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필리핀에서 우리국민이 잇따라 피살되면서 재외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외교부가 긴급 대책마련에 나선다.
외교부는 교민 밀집 지역에 폐쇄회로(CC)TV를 추가 확대하는 등 재외국민 안전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필리핀 현지 경찰 등과 민관 대책회의를 열 계획이다.
현재 필리핀에는 4명의 우리 경찰 주재관(마닐라 주재 한국대사관 3명, 세부 분관에 1명)이 파견돼 있으며, 필리핀 경찰청 내 '코리아 데스크'에 2명의 경찰이 나가 있다.
한인 밀집지역에 CCTV 추가 설치를 지원하고, 한인사회의 방범 활동에 필요한 예산 지원 확대 등도 검토 대상이다.
현재 마닐라 외곽 한인 밀집지역인 말라테에 한인파출소 한곳이 운영 중이며 중부 관광도시 앙헬레스 지역의
코리아타운에는 총 5개 장소에 17대의 CCTV가 설치돼 있다.
6일 외교부 당국자는 "필리핀 장기체류 우리국민의 피해가 계속 발생하고 있어서 오는 8일께 현지 경찰의 한인사건 전담반인 코리안데스크에 나가 있는 우리 경찰, 한인회 관계자를 국내로 불러서 국내 경찰 등 법집행 기관들과 민관합동 대책회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6일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올해까지 해외에서 발생한 우리 국민 피살 사건의 약 40%가 필리핀에서 발생했다.
우리 국민의 해외 피살 건수는 2013년 32건, 2014년 23건, 올해 10월 초까지 26건 등 총 81건이다. 같은 기간 필리핀에서 피살된 우리 국민 수만 놓고 보면 2013년 12명, 2014년 10명, 올해 9명(조선족 1명 제외)이다.
피해 대상은 대부분 8만 8000여 명에 이르는 장기체류자들로, 연 120만 명에 이르는 관광객 피해 상황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다.
이와 관련, 지난해와 올해 피살된 19명 가운데 15명이 장기체류자였고, 지난해 필리핀 관광객 117만 명 중 강도 등 범죄 피해는 3건으로 집계됐다.
앞서 지난 2일 마닐라 외곽 지역에서 한국인과 중국 국적 조선족 부부가 총격으로 숨졌다. 8월에는 60대 은퇴자 부부가 자신의 집에서 괴한의 총에 맞아 숨졌고, 9월에도 60대 사업가가 사무실에서 괴한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우리 정부는 필리핀 내 피살사건이 빈번한 것은 사실이나 유독 우리나라 국민만이 범죄 대상으로 여겨지는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필리핀 장기 체류자를 기준으로 할 때 중국인 3만명 가운데 17명, 인도인 7만명 중 12명, 일본인 1만 8000명 가운데 7명이 피살됐고 우리나라 국민은 8만 8000명 가운데 10명이 피살됐다.
필리핀 내 사건·사고가 빈번한 까닭은 열악한 현지 치안 상황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00만정 이상의 총기가 불법으로 유통되는 것으로 추정되며,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청부살인이 가능해 강력사건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범인 검거율이 높지 않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2012~2014년 필리핀에서 우리 국민이 피살된 25건 가운데, 범인이 검거된 것은 8건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중국에서는 12건 가운데 12건, 미국에서는 8건 가운데 6건, 일본에서는 4건 가운데 4건 등 우리 국민의 피살 사건과 관련한 범인이 대부분 검거됐다.
이 때문에 정부는 8일 개최하는 대책회의에서 종합대책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필리핀 현지에 우리 경찰 파견인력을 증원하는 문제를 비롯해 필리핀 경찰 출신 고용, 필리핀 내 우리 영사 인력 증원 등에 대한 검토가 이뤄질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