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일보) 김정현 기자= 극단 민예는 기억상실증 환자로 위장한 범죄자와 진실을 파헤치려는 형사들의 심리드라마를 담은 연극 '템프파일'을 오는 10월 24일부터 11월 4일까지 대학로 스카이시어터2관에서 공연한다.
템프파일이란 전원이 꺼지면 다시 돌아오지 않은 임시 파일이다. 컴퓨터 자료 대부분이 템프파일 형태로 있다가 저장 공간을 정해주고 파일명을 지정하면 영원히 기억된다. 공간이 지정되지 않은 파일들은 전원이 꺼지면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나 그 기억들이 영원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 있다. 단지 그 기억들을 불러내 올 수 없을 뿐이다. 사람들의 머리에도 그런 기능이 있다고 한다.
창단 45주년 기념 제154회 정기공연인 '템프파일'은 중요하지않다고 판단되거나 기억하고 싶지않은 것들을 잊은 한 사람의 이야기와 삶과 가족의 죽음 뒤에 숨겨진 진실을 알리고자 하는 자와 자식을 살리기 위해 진실을 은폐할 수 밖에 없는 두 인간의 싸움이다.
즐거리를 살펴보면 재계서열 10위 하나그룹 회장의 사채가 코에 구멍이 뚫려 있고 목에 북이 매어 있는 마치 조리돌림을 당한 듯 처참한 상태로 시청 앞 광장에서 발견된다. 유력한 용의자로 60대 절름발이 택시기사인 오한구(이달영 분)가 지목된다. 오한구는 하나그룹 회장에게 명예회손, 공갈, 사기에 접근 금지명령까지 받은 인물이다. 게다가 사채가 옮겨졌을 시간에 시청 근처의 CCTV에 찍히기까지 했다. 그러나 오한구는 전 국민이 알고 있는 기억상실증(어제를 기억하지 못하는)환자다. 그는 아내와 딸이 교통사고를 당했던 15년 전에서 기억이 멈춘 상태다.
사건을 맡은 종로경찰서 신팀장은 오한구가 범인이라고 확신하고 있지만, 최철민 형사는 오한구가 이용당했다고 생각한다. 최철민은 힘없고 순박한 사람이 희생자가 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묵과 할 수 없다며 오한구의 누명을 벗겨주기 위해 정신과의사이자 아내인 김수정에게 도움을 청한다. 김수정 또한 오한구를 돕기 위해 정신감정을 시작한다.
연극 '템프파일'은 '싱싱 냉장고'로 2005년 한국희곡작가협회 신춘문예 희곡부문 수상한 김숙종 작품으로 김성환이 연출을 맡았다.
오한구 역에는 배우 이달형이, 신팀장 역에는 홍주환이, 최철민 역에는 이동환이, 김수정 역에는 연설하가 맡아 연기를 펼친다. 특히 오한구 역을 맡은 이달형은 드라마 장사의신-객주, 천상여자, 맏이, 거상 김만덕 등 브라운관 및 연극, 영화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 작품은 그의 명품 연기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한편 극단 민예는 1973년 국립극장장을 역임한 故허규를 중심으로 뜻을 같이하는 연극인들이 창단하여 한국 연극의 새로운 지평을 제시했다. 또 전통극적인 요소들을 발굴하여 현대적으로 재창조 하였고 연극을 통한 인간성 회복과 민족 전통예술의 현대적 조화를 목표로 다양한 형태의 공연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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