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탤런트 이보영이 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진행된 제62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검은 정장 차림으로 왼쪽 가슴에 '나라사랑 큰나무 뱃지'를 달고 추념식에 참석한 이보영은 이날 차분하고 깊이있는 목소리로 추모시 낭독을 시작했다.
이보영이 이날 낭독한 '넋은 별이 되고'는 2007년 보훈문예작품 공모에서 추모 헌시 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시로, 유연숙 씨의 작품이다.
이보영은 시를 통해 "모른 척 돌아서 가면 가시밭길 걷지 않아도 되었으련만 당신은 어찌하여 푸른 목숨 잘라내는 그 길을 택하셨습니까 우리들 가슴 속에 별이 되어 영원히 빛날 겁니다"라면서 나라를 위해 희생한 순국선열의 넋을 기렸다.
이보영의 소속사 측은 "주최 측에서 먼저 소속사로 연락해 무대에 서 줄 것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이어 "사실 이보영이 현충일과 관련해 특별한 사연이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뜻깊은 추념식 무대에 오를 수 있어 기뻤고,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한편, 이보영의 추모시 낭독 전에는 소리꾼 장사익이 무대에 올라 김영랑 시인의 시에 음을 입혀 만든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불러 참석자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추모 시 이후에는 뮤지컬 배우 카이와 정선아가 등장해 무대를 장식했다. 두 사람은 6·25전쟁 당시 산화한 고(故) 강태조 일병의 편지글과 유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조국을 위하여'를 불렀다. 두 사람이 노래할 때 참석한 유가족 일부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다음은 현충일 추모시 '넋은 별이 되고' 전문.
모른 척 돌아서 가면
가시밭길 걷지 않아도 되었으련만
당신은 어찌하여
푸른 목숨 잘라내는
그 길을 택하셨습니까
시린 새벽 공기 가르며
무사귀환을 빌었던
주름 깊은 어머니의 아들이었는데
바람 소리에도 행여 님일까
문지방 황급히 넘던
눈물 많은 아내의 남편이었는데
기억하지 못 할 얼굴
어린 자식 가슴에 새기고
홀연히 떠나버린 아들의 아버지였는데
무슨 일로 당신은 소식이 없으십니까
작은 몸짓에도
흔들리는 조국의 운명 앞에
꺼져가는 마지막 불씨를 지피려
뜨거운 피 쏟으며 지켜낸 이 땅엔
당신의 아들딸들이
주인이 되어 살고 있습니다
그 무엇으로 바꿀 수 있었으리오
주저 없이 조국에 태워버린
당신의 영혼들이 거름이 되어
지금
화려한 꽃으로 피어났습니다
힘차게 펄럭이는 태극기
파도처럼 높았던 함성
가만히 눈 감아도 보이고
귀 막아도 천둥처럼 들려옵니다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간
수많은 푸르른 넋
잠들지 못한 당신의 정신은 남아
자손들의 가슴 속에 숨을 쉬고
차가운 혈관을 두드려 깨웁니다
이제 보이십니까
피맺힌 절규로 지켜낸 조국은
비바람에도 쓰러지지 않고
고난에도 흔들리지 않는
초석이 되었습니다
스스로 몸을 태워
어둠을 사르는 촛불같이
목숨 녹여 이룩한 이 나라
당신의 넋은 언제나
망망대해에서 뱃길을 열어주는
등대로 우뚝 서 계십니다
세월이 흘러가면
잊혀지는 일 많다 하지만
당신이 걸어가신 그 길은
우리들 가슴 속에 별이 되어
영원히 빛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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