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모진 세월 죽지 못해 살아왔는데, 내 원한이 풀릴 때까지 싸워줄 것을 약속하자고 하신 어머니 말씀, 얼마나 깊은 멍울의 고통이 있었으면 이 말을 남기셨을까…"
"어머니, 약속할게요, 약속드릴게요. 고통 없는 곳에서 편히 쉬세요"
故 이효순 할머니 아들 이동주씨(64)이 수요집회에 참석해 어머니를 위한 시(사모곡)를 낭송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아픔을 함께하고 일본의 공식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기 위해 매주 수요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집회(수요집회)'가 30일 올해 마지막이자 1211번째로 열렸다.
먼저 촛불점화식, 추모공연 등이 끝난 후 올해 돌아가신 9분의 할머니들이 소개됐다.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에서 2년간 봉사활동을 했다고 자신을
소개한 조모씨는 "2년간 봉사하면서 전시물을 보고, 박물관에 오는 사람들의 말을 통해 많이 배우고 수요집회를 하는 이유를 알게 됐다"고 운을
뗐다.
또 "할머니들은 역사다"며 "우리가 감춰왔던 위안부에 대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증언해주신 할머니들께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돌아가신 다른 할머니들의 한을 풀어 드리기 위해서라도 일본의 공식적인 사죄와 법적인 배상을 마땅히 받아야 한다"며 "어제 외교부 차관이 왔다. 무슨 할말이 있다고 뻔뻔하게 피해자 앞에 나타나는가? 멱살을 잡고 싶었지만 참았다"고 울분을 토했다.
또 "우리가 무슨 죄가 있는가. 조선의 딸로 곱게 자란 것 밖에 없다"며 "외교부는 공휴일이라서
(우리에게 협상사실을) 이야기 못했다고 한다. 공휴일이라도 나서서 이야기해야 한다"고 눈물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날 수요집회를 주최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윤미향 대표는 "정대협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세계행동을 시작할 것"이라며 "미국, 유럽, 아시아에 있는 국제시민단체와 함께하는 연대체를 만들어 위안부 문제를 풀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대표는 “평화비(소녀상)를 계속 설치할 것”이라면서 “앞으로 전국 각지의 평화비를 중심으로
릴레이 수요집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대협은 이날 성명을 내고 "한일 정부는 졸속 합의를 즉각 취소하고 피해자들의 요구에 귀 기울여 피해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올바른 방법으로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하얀색 저고리에 검은색 치마를 입은 홍승희(26)씨는 "어떻게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고통을
10억 엔으로 감할 수 있나"라며 울먹였다. 홍씨는 "그보다 더한 금액을 내놓더라도 인간의 고통은 거래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며 "너무나도
당연한 상식을 지키기 위해 나왔다. 이런 상식적인 시민이 있다는 것을 박근혜 대통령과 전쟁 밖에 모르는 아베에게 알려주려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