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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있는 아침】 별하 고형숙 시인의 '작설차(雀舌茶)'

"수미상관(首尾相關)으로 된 지배적 심상(心象)은 이 시의 백미"


작설차(雀舌茶)

- 별하 고형숙 시인

창밖으로 내리는 곡우와 마주하고
연리지(連理枝) 같은 참새의 푸른 혀를 닮은
한 잔의 차를 마신다

여린 햇빛 아래
홀로 고운 매화꽃 점점이 피워
맑은 향기 품어내던 그 골짜기

매운 춘설 견뎌 온
갓 트인 연초록 여린 찻잎
덖고 비비고 덖고 비비고
또 덖어 비비고 말린
서러울 것 같은 청순

그 정성 그대로
점점이 설중매 수놓은
하얀 다포 깔아
좋은 물 끓여내어
찻잔을 데우고
찻잎에 물 부어 곱게 우려
살포시 한 모금 목에 넘기니

병마에 찌든 가녀린 영혼,
내 눈가에서
내 혀끝에서
맑은 찻잔 속에서
푸르게 푸르게 운다.

詩評

이 시를 읽으면 오랜 전통과 역사를 지니고 있는 차야말로 소중한 우리 것을 찾는 또 다른 길 중의 하나란 생각을 지울 수 없게 된다.

아직도 자욱한 안개와 먼지 속에 가려져 박제된 전통문화에 숨결을 불어넣는, 다시 말해 삶에 있어서 '삿된' 기운을 몰아내는 부채와 같은 것이 바로 다도문화를 꽃피우는 것이 아닐까. 차문화와 시문학은 언제나 함께 있어왔다.

'좋은 물 끓여내어/찻잔을 데우고/찻잎에 물 부어 곱게 우려/살포시 한 모금 목에 넘기니'와 같이 차는 물을 만나 비로소 하나가 된다. 차는 만물을 살리는 물을 만나 그 조화로움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시인은 다시(茶詩)를 통하여 차는 물의 신이요, 물은 차의 몸이라 말한다. 창밖으로 내리는 비와 마주하고 편안하게 마시는 한 잔의 차로 시인은 자신의 영혼을 생각한다. 차나무의 일생에 대한 숙고를 통해, '다선삼매(茶禪三昧)'의 일상에 젖는다.

'덖고 비비고 덖고 비비고 또 덖어 비비고 말린 서러울 것 같은'에는 차가 사랑이고 생명이라는 시인의 시정신이 녹아 있다.

시인은 다도(茶道)가 인간의 마음속에 내재되어 있는 어두운 그림자를 분출하고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음을 드러낸다.

'병마에 찌든 가녀린 영혼,/내 눈가에서/내 혀끝에서'는 정신적 질병을 치유하는 데 찻물이 잘 활용될 수 있음을 나타낸다. 마지막 연에서 시인은 '맑은 찻잔 속에서/푸르게 푸르게 운다.'라는 표현 속에 차의 치유효과를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연리지(連理枝) 같은 참새의 푸른 혀를 닮은'과 '내 혀끝에서/맑은 찻잔 속에서/푸르게 푸르게 운다.'처럼 수미상관(首尾相關)으로 된 지배적 심상은 이 시의 백미다.

이런 구조적 장치로 인해 이 시는 문학적 성취를 확보한다. 이때 '푸르게 푸르게 운다'라는 인상적인 장면은 우리의 미의식을 자극할 수 있는 미적 강렬함과 충격을 의미한다.

지배적인 정황이 전제되지 않은 시는 한낱 껍데기에 불과한 것이다. 지배적인 정황이 없거나 부족할 때, 작품은 미적 감각과 감흥이 약화되거나 사라지게 된다.

- 권대근(문학평론가, 대신대학원대학교 교수)

별하 고형숙 시인 프로필

- 광주광역시 출생
- 격월간 <서라벌문예> 詩 부문 신인작품상 수상 등단(2010년)
- (사)한국문인협회 홍보분과위원
- (사)예지원 광주지부 제1기 다도 사범
- 한국다도대학원 제10기(교수)
- 한국다도대학원 차문화연구 최고과정 제7기(茶道正師)
- 한국다도대학원 최고급다예사(제1기)
- 예절지도사 1급(한국전례원)
- 중국다예사 중급 자격증(中國)
- 티마스터(홍차) 
- 광주 불교방송 '우리의 차문화' 3년 동안 방송 진행
- 광주 MBC 라디오 '추억의 별이 빛나는 밤에'(고형숙의 뮤직 타임머신 진행)
- 2008년 '세계평화문화대상(한국차문화대상)' 수상

i24@daum.net

【詩가 있는 아침】 별하 고형숙 시인의 '작설차(雀舌茶)'
작설차(雀舌茶) - 별하 고형숙 시인 창밖으로 내리는 곡우와 마주하고 연리지(連理枝) 같은 참새의 푸른 혀를 닮은 한 잔의 차를 마신다 여린 햇빛 아래 홀로 고운 매화꽃 점점이 피워 맑은 향기 품어내던 그 골짜기 매운 춘설 견뎌 온 갓 트인 연초록 여린 찻잎 덖고 비비고 덖고 비비고 또 덖어 비비고 말린 서러울 것 같은 청순 그 정성 그대로 점점이 설중매 수놓은 하얀 다포 깔아 좋은 물 끓여내어 찻잔을 데우고 찻잎에 물 부어 곱게 우려 살포시 한 모금 목에 넘기니 병마에 찌든 가녀린 영혼, 내 눈가에서 내 혀끝에서 맑은 찻잔 속에서 푸르게 푸르게 운다. ■ 詩評 이 시를 읽으면 오랜 전통과 역사를 지니고 있는 차야말로 소중한 우리 것을 찾는 또 다른 길 중의 하나란 생각을 지울 수 없게 된다. 아직도 자욱한 안개와 먼지 속에 가려져 박제된 전통문화에 숨결을 불어넣는, 다시 말해 삶에 있어서 '삿된' 기운을 몰아내는 부채와 같은 것이 바로 다도문화를 꽃피우는 것이 아닐까. 차문화와 시문학은 언제나 함께 있어왔다. '좋은 물 끓여내어/찻잔을 데우고/찻잎에 물 부어 곱게 우려/살포시 한 모금 목에 넘기니'와 같이 차는 물을 만나 비로소 하나가 된다. 차는 만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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