을 품어 습한 몸으로 나는 쉬 제 빛을 내지 못한 채 유행에 잡힌 옷깃에 꽁꽁 숨는다 스스로 가볍게 펴들지 못하는 검은 뇌와 심장을 꺼내 태어나는 것도 금에서라고 접고 또 접는다”며 풀기 힘든 숙제까지 제시한다.

시인은 '시간의 굴(窟)'이란 장시에서 우리의 슬픈 근현대사에 대해 “껍질 벗기러 갔다가 산 껍질이 된 마을 사람들, 그 시체더미를 덮은 하얀 시체들… 네 아버지는 지금 구들장 밑 고래에 숨어 있단다 입방정 떨지 말고 조심해! …여인네들은 양식이 없어 탄 나무껍질이라도 벗겨다가 풀떼기를 쒀 먹으려고 산으로 갔다가는 죽고, 나는 씨감자 덕에 살아 있다.

‥‥입구가 헐린 봉분(封墳)은 시커먼 어둠을 깊게 물고 있다 한 우두머리가 봉분 위에 서서 의식교육을 시킨다 소리는 들리지도 않는데 입술만 작두질 한다 ‥‥굴속에는 수십 구의 시체가 들려나간 자리로 마지막 한 구만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시체는 곱게 숨을 쉰다”며 응어리를 풀어놓고 있다. 시인은 '시간의 굴(窟)'을 통해 우리의 상처 난 민족 심성의 한을 풀어내고 싶었다고 말한다.

문학평론가의 논평을 들어 본다.

전흥규 시인의 시는 소시민적 일상에서 얻어낸 것들이다. 중심에서 밀려난 보잘것없고 힘겨운 일상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사유와 상상을 통해 시를 확장시키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시는 회색빛 음울한 색깔로 배치되어 있다. 요란스럽지 않고 차분하며 화려하지 않고 담백하다. 하찮은 사물도 의미 있게 만들며 평범한 일상도 깊이 있게 혹은 기발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오랫동안 묵혀 온 그의 첫번째 시집에서 그만의 독특한 발상과 사유의 세계를 엿볼 수 있다. (홍해리 / 시인)

시는 시인의 정신 질감 속에 들어 있는 자신만의 풍경을 그려낸다. 그러한 풍경은 시인이 상상하는 이미지가 유채색이냐 무채색이냐에 따라 감동의 진폭과 다양성이 달라질 수 있다. 전흥규 시인의 시는 쉽게 읽혀진다. 독자에게 던지는 메시지 속에 담긴 시적 발상이 단순하면서도 이미지를 극대화시키고 더 나아가 도식화의 틀을 벗어 던지는 시적 능력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래서 전흥규 시인의 시가 좋다. (최철훈 / 시인)

그의 작품들은 수준 높은 시적 상상력과 공감각적 이미지를 읽을 수 있다. 달리 말하면 그는 인간의 감각 기능을 상상력과 잘 버무려서 시적 이미지를 극대화해 놓을 수 있는 능력을 소유하고 있다. 톡톡 튀는 리듬과 공감각적 이미지에 자꾸 여운의 시선이 머문다. 시어의 조탁 능력과 기교가 참신하기 때문이다. (신기용 / 문학평론가)

명상과 산책은 고독한 자의 표상이다. 내성적인 내면세계를 가진 전흥규의 시에서 일관되게 볼 수 있는 것은 고독과 명상과 산책(그에게 산행이 되겠지만)의 불가분이다. ‘바람난 집’이 선정적이 아니라 사색적으로 읽히는 이유이다. 숙명적이고 비극적인 시적 대상들(‘기와에 박힌 새’)은 시적 화자의 방랑과 붙박이로서의 분열적 상황을 함께 겪으며(‘바람난 집’) 용소를 짓는 물길의 마음(‘용소 짓다’)으로 고양된다. 시는 난장과 고요를 한 얼굴에 지닌 표정이되, 윗물은 따라 남을 주고 아랫물은 자신이 마시는 슈퍼에고다. 그 지점에서 그의 고독은 발원한다. (이영숙 / 문학평론가, 추계예대 교수)

전흥규 시인은 사물의 현상이나 동태를 잘 살펴 현란한 수사와 기법이 없이도 담담하면서도 애절하게 또는 진솔하게 시를 조성해낸다. (박수빈 / 문학평론가, 상명대 교수)

전흥규 시인은 천상 시인이다. 문청 시절 이미 대학문학상 공모에 시와 평론이 당선될 만큼 뛰어났음에도 나대지 않고 꾸준히 작품을 쓰다가 뒤늦게 소리 소문 없이 등단했다. 등단 후에도 자신의 작품을 쓰는 것 외에 문단활동엔 뱔 관심 없이 지냈다. 남에게 아쉬운 소리도 못하고 어쩌다 문학 모임에 나가도 조용히 있다가 가면 그뿐이다. 아직까지 문단에 때가 묻지 않은 순수한 시인, 그의 첫 시집은 그의 품성만큼이나 진지하고 옹골차다. (이대의 / 시인)

<차례의 소개>
제1부 / 직립, 직립할 수 없는
사각형으로 된 / 변덕스런 말 / 강바위 / 직립, 직립할 수 없는 / 15년 전처럼 / 발천(發川) / 비의 집 / 집달팽이 집 / 나비춤 / 바람 잘 날 없는 바람은 / 소금지도 / 기다리는 것은 가면서 온다 / 다시 너에게로 / 외돌바위 / 빈자리는 나를 위선 떨게 하고 / 물 위를 걷다
제2부 / 접힌 곳은 검다
간극(間隙) / 겨울잠 / 순환기(循環期) / 오른쪽과 왼쪽 사이 / 진화의 방향 / 접힌 곳은 검다 / 명상(冥想) / 명동(明洞) / 늙은 소나무 / 헬멧 쓴 개울 / 나무 아래 누워 / 숲 깊은 그늘 / 개울에 들어간 풀 / 마른 변죽 울리기 / 미친 동백꽃 / 겨울 오리 
제3부 / 나는 나의 인연
질주 / 잠행 / 밭에서 / 화초 가꾸기 / 나는 나의 인연(因緣) / 두족류(頭足類)의 일상 / 길 위의 잠 / 나날의 초상(肖像) / 신 고려장 / 나비 / 거울 / 용바위 / 산문(山門) / 빈손 / 웃음 / 탈선 /
제4부 / 꽃, 문신
나의 낙타 / 계면활성 보고서 / 노는 남자 / 또 노는 남자 / 아가타 / 해태목(楷苔木) / 타는 낙엽을 바라보며 / 길 위의 죽음 / 앞길뒷길 / 강 1 / 강 2 / 강 3 / 강 4 / 꽃, 문신
제5부 / 희미한 기억의 저편
장미, 버림받다 / 정상에서 죽음을 맞다 / 밤, 고속도로 / 휘파람 속에는 슬픔이 잔다 / 한밤살이 집 / 허물 젖다 / 욕망의 레미콘 / 핑계 / 조바심 난 단풍나무는 / 오솔길 유혹 / 희미한 기억의 저편 / 여기는 비둘기 화장실 / 하구에서 / 울산바위 전설 / 한 계곡을 만들다 / 광화문 바람 깃 /
제6부 / 내가 가둔 너
안경 / 돌탑 / 지금 계곡에서는 / 바람난 집 / 이발하는 / 봄볕 / 비탈 / 기와에 박힌 새 / 저쪽 지평선 / 마룻바닥에서 / 개미 / 장미 / 내가 가둔 너 / 용소 짓다 / 불 / 낮잠 / 그 돌 / 다시 그 돌

제7부 / 나는 가끔 그곳으로 간다
모래톱에서 / 야간이동 / 죽음의 계곡 / 숨 / 구멍 / 대공원 / 나는 가끔 그곳으로 간다 / 모상 / 불면 그리고 불면 / 산사에서 / 초행 / 낙오 / 초록단풍 / 타협하다 / 지하철 연가 / 속, 지하철 연가 / 빌어먹을 나무 / 겨울 동물원 /
제8부 / 나무걸음
돌의 사랑 / 가을 편지 / 너를 묻다 / 밤이슬 / 새소리 / 산비를 만나다 / 빈집 1 / 빈집 2 / 빈집 3 / 나무걸음 / 상처 / 산길 / 귀향 / 관계 / 마음의 흐름 / 사모곡
장시 / 춤을 위한 시 시간의 굴(窟)로서 막을 내린다.

jhj0077@hanmail.net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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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인, 백두대간 품에 안기다…한국문인협회, '2025 백두대간 어울림한마당' 개최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초여름, 6월의 장맛비가 대지를 적시듯 전국 문학인들이 백두대간의 숨결을 따라 한자리에 모인다. 자연과 역사,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감을 문학으로 이어가는 '백두대간 어울림한마당'이 경북 영주에서 열린다. (사)한국문인협회(이사장 김호운)는 6월 20일(금)부터 21일(토)까지, 경북 영주시 일원에서 '2025 한국문학인 백두대간 어울림한마당'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백두대간의 역사와 생태, 문화유산을 문학적으로 조명하고, 전국 문학인 간의 교류와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됐다. 참가자는 한국문인협회 중앙 및 각 지회의 문인 120여 명으로 구성되며, 1박 2일 일정 동안 지역 문화유산 탐방과 문학 프로그램이 병행된다. 행사 첫날인 20일 오후에는 영주축협 대회의실에서 ‘어울림한마당’이 열려 자작 시 낭송과 문학공연, 친교의 시간이 마련된다. 이후 풍기온천 리조트에서 숙박을 하며 문인 간의 정을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둘째 날인 21일에는 한국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 국보 무량수전을 간직한 부석사, 그리고 정겨운 풍기 전통시장을 탐방한다. 이를 통해 참가자들은 선비 문화의 흔적을 되새기며 지역의 전통과
서울특별시한궁협회, '제1회 서울특별시한궁협회장배 세대공감 한궁대회' 성료
(서울=미래일보) 서영순 기자 = 서울특별시한궁협회가 주최·주관한 제1회 서울특별시한궁협회장배 세대공감 한궁대회가 지난 17일, 서울 노원구 삼육대학교 체육관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약 250명의 선수, 임원, 심판, 가족, 지인이 함께한 이번 대회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스포츠 축제로, 4세 어린이부터 87세 어르신까지 참가하며 새로운 한궁 문화의 모델을 제시했다. 대회는 오전 9시 한궁 초보자들을 위한 투구 연습으로 문을 열었다. 이어진 식전 공연에서는 전한준(87세) 작곡가의 전자 색소폰 연주로 '한궁가'가 울려 퍼졌으며, 성명제(76세) 가수가 '신아리랑'을 열창했다. 또한 김충근 풀피리 예술가는 '찔레꽃'과 '안동역에서'를, 황규출 글벗문학회 사무국장은 색소폰으로 '고향의 봄'을 연주해 감동을 더했다. 마지막으로 홍소리 지도자가 '밥맛이 좋아요'를 노래하며 흥겨움을 더했다. 오전 10시부터 열린 개회식에는 강석재 서울특별시한궁협회 회장을 비롯해 허광 대한한궁협회 회장, 배선희 국제노인치매예방한궁협회 회장 등 내빈들이 참석해 대회의 시작을 축하했다. 김도균 글로벌한궁체인지포럼 위원장 겸 경희대 교수와 김영미 삼육대 교수, 어정화 노원구의회 의원 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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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석춘 전 연세대 교수, 위안부 피해자·단체 명예훼손 소송 패소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자들을 모욕하고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제기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류석춘 전 연세대학교 교수가 패소했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은 6월 13일, 류 전 교수가 피해자 및 관련 단체에 대해 5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류 전 교수가 지난 2019년 강의 중 '반일종족주의'를 인용하며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라는 발언을 하고, 이를 항의한 여학생에게 성희롱성 발언까지 한 사건에서 비롯됐다. 그는 당시 학교로부터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았으나 불복하며 소송을 제기했으며, 2023년 대법원에서 징계가 정당하다는 최종 판단이 내려졌다. 형사 재판에서도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지난 2024년 2월, 서울서부지법은 류 전 교수가 "정대협이 피해자들을 모아 허위 진술을 강요했다"는 등의 발언으로 단체의 명예를 훼손한 사실을 인정해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이와 관련해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는 6월 13일 입장문을 통해, 이번 민사소송 판결이 "역사적 진실을 부정하고 왜곡하는 이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의연은 "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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