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故 임세원(47) 교수를 향한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우울증과 불안장애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가였던 고인은 환자들을 위한 마음도 각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일 의료계에 따르면 새해를 앞두고 지난해 12월 31일 숨진 임 교수는 20여 년간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를 돌보며 100여 편의 논문을 국내외 학술지에 발표한 정신건강의학 분야 전문가이다.
우울증과 스트레스를 개선하기 위한 여러 프로그램 개발에도 참여해왔다. 특히 2011년 개발된 한국형 표준 자살 예방 교육프로그램 '보고 듣고 말하기'(보듣말)를 마련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2016년에는 자신의 우울증 극복기를 담은 책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를 펴내면서 환자와 공감하는 삶을 나누기도 했다.
특히 임 교수가 생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남긴 글에서 환자를 보듬는 마음이 묻어나 슬픔을 더하고 있다.
임 교수는 환자들을 향해 "힘들어도 오늘을 견디어 보자고, 당신의 삶에 기회를 조금 더 주어 보자고, 그리고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고, 우리 함께 살아보자고"라며 말한다면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소신을 내비쳤다.
임 교수의 부고를 전해들은 환자와 보호자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하는 한편 생전의 헌신적인 모습을 기억하며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에 이어 대한신경정신의학회도 임 교수를 애도하는 성명을 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성명서를 통해 "그 자신이 통증으로 인한 우울증의 고통을 경험한 치유자로서, 본인에게는 한없이 엄격하면서 질환으로 고통 받는 많은 이들을 돌보고 치료하고 그들의 회복을 함께 기뻐했던 훌륭한 의사이자 치유자였다"고 말했다.
학회는 이어 "직장정신건강영역의 개척자였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한국형 표준자살예방프로그램 ‘보고 듣고 말하기’의 개발책임자로서 우리나라의 자살예방을 위해서도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던 우리 사회의 리더"라고 애도했다.
학회는 또 "고인과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와 함께 별도의 추모과정을 통해 고인의 뜻을 애도하고 기억하기 위한 일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의사에게 안전한 치료환경을 보장해주지 못하고, 환자에겐 지속적 치료를 제공하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정신보건의료 제도 하에서 이러한 사고의 위험은 온전히 정신과 의사와 치료 팀의 스텝들이 감내해야 하는 것으로 남아 있다"면서 "안전한 치료시스템 마련을 위해 모든 것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에서 자신의 환자 박모(30)씨가 휘두른 흉기에 가슴 부위를 수차례 찔렸다. 임 교수는 곧바로 응급실로 이송됐으나 약 2시간 뒤 끝내 세상을 떠났다. 박씨는 간호사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살인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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