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여류화가 고연희의 제14회 개인전 ‘오만과 편견’이 16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41-1 '인사아트센터' 1층 본관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고연희 작가의 작업 명제는 '시온(Zion)'이다. 그녀의 작품에서 이것을 찾아내는 것은 비교적 명료한 편이다.
과거 다윗이 수도로 삼은 예루살렘 언덕, 하나님의 절기를 지키는 곳이라는 의미를 넘어 순결함, 맑고 깨끗함을 나타내는 기호로써 작용하는 이것은 작가에겐 곧 스스로가 살아 있음을 자각하는 언어적 표상임과 동시에 자신의 삶을 목도하려는 의지의 표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온갖 실패와 좌절로 인해 태어나게 된 그림들…….
그것은 생각의 소수자만이 갖는 섞이지 못하는 이상향으로의 도피를 가져왔다. 오만과 편견으로 가득한 세상 속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절박함이 만들어낸 이미지들이 무대에 오른다. 혼용되어 있던 각각의 역할들이 각자의 자리를 찾게 되었다.
고연희 작가는 "대학 졸업 후 10여년은 그림을 잘 그리고 싶어서 사실적인 데크닉 연마에 더 많이 천착했었다"며 "지난 10여년은 인간의 희로애락이 어디서 오는지, 감정은 왜 수시로 변하는지, 삶의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과 깨달음들을 철학적으로 그려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덕분에 이해도 오해도 많은 풍요로운 관심을 받기도 했었으며 지난 시간의 성찰들과 앞으로 하게 될 수행의 과정들을 한자리에 모아 전시회를 갖겠되었다"고 밝혔다.
홍경한 평론가는 그의 그림은 "극복이자 희망이며 '치유'이고, 다시 새살을 돋게 하는 이야기들이라는 것에 방점이 있다"며 "화와 탈바꿈이라는 거친 숨결이자 '희망'을 담보하려는 장치이다. 따라서 그의 그림에서 가장 눈여겨봐야할 것 역시 이 희망의 단초들(파랑이라는 컬러, 등장인물들의 동세, 꽃과 같은 사물 등등에서 어느 정도 읽혀지기는 한다.)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날 고연희 작가에게 있어 그림은, 아니 작업은 그 자체만으로도 마음과 세상을 이어주는 가교이다. 작가의 입장에서 그림을 그린다는 행위는 그 속에서 이상을 발견하고 다시 해체하는 수순을 반복해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랄 수 있기에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로써도 기능함이 사실이다"라며 "그에게 그림은 다가올 내일이라는 삶의 여적을 갈무리하는 기능이 더욱 크다. 특정한 아픔들을 이겨내도록 도와주는 몫이 작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작가도 자신의 그림에 대해 '치유화(治癒畵)'라 말하는지도 모른다.
고연희 작가는 "슬픔이 예고도 없이 밀려오는 날에는 그 슬픔을 나 홀로 감당할 수 있음이 감사했다"며 "사람은 가까울수록 위로가 되기보다 상처가 되었으므로 항상 적당한 거리에 있을 때 비로소 안심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은 자기방식을 주장하고 강요하는 것에 익숙한 나머지 다른 의견 같은 것엔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여겼으므로 나는 존재방식 자체가 사소한 슬픔이었다"며 "그 슬픔들을 웃음으로 승화하는 과정을 담아낸 것이 '피플랜드'이다"라고 덧붙였다.
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고연희 작가는 그동안 개인전 13회를 전시한 중견작가로 60여회에 가까운 각종단체전을 했다.
2014년 서울국제미술협회 한일교류전 초대작가상을 비롯하여 2013년 국토해양부 감사장, 2012년 서울국제미술협회 한.일 교류전 초대작가상, 제42회 목우회공모전 입선(국립현대미술관), 제21회 한국 수채화 공모전 특선(세종문화회관), 제7회 대한민국 여성미술대전 특선(서울 디자인 포장센타)을 수상했다.
35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이며 한국미술협회회원, 충남수채화협회원, 어·울림회 mentor, 서해미술대전 운영위원및 심사위원, 서울국제미술협회 한.일 교류전 초대작가이며 연희 화실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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