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일보) 정정환 기자 = 현대상선이 5일 신주상장을 완료하고 40년 만에 현대그룹과 분리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관리회사로 새롭게 출발한다.
현대상선이 40년 만에 현대그룹 품을 떠나 홀로서기에 나섰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현대상선의 건승을 기원하면서도 아쉬움 가득한 편지를 임직원 가족에게 보내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전날 임직원에게 보낸 편지에서 “故 정몽헌 회장님 기일(4일)행사에 참석해주신 임직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먼저 밝혔다. 이어서 현대상선이 현대그룹과 이별하게 되면서 현대상선의 발자취를 되새겨 보고 국가 경제적 위상을 새삼 느끼는 등 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1976년 만들어진 아세아상선이 전신이다. 당시 3척의 유조선으로 석유제품을 운반하는 사업을 시작했으며 현대그룹의 주력 계열사로 자리매김했다. 현대건설 등이 해외에 건설사업을 할 때 각종 건자재를 운반하는 역할도 했으며 현대그룹의 주요 완제품과 원자재를 실어나르는 역할도 했다.
지난 1983년 현 회장의 부친인 고 현영원 전 회장이 설립한 신한해운을 합병한 바 있다. 현대상선은 2000년 이른바 현대그룹 왕자의 난 당시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으로 분리되며 정몽헌 회장이 이끄는 현대그룹으로 분리됐다. 정몽헌 회장은 대북 송금 이슈 등으로 검찰 조사를 받던 중 목숨을 끊었고 이후 현정은 회장이 CEO에 올라 현재까지 경영을 이어왔다. 현 회장은 구조조정이 한창이던 지난 3월 사내이사에서 물러나며 300억원의 사재를 출연하는 등 현대상선에 강한 애착을 표시하기도 했다. 현 회장은 현대상선 지원을 위해 현대증권을 매각하고, 용선료 협상이 난항을 겪자 친필 편지를 선주에게 보내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나 끝까지 경영권을 유지하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실패의 책임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현대상선을 살리기 위한 현정은 회장의 노력은 진정성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날부터 1조4400억원 규모의 현대상선 유상증자 신주 1억5,000만주가 거래소에 상장됐다. 현 회장 일가의 지분은 3%대로 떨어졌다. 경영권은 40%가량의 지분을 가진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넘어갔다.
현대상선 신주는 물량이 많아 상장 첫날 주가 하락이 예상됐으나, 전날보다 3.94% 오른 734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신주 상장과 전환사채(CB) 발행 등에 대한 우려로 지난 이틀간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인 점도 반발매수 요인으로 작용했다.
현대상선을 이끌 새 선장을 물색 중인 산업은행은 내달 5일쯤 확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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