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1운동 및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이번 조치를 통해 강력범죄·부패범죄를 제외한 일반 형사범, 특별배려 수형자, 사회적 갈등 사건 관련자 등 4,378명이 사면복권 됐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26일 브리핑을 통해 "선정 과정에서 심도 있는 회의를 개최했고 중형선고나 죄질불량 사범을 제외한 인도주의적 심의를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정부는 이번 특사가 민생안전과 사회통합을 이루는 상생적 화합의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이번 사면의 취지를 설명했다.
2018년 신년 특사 이후 1년 2개월 만에 이뤄지는 문재인 정부 두 번째 사면으로, 세월호 및 제주해군기지 건설, 쌍용자동차 파업 관련 사건 등 7개 시국집회 사건 관련자 107명을 포함한 3·1절 100주년 특별사면 대상자 총 4378명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4378명에 대한 특별사면을 오는 28일자로 단행, △일반 형사범 4242명 △특별배려 수형자 25명 △사회적 갈등 사건 관련자 107명 △국방부 관할 일반형사범 4명 등이 사면·감형·복권 됐다.
살인·강도·조직폭력·성폭행 등 중범죄는 사면대상에서 제외했으며, 사회분위기를 감안해 음주운전자와 무면허운전 사범을 사면대상에서 추가 배제했다.
특별히 주목해야할 점은 이른바 '시국사건'으로 명명된 7개 사건 관련자들이 사면대상에 올랐다는 점이다. 정부가 지목한 7대 시국사건은 ▲광우병 촛불시위 ▲밀양송전탑 반대집회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집회 ▲세월호 참사 관련 집회 ▲한일 위안부 합의 반대 집회 ▲사드배치 반대집회 ▲2009년 쌍용차 파업 등이다. 다만 이들 중 중대한 상해가 발생했거나 화염병 등을 이용한 폭력과격시위자는 사면대상에서 제외됐다.
지난해 제주 해군기지 관함식에 참석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의 구상권 청구는 이미 철회가 됐고 사면복권이 남은 과제”라면서 “관련된 사건이 모두 확정 되는대로 적극 검토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법무부는 "사회적 갈등 치유와 지역공동체 회복을 위해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대표적 사건을 엄선해 특별사면 및 복권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 중 중대한 상해가 발생했거나 화염병 등을 이용한 폭력과격시위자는 사면대상에서 제외됐다.
관심을 모았던 정치인 및 주요 인물들에 대한 사면복권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사면의 취지가 사회적 갈등 해소에 있는 만큼, 불필요한 논란을 부를 수 있는 사면은 피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뇌물·알선수재·알선수뢰·배임·횡령 등 5대 중범죄에 대한 사면을 하지 않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정치권 안팎에서 사면대상자로 거론되던 한명숙 전 총리와 이광재 전 지사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는데, 이는 부패범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불법집회 혐의 등으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과 내란선동 혐의로 징역 9년을 선고받은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도 사면 대상자에서 제외됐다. 특히 이 전 의원의 경우, 관련 재판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거래에 이용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어 지지자들 사이 사면요구가 컸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시국과 관련해 7가지 사건이 있었다. 이에 대해 사면조처가 이뤄진 것이고 한 전 위원장의 경우 그 사건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전 의원은 여기에서 말하는 일반적인 정치인과는 또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구체적인 답변은 하지 않았다.
한편, 정부가 26일 3·1절 특별사면 대상자 4378명을 발표한 가운데 여야는 특별사면 대상자를 놓고 온도차를 보였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등 집회 참가자 특별사면에 우려를 표했고, 정의당은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배제된 것에 반발했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어 "세월호 참사 관련 사건과 광우병 촛불시위 관련 사건, 박근혜 정부 당시 한일 위안부 합의 반대 관련 사건 등 사회적 갈등으로 인한 사안에 대해서도 특별사면을 실시함으로서 사회 갈등을 치유하고 사회통합을 이뤄내기 위한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정부가 이렇듯 원칙적 배제기준과 세심한 심사기준을 분명히 세워 특별사면을 실시한 것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도주의적 특별사면이 이루어진 것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박주현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은 "사면권이 사법정의를 훼손해선 안 되며 사면은 남용돼선 안 된다는 국민 법 감정과 사면원칙에 어긋나지 않았다"며 "합리적인 조치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반면 윤기찬 한국당 대변인은 "이번 사면에 사드 및 광우병 촛불 집회 등 주요 집회사범들이 포함돼 불법 시위에 가담하더라도 정권 코드 동조라면 특별사면 될 수 있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어 자칫 사회통합에 저해가 되진 않을까 우려 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아무쪼록 정부의 이번 3·1절 특별사면 결정으로 국민 대통합과 화합의 계기가 마련되고 대한민국의 국가역량을 다시 한 번 결집함으로서 국가적 위기극복의 기회가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7개의 사회적 갈등 사건 관련자 사면 중 일부에 대해서는 사회적 갈등의 치유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며 "사면권은 엄격하게 행사돼야 하며 국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인 선별이 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문재인 정권의 지지 세력에 대한 화답은 아닌지 우려스러운 면이 있다"며 "통합 차원의 특사 단행, 3·1운동 취지에 맞게 정의실현에 기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한상균 전 위원장에 대한 사면이 이번에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은 무척 아쉽다"며 "한 전 위원장이 주도한 민중 총궐기가 촛불 혁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문재인 정부는 기억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다만 "이번 특사 대상자에 광우병 촛불시위, 밀양 송전탑 공사 반대,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세월호, 한일 위안부 합의 반대, 사드배치 반대, 2009년 쌍용차 파업 등의 관련자들이 포함된 것을 크게 환영한다"며 "지난 정부의 불통과 적폐적 행태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관련자들에 대한 특사는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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