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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있는 아침] 성명순 시인의 '초승달'

시인 자신이 갖고 싶은 세계를 잘 변용시켜 형이상학의 시학을 완성

초승달

- 성명순 시인

가자!
발걸음 따라서
신발장에서 갓 나온 황금빛
뾰족구두 똑딱거리며
바쁘게 걷고 있는데
코앞에 딱 걸린다
그 어디에도 묶어두었던 고삐는
스르르 사라졌다
날씬한 허리
손 뻗으면 닿을 것 같다
숨결을 타고 흐르는 온기
바람에 섞인다
그래, 도톰한 허릿살
한 줌씩 빼고, 새콤달콤한 가을밤
당당하게 바라볼게.

■ [詩評]

- '초승달' 제대로 보기/권대근(수필가·문학평론가)

시는 자아와 세계와의 동일성을 추구한다. 초승달에 대한 시인의 미적 횟감은 그 만남의 특별함에서 연유한 듯하다.

시인은 현대 시작법의 대표적 기법인 중층묘사로 사물과 관념을 적절하게 배치해서 시인 자신이 갖고 싶은 세계를 잘 변용시켜 형이상학의 시학을 완성했다.

'가자'라는 일성의 청유, '그래'라는 긍정의 화법이 시어 배열에서 탄력성을 가져와 시의 동력학적 맛을 더해준다. 그야말로 적재적소에 들어앉은 플로베르의 일물일어라고나 할까.

시인의 초승달에 대한 초월적 현 상상적 사유가 서정적 비전에 힘입어 정서적 증폭 현상을 가져온다. 시인이 보는 참신한 창조적 비유로 초승달은 날씬한 가을 여인이 된다.

시 창작은 한마디로, 상상력으로 새 이미지를 창조하는 작업이다.

달의 관습적 이미지를 탈피하여, 세상을 담담하게 응시하는 여인으로 빚어냄으로써, 제재에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 시는 '시는 이미지다'라는 명제와 시는 현실과의 미적거리에서 창조된다는 시학 원리에 딱 부합한다. 왜냐하면 초승달과 시인의 거리가 밀착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가을밤 하늘에 뜬 초승달에 주목하는 시적 화자는, 초승달에 대한 관념이나 정서를 뾰족구두를 신은 여인으로 양식화함으로써, 즉 사물을 인물로 치환함으로써 문학적 성취를 확보하고 있다.

■ 성명순 시인 프로필

- (사)한국문인협회 인문학콘텐츠 개발위원.
- (사)국제PEN한국본부 대회협력위원회.
- 경기문학포럼 대표.
- 황금찬 문학상 수상.
- 시집 '시간 여행', '나무의 소리'
- 가곡 '그대가'(성명순 시, 이종록 곡, 박진형 노래)

- 현) 에이스케미컬 사회공헌팀 상임이사.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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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日 자위대 '대동아전쟁' 표현 논란에 "한일 간 필요한 소통 중"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외교부는 일본 육상자위대가 금기어인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대동아전쟁'이라는 용어를 공식 SNS 계정에 사용했다가 삭제한 것과 관련해 "한일 간에 필요한 소통이 수시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가 일본 측에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는가'에 대한 취지의 취재진의 질문에 "(대동아전쟁) 표현에 대해선 일본 정부가 공식 입장을 밝혔다"며 "일본 측 스스로 관련 표현을 삭제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이같이 답했다. 이에 앞서 일본 육상자위대는 이달 5일 X(옛 트위터)에 "32연대 대원이 ‘대동아전쟁’ 최대 격전지 이오지마에서 개최된 일미 전몰자 합동 위령 추도식에 참가했다"고 썼다. 대동아전쟁은 이른바 '일본제국'이 서구 열강에 맞서 싸웠다는 뜻의 용어로, 식민 지배와 침략전쟁을 정당화하는 용어이다. 일본 패전 후 미 연합군최고사령부는 공문서에서 대동아전쟁이라는 표현을 금지했고, 지금도 일본에서는 사실상 금기어로 인식되고 있다. 논란이 확산하자 자위대는 사흘 만인 지난 8일 게시글을 삭제했다. 우리나라의 육군본부에 해당하는 자위대 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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