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경찰에 따르면 장제원 전 의원은 지난달 31일 밤 11시 40분쯤 서울 강동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유서 등을 바탕으로 타살 정황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유서에는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장 전 의원은 권력형 성범죄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었다. 그는 2015년 11월 부산디지털대학교 부총장으로 재직할 당시 비서 A씨를 성폭행한 혐의(준강간치상)를 받아왔다.
A씨는 당시 20대 총선 출마를 앞두고 선거 포스터 촬영을 한 장 전 의원이 뒤풀이 자리에서 술을 마신 뒤 성폭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A씨는 술에 취해 기억을 잃었고, 다음날 눈을 떠보니 호텔 침대였다고 밝혔다.
반면 장 전 의원은 A씨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반발했다. 장 전 의원은 지난달 5일 페이스북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국민의힘을 탈당한다고 밝혔다.
장 전 의원은 피해 사실이 10년 가까이 지난 점을 언급하며 "특별한 음모와 배경이 있는 게 아닌가 강한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경찰 조사에서도 장 전 의원은 이러한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A씨는 지난달 31일 장 전 의원 주장을 반박하며 증거를 언론에 공개했다. A씨는 피해 당일 호텔 내부를 촬영했는데, 장 전 의원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A씨를 부르고, 추행을 시도하는 상황 등이 담겼다. 아울러 사건 당일 A씨가 서울해바리기센터를 방문해 피해 사실을 알리고 응급키트 채취도 했다고 밝혔다.
검사 결과 A씨의 신체와 속옷 등에서 남성 유전자형이 검출됐다고 A씨 측은 전했다.
A씨 측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예고하기도 했다. A씨를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법무법인 온세상)는 보도자료에서 “A씨는 성폭력 피해를 당한 후 9년의 시간 동안 우리 사회에서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들이 어떤 공격에 맞서야 하는지 고스란히 목격해 왔다”며 고소가 늦어진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장 전 의원 사망으로 기자회견은 당일 취소됐다.
피의자인 장 전 의원이 사망함에 따라 수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물리적으로 더 수사하기 어렵다"며 "더 조사하는 행위 자체로 직권남용이 될 수 있고, 어찌 조사한다 해도 사망 동기와 관련해 고인의 명예 때문에 공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장에서는 장 전 의원이 적은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에는 가족에 남기는 메시지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동경찰서 관계자는 "현재까지 범죄 혐의점은 없고, 사망 원인에 대해서는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장 전 의원의 시신은 이날 오전 3시쯤 이송돼 서울 서초구 한 병원에 안치됐다. 고인의 빈소는 부산 해운대백병원에 마련될 예정으로 조문은 2일 오전 10시 30분부터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인은 오는 4일 오전 9시, 장지는 실로암공원묘원이다.
부산 사상구에서 3선 국회의원을 지낸 장 전 의원은 장성만 전 국회 부의장의 아들로 정치 명문가 출신이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부산 사상에서 당선돼 처음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2016년 20대 총선 땐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고, 2020년 21대 총선에선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소속으로 당선돼 3선 고지에 올랐다.
국민의힘 내 친 윤석열계 핵심 인사로 꼽혀온 장 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입당을 결정한 2021년 7월부터 '원조 윤핵관'로 불렸다. 윤 대통령의 경선 캠프 종합상황실장을 맡았지만, 아들인 용준씨(가수 '노엘')가 집행유예 기간 무면허 운전과 경찰관 폭행 혐의로 입건되며 경선 도중 2선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대선 막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단일화를 주도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2022년 3월 대선에서 승리한 뒤 대통령직 인수위 당선인 비서실장으로 장 전 의원을 지명했다. 이후 장 전 의원은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 인선 작업을 주도하는 등 새 정부 출범을 진두지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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