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윤평현(尹平鉉) 시인이 두 번째 시집 <삶이 詩다>를 '도서출판 청어'를 통해 세모(歲暮)에 선을 보였다.
제4부로 구성된 이 시집 <삶이 詩다>는 제1부 '여백은 아름답다', 제2부 '아름다움에는 저마다 아픈 흔적이 있다', 제3부 '자투리 땅에 꽃을 심고', 제4부 '그리운 날에는 시를 쓴다', 제5부 '물소리 바람소리' 등 총 100편의 시를 담아내고 있다.
자연이 가는 길은
휘돌아가는 길이 있을 뿐
곧은 길이란 없다
가서는 안 되는 길이 있고
가지 않으면 안 되는 길이 있다
가기 싫은 길이 있고
기어이 가야 하는 길이 있다
길은 왜 그리 많은지
세상을 따라가다 넘어지기도 하지만
되돌아갈 길은 없었다
처음 가는 길도
함께 걸으면 의지가 되었다
굽은 길 펴고자 애쓰는 사람들
저 깊은 고요를 깨우기 위하여
얼마나 두드렸나
얼마나 많은 길을 돌아 왔나
어디에도 쉬운 길이란 없었다
배고픔을 밀고 다니던 고난의 길
어느덧 동맥경화는 뚫리고
저 멀리 들려오는 환희의 북소리
- 윤평현 시인의 시집 <삶은 詩다> 중 '길' 전문
윤평현 시인은 이 시집 '시인의 말’을 통해 "사는 날들이 시다, 살아온 만큼이 시의 영역이다"라며 "주변 사람들이 나를 만들었듯 시가 외로운 시간을 보듬어 주었다"라고 했다.
윤 시인은 이어 "먹구름 흘러가듯 흘러간 젊음, 세상은 나에게 많은 걸 베풀어 주었지만 더 많은 욕망을 향해 떠돌았다"라며 "비바람 부는 산길을 걸어본 사람은 안다. 높고 화려한 곳이 아니라 옹기종기 모여 사는 세상살이에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을. 낡고 허름한 곳에 기쁨이 있고, 눈물이 있고, 시간이 있다는 것을. 작고 사소한 일에도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이라고 했다.
윤 시인은 그러면서 "문득 마음을 흔드는 시를 만나면 울컥하여 착해져야 한다고, 더 넓어져야 한다고 다짐하지만 난 아직 그런 감정을 주지 못했다"라며 "살아갈수록 시가 그립다. 그리움에 쓴다. 어린 시에게도 박하사탕 안겨주면서 남을 길을 가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인류 최초의 서사시, 길가메시(Gilgamesh)는 나이가 들며 삶과 죽음에 깊은 호흡을 한다. 윤평현 시인도 노숙한 나이 듦에 길가메시 서사시와 같이 살아온 날들의 영역에서 시의 신선하고 지혜의 말씀을 찾는다.
시인은 윤선도의 핏줄을 가진 해남 윤씨다. 고산 윤선도를 존경하기에 종친회 회장직으로 봉사를 하기도 했다. 윤선도가 돌아보고 시를 만든 보길도를 자주 찾는 시인이다.
최창일 시인(평론가, 이미지 문화학자)는 윤평현 시인을 들어 묵(墨)의 시인, 대여(大餘)의 시인이라 분류했다.
묵은 화선지에 고요함과 여백으로 말을 한다. 대여는 크게 보임을 이른다. 윤 시인은 담상담상하게 시의 건축을 하지만 독자의 눈에는 거대한 바다와 산으로 다가오는 시어들이다.
최창일 시인은 이 시집 해설 '대여(大餘)의 담담한 시선'에서 "윤평현 시인의 시 정신은 불모성과 빈혈의 내면경이다"라며 "바꾸어 한 걸음 더 들어가 살펴보면 평범한 가운데 느낌이 큰 시편을 만드는 공감대의 시도반이라는 것"이라고 했다.
최 시인은 이어 "분명히 시대의 발밑은 어둡고 너무나 크게 흔들리고 있다"라며 "이것은 밤의 암흑기가 될 수 있다. 출구 없는 열정을 가슴 아프게 돌아보게 하는 시대다"라고 했다.
최 시인은 그러면서 "이런 것을 두고 시대는 시인에게 치사량이 넘는 산소의 부족 현상을 일으킨다고 할 수 있다"라며 "윤평현 시인의 시집은 서해안의 숭어가 뛰는 생동감이 넘친다"라고 했다.
최 시은은 끝으로 "윤평현 시인의 시편은 완전연소의 내연을 가졌다"라며 "안정이 없고 불투명한 주제 앞에서 푸른 주재로 바꾸는 기술은 선학이나 후학의 시인들이 모방 하여도 좋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평했다.
한편 윤평현 시인은 전남 해남에서 출생, 한국대경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성천문학상과 한국강남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사)한국문인협회 회원, 강남문인협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 <무릎을 꿇어야 작은 꽃이 보인다>와 <삶이 詩다>가 있으며 공저로 <시로 세상을 켜다> 外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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