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양방송) 고진아 기자 = 제주민군복합항관광미항(이하 제주민군복합항) 준공식이 황교안 국무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26일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에서 열렸다.
이날 준공식에는 한민구 국방부장관과 정호섭 해군참모총장을 비롯,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 제주지역 기관·단체장, 국회 국방위 김성찬 국회의원, 해군·해병대 장병, 12대 제주도지사를 역임한 김영관 8대 해군참모총장 등 역대 해군참모총장·해병대사령관, 강정마을 주민 등 1,200여명이 참석했다.
황 총리는 서애류성룡함에 승선, “적의 어떠한 도발에 대해서도 즉각 응징할 수 있도록 징비록의 유비무환 정신으로 완벽한 해상방어태세를 갖추고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지켜주는 든든한 방패가 돼어 달라”며 “ 싸우면 반드시 이기고 적이 두려워하는 무적함대를 만들어 달라”고 장병들에게 당부했다.
제주민군복합항은 안보 기능을 수행하는 군사기지인 동시에 크루즈선이 드나드는 관광미항의 기능을 함께 한다. 남방 해상교통로를 보호하는 군항 임무는 물론 국가 경제, 지역 상생의 핵심 요충지로서 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준공식을 계기로 ‘21세기 청해진’으로 자리 잡을 제주민군복합항 건설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살펴본다.
2007년 ‘대양해군’이란 큰 명분 아래 국방부와 제주도 간 협의에 따라 강정해안이 부지로 선정된 지 10년 만에, 그리고 항만 공사에 착수한 지 6년 만에 모습을 갖춘 제주민군복합항은 안보, 경제, 지역을 위해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해군은 이미 지난해 말 이지스 구축함 서애류성룡함(DDG·7600톤) 등으로 구성된 작전사령부 예하 7기동전단과 잠수함사령부 예하 93잠수함전대를 제주민군복합항에 배치, 작전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들이 자리 잡은 제주민군복합항은 적의 도발을 억제하는 것은 물론 남해를 둘러싼 중·일 등 주변국과의 관계에서 우리의 해양주권을 지켜나간다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제주민군복합항은 동·서·남해의 길목에 위치, 3면을 동시에 기동 감시할 수 있다. 한반도 해역의 중앙에 위치해 적의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제주민군복합항에 배치된 전력들은 남해는 물론 유사시 동·서해 전방 해역으로 전개해 북한의 도발을 막아내는 역할을 하게 된다. 후방에서 재빨리 달려와 북방한계선(NLL)에 배치된 전방 함대들을 도와 전투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7기동전단은 서애류성룡함 외에도 구축함 왕건함 및 문무대왕함(DDH-II·4400톤) 등 막강한 전력을 갖추고 있다. 93잠수함전대 역시 국가 전략무기체계인 209급 잠수함(1200톤) 등을 운용하고 있다. 이 밖에 지리적 이점을 이용해 북한 대량살상무기(WMD)의 해상 운송을 차단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제주민군복합항은 기동부대 전력 수용과 작전전개가 가장 용이한 항만을 보유하고 있다.
해군 관계자는 “기지와 외해가 직접 연결돼 적의 항만봉쇄를 대비한 신속한 전력 분산이 가능하며 부산과 진해에 분산 배치된 기동전단 함정을 통합 수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지와 외해가 직접 연결된 지형은 함정의 기동에 매우 유리하다. 제주가 최적의 ‘기동부대 기지’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제주민군복합항은 적의 도발을 억제하는 임무는 물론 남쪽 해역을 지키는 전초기지 역할도 함께 수행한다.
제주민군복합항은 도서 영유권 및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둘러싼 해양 분쟁에서 가장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이어도와의 거리. 제주민군복합항은 이어도에서 불과 176㎞ 떨어져 있다. 서애류성룡함이 제주민군복합항에서 순항 속력 20노트(kts)로 달릴 경우 4시간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다. 중국 닝보항은 398㎞, 일본 사세보항은 450㎞ 떨어져 있다. 중·일 함정이 같은 속도로 달려온다고 해도 10~11시간이 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대단히 큰 이점이다.
제주도 남쪽 해역에 매장된 해양자원 역시 제주민군복합항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이곳에는 우리나라가 23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천연가스 72억톤과 원유 100억~1000억 배럴 등 230여 종의 해양자원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무역 절대 의존 국가인 대한민국의 전체 교역 물동량의 99.7%가 해상교통로를 이용하고 그 대부분이 제주 해역을 통과한다는 것도 이 지역의 군사적 보호가 절실한 이유다.
제주민군복합항은 단순한 군항의 기능을 넘어 동북아시아 크루즈 거점으로 자리 잡을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제주도는 이달 말부터 오는 2017년 2월까지 총 사업비 90억원을 들여 크루즈항을 가동하기 위한 운영 지원 시설들을 조성할 계획이다. 예정대로 2017년 7월쯤 크루즈항이 제 기능을 발휘하면 15만 톤급 크루즈선 2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다. 2개의 선석을 통해 매년 500회에 걸쳐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제주도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중국 관광객들을 맞이하기 매우 용이해졌다. 제주민군복합항은 현재 아시아 최고의 크루즈 거점 항인 상하이항에서 20시간 안에 승객들이 관광할 수 있는 유일한 항구라는 이점을 갖고 있다. 즉 2025년 1,00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는 중국 크루즈 관광객들을 잡을 수 있는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게 된다. 제주도는 크루즈항의 직접적인 경제 파급효과가 연 52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군은 제주민군복합항을 통한 경제적 파급효과가 매년 2,300여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우선 제주민군복합항 건설사업 총예산 9,776억원 가운데 약 40%인 4,107억원이 지역 업체 참여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제주민군복합항 건설 자체가 지역 경기를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한 셈이다.
제주민군복합항 건설 뒤에도 제주도에 막대한 경제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해군은 연간 부대 운영비의 약 81%인 219억원과 소비예상액 및 각종 지방세 납부 525억원, 비품 및 자재 구입비 30억원, 장병 및 가족 면회에 따른 관광객 유치로 140억원 등이 제주도에 돌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민군복합항은 지역 주민들의 경제활동에서도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해군은 우선 지역 농·수·축산물 구매로 매년 약 12억 원을 사용, 주민들에게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감귤·오렌지 등 제주도 특산 과일류를 구입하는 데 1억원 이상을 쓰게 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복지시설 운용을 위해 지역주민을 고용하고 편의시설을 민간에 위탁하는 등 일자리 창출에도 앞장설 계획이다.
유입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부대 주변에 들어서게 될 각종 음식점, 상점 역시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해군은 제주민군복합항에 주둔한 부대들을 통해 지역 주민의 복지 향상에도 기여하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오랜 물질로 인해 생긴 해녀들의 잠수 질환을 치료하는 등 진료시설을 개방한다.
또한 종교단지, 종합운동장 등 지역 주민들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공동시설도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인구유입에 따른 학급수 증가로 교육여건도 크게 향상될 것이란 전망이다. 제주민군복합항이 군과 국가를 넘어 지역주민과의 ‘상생의 장’이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