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9일 "양성평등은 인권 차원을 넘어 국가 생존 차원의 문제"라고 밝혔다.
강 장관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이삼봉홀에서 열린 '한반도 정세와 글로벌 외교'를 주제로 열린 '대학생과의 만남'에서 "혁신적인 여성 리더의 활약이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 장관은 이어 "진정한 성평등 사회는 아직 멀지만 장애물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끊임없이 지속되고 있다"며 "한국 사회 곳곳에서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현상이 나타나지만 이를 통해 우리 사회가 한 걸음 뒤로 가서 두 걸음 앞서 나가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자신을 38대 만에 첫 여성 외교부 장관이라고 소개한 뒤 "한국이 이 중요한 관직에 여성을 탄생시키기까지 그만큼 많은 세월이 흘렀다"며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첫 내각에서 30% 여성 기용 약속을 달성했고, 유엔 역시 여성 간부를 50%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최근 이뤄냈다"고 소개했다.
강 장관은 그러면서 "외교부에 입부하는 초년생을 보면 어떤 때는 여성이 70%를 넘는다"며 "제가 여성 간부 20%의 목표를 세운 것도 당연히 달성돼야 하는 목표치"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강 장관은 또 "가정이나 결혼이 차별이 되지 않도록 일과 가정생활이 부담 없이 양립할 수 있는 직장 문화 제도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투 운동과 같은 적극적 고발에 있어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외침이 큰 기여를 한 것 아니냐는 한 학생의 질문에는 "수십년간 아픔을 다스리며 본인의 얘기를 해 준 위안부 할머니들의 용기 어린 활동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동의했다.
강 장관은 이어 위안부 문제에 대해 "(2015년 12월) 합의가 나왔을 때 '참 이상한 합의'라고 생각했다"며 지난해 자신의 직속 태스크포스(TF)를 통해 합의에 대한 검토 작업을 진행하고 정부 입장을 발표한 사실을 소개했다.
강 장관은 "위안부 합의 태스크포스(TF)의 검토 결과,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며 "(직접 만나 본) 할머니들이 공히 원하는 건 진정한 사과였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베트남전쟁 참전으로 현지 여성들에게 상처를 준 것을 사과해야 한다는 질문에는 "아픈 과거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베트남 정부가 사과를 요청한 적은 없다"며 "하지만 한국 정부는 대화가 있을 때마다 마음을 전하고, 최근 문재인 대통령도 베트남에서 유감을 표명하고 양국의 미래지향적 관계를 바랐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외교부는 앞으로도 국제사회에서 여성 인권 논의, 특히 전시(戰時) 성폭력 논의에서 (위안부 문제가) 큰 자리매김을 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 장관은 우리나라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통상을 하시는 분들은 좀 더 검토가 필요하다고 한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또 "한반도에도 지난 몇 년간의 긴장 고조의 흐름이 멈추고 평화의 싹이 자라나고 있다. 봄기운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은 북한의 참가 속에 성공리에 개최됐고, 남북·북미정상회담 개최라는 역사적 성과를 이끌어냈다"면서 "북미정상회담은 그 자체로서도 세계사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 세대는 분단의 세대로 살아왔다"며 “여러분은 한반도 평화 공존의 시대에 활약하는 리더들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오는 27일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세 번째(정상회담)이지만 판문점 남쪽 한국 땅에서 처음 열리고 문재인 정부 취임 초기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5월 중 열릴 예정인) 북·미 정상회담은 그 자체로도 세계사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이날 강연이 열린 이화여대 이삼봉홀에는 300여명의 학생들이 자리를 가득 채웠고 홀 밖에도 100명 이상의 학생들이 선 채로 외교부 페이스북으로 진행된 생방송을 함께했다. 이날 행사는 지난해 6월 취임 후 강 장관의 첫 대학 강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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