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국회 담장을 무너뜨리고 경내로 진입하는 등 불법 집회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 21일 구속됐다.
2015년 한상균 전 위원장이 구속된 이후 4년만으로 민주노총 출범 이후 수장이 구속되는 건 김 위원장이 다섯 번째다. 민주노총은 즉각 반발하며 대대적 투쟁에 나서겠다 선포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이날 저녁 특수공무집행방해, 특수공용물건손상, 공동건조물침입, 일반교통방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김 위원장을 구속했다.
김 위원장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은 서울남부지법 김선일 영장전담 판사는 "도망 염려가 있다"고 영장발부사유를 밝혔다.
이번 구속으로 김 위원장은 1995년 권영길 위원장, 2001년 단병호 위원장, 2009년 이석행 위원장, 2015년 한상균 위원장에 5번째로 구속 수감된 민주노총 위원장이 됐다. 이번 정부에서 양대 노조 수장에게 사법처리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월 27일과 4월2~3일 국회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집회에서 차로를 점거하고 경찰의 플라스틱 방어막을 뜯어냈으며 경찰방패를 빼앗고 폭행하는 등 불법행위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다.
김 위원장은 4월 3일 현행범으로 체포돼 조사를 받았고 이달 7일 경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고 경찰은 이달 18일 김 위원장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9시 30분쯤 "문재인 정부는 민주노총 임원과 간부에 대한 탄압에 이어 마침내 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기에 이르렀다"며 "명백한 정부의 정책 의지임을 확인한다"고 밝혔다.
이날 김 위원장이 입감돼 있는 영등포경찰서 앞에는 민주노총 조합원 60여명이 김 위원장을 석방하라며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김 위원장의 구속 소식이 전해지자 "김명환 위원장의 구속에 맞서 싸우겠다"며 대대적 투쟁을 선포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법원이 김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직후 대변인 논평을 통해 "결국 정부는 총노동의 수장을 잡아 가뒀다"며 "더 이상 촛불 정부가 아닌 노동탄압 정부를 상대로 한 전면적이고 대대적인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민주노총이 위원장을 잃었다고 해서 물러나거나 힘을 잃을 조직이 아닌 것을 알 것"이라며 "촛불정부가 아닌 노동탄압 정부를 상대로 한 전면적이고 대대적인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선포했다.
민주노총은 그러면서 "주말에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소집해 이미 수립한 투쟁 계획의 세부적인 내용을 다듬을 것"이라며 "이달 울산 전국 노동자대회와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총파업, 그리고 민주노총 전 조직의 총파업 투쟁으로 이어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국회 개원에 앞서 민주노총 위원장을 구속한 이유는 분명하다"며 "민주노총의 저항을 짓밟고 노동법을 개악하고 저임금 장시간 노동 체제를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민주노총을 가둔 노동존중 세상은 없다"며 "(김 위원장을 포함해) 구속된 네 동지를 석방시키고 반드시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끝내겠다"고 덧붙였다.
김경자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김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에 대해 "'잘못 건드렸다'고 생각하게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수석부위원장은 "(김 위원장의 구속은) 2500만 국민을 책임지는 민주노총이 저항하지 못하도록 하는 술책"이라며 "노동개악을 막아야 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이자 권리이기에 맞서 투쟁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의 목표는 구속된 동지들의 구출이 목표가 아니다"며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쟁취하기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원장 유고 사태를 맞은 민주노총은 김경자 수석부위원장을 중심으로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민주노총은 이날 밤 비상 상임집행위원회를 소집해 대책을 논의한 데 이어 22일 오후에는 비상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세부적인 투쟁 계획을 논의하고 청와대 앞에서 규탄 집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민주노총은 22일 오전 11시 비공개 사무총국 대책회의와 오후 3시 비상 중앙집행위원회 회의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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