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소프라노 정재령이 2018년 종합문예지로 탈바꿈한 '계간 에세이문예'(2018년 겨울호, 통권 제57호)를 통해 시 부문 신인상을 받고 한국문단에 등단했다.
현재 부천시립합창단 소프라노 상임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정재령 시인은 강원도 원주 출생으로 상명여자대학교 음악과(성악전공)를 졸업하고, 1985년 '정세문 전국작곡콩쿠르 대상' 및 성악, 피아노, 바이올린, 작곡 콩쿠르 다수 입상(1983~1991)하였고, '정재령의 해설이 있는 오페라 산책' 100회 기념공연 및 음악회 출연 650여 회 이상을 공연한 성악가다.
정재령 시인은 당선소감에서 "시는 짧아서 아름답고, 오페라는 짧은 걸 길게 늘여서 아름답다"라며 "서로 이렇게 다르지만 순간을 영원처럼, 영원을 순간처럼 서로가 서로를 잡아당기면서 끌어들여 엉겨 붙어 떼려야 뗄 수없는 이 영원한 순간들이 시이고 음악이고 미술이며 예술이다"이라고 밝혔다.
정 시인은 이어 "초등학교 때 선생님께서 숙제로 시를 써오라고 하셨고, 저는 제 꿈이 예술가였기 때문에 그것을 시로 썼다"며 "그 꿈대로 저는 성악가가 되었고, 가끔 그 시를 생각하면서 초심을 잃지 않고 열심히 노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시인은 그러면서 "새록새록 느끼는 것은, 역시 문학과 음악이 어우러져야 내 자신이 인생의 희로애락을 가슴 깊이 느끼고, 더 나아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종합예술이 된다는 것이었다"며 "저는 이 모든 것을 다 하고 싶다. 욕심쟁이지요. 시간이 없어서 그렇지 다 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심사를 맡은 수필가이며 문학평론가인 권대근(대신대학원대학교 문학언어치료학, 문학박사) 교수는 "'물웅덩이', '민들레', '바다', '시든 꽃'을 당선작으로 선정한 정재령 시인의 시는 말로써 메울 수 없는 간극이나 결핍을 치환하고 있어 공감을 자아낸다"며 "시인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각각의 슬픔을 섬세하게 어루만지고, 시를 쓸 때 항상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가장 근원적이고 기초적인 문제를 만나 숙고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이어 "시적 대상인 사물의 존재를 아프게 인식하여, 비유라는 치환원리로 형상화하여 시의 품격을 유지하는 데 성공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평했다.
권 교수는 또 정재령 시인의 이번 당선작 중 하나인 '물웅덩이'에 대해서 "어린 시절의 추억이 묻어나는 시다"라며 "과거의 현재화를 통해 슬픔을 치유하고자 하는 시적 화자의 긍정시학이 돋보인다"고 밝혔다.
권 교수는 그러면서 "자기 체험세계가 절실하게 용해됨으로 해서 이 시는 읽는 이로부터 깊은 공명을 얻게 된다"고 덧붙였다.
권 교수는 또 "시인이 호명하는 '민들레'와 '시든 꽃'은 시적 화자의 현실을 아프게 반영한다"며 "우리의 존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시공간에서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시적 화자의 극복의지가 이들 시에서 빛난다"고 밝혔다.
이어 "렌즈에 맑은 슬픔을 피사체로 잡고, 순수한 언어로써 피사체와의 명료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며 "따라서 시인의 따사로운 시선에 맞닿은 사물들은 부드럽고 슬픈 질감의 생생한 이미지로 응답하는 것"이라고 평했다.
시인의 '바다'에 대해서는 "그 슬픔들이 지나가는 시적 현실 사이사이 깊고 푸른 삶을 보듬어 안음으로써 치유시학을 완성하고 있다"며 "비록 아픈 현실일지라도 시인의 언어에서 여과된 긍정의 세계는 수용의 바다로 인해 이상하게 따뜻한 위안으로 다가온다"고 평했다.
권 교수는 끝으로 "정재령 시인의 시는 얼음 같은 각성과 반성적 사유로 요동치는 삶의 현장을 담고 있다"며 "'바다'나 '민들레' 등 자연물에 대한 천착은 인간의 보잘 것 없는 욕망을 탈각시켜 그 내면에 함묵하고 있는 진실의 덩어리를 꺼내어 조형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시인만의 서정적 울림이 풍요롭다"라며 "고뇌와 고통을 치환해서 이미지로 조각한 시는 좋은 시"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재령 시인의 '계간 에세이문예' 신인상 시상식은 지난 17일 오후 부산역 회의실에서 내외 귀빈 1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성대하게 치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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