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이낙연 국무총리가 2일 저녁 박정희 독재 정권 시절 유신 반대투쟁에 앞장서다 의문사한 고(故) 장준하 선생의 부인 김희숙 여사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조의를 표했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 향년 92세의 일기로 별세한 고인의 빈소 조문을 마치고나서 빈소에서 유가족과 일일이 악수하고 지인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고인에 대한 추억을 나눴다.
유족 측에 따르면 1926년 평안북도 정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장준하 선생이 정주 신안소학교에서 교사로 재직할 때 사제지간으로 만나 17살 때인 1943년 장준하 선생과 결혼했다.
결혼 일주일 만에 장준하 선생이 일본군에 징집당해 중국으로 끌려가면서 소식이 끊겼지만, 군을 탈출한 장 선생이 충칭에 있는 광복군 본대에 합류한 후 해방을 맞아 임시정부 요인들과 함께 귀국하면서 1946년 다시 만났다.
고인은 남편이자 독립운동가였던 장준하 선생이 종합월간지 '사상계'를 발행할 당시 편집과 교정을 도우며 3남 2녀를 키웠다. 1967년 6월 제7대 총선 때는 옥중 출마한 장 선생을 대신해 유세연설을 해 압도적인 표차로 장준하 선생을 국회의원으로 당선시키기도 했다.
고인은 해방 후 독재에 맞서 민주화 운동을 펼치던 중 1975년 8월 17일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약사봉에서 장준하 선생이 의문사한 후 정부의 혹독한 감시와 억압 속에 삯바느질 등을 하며 어렵게 생계를 이어갔다. 감시를 피해 누군가 담장 너머로 넣어준 쌀과 김치로 끼니를 해결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권력기관에 의한 타살 의혹이 불거졌다.
한편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고인의 3남 2녀 중 막내 아들 장호준 목사는 박근혜 정부 시절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여권 발급이 제한돼, 고인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 목사는 20대 총선을 앞두고 2015년 12월부터 2016년 4월까지 미국 내 일간지 등에 '박근혜 정권을 투표로 심판하자'는 내용의 광고를 게재한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 4월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앞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장 목사를 검찰에 고발하며, 외교부에 요청해 장 목사의 여권을 무효화했다. 장 목사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로, 이 때문에 여권 발급 역시 제한되고 있다.
지난주 김희숙 여사가 위독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청와대 홈페이지 게시판에 장 목사의 입국을 일시 허용해달라는 청원까지 올라왔지만, 장 목사는 예외적 조치로 입국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장 목사는 앞서 지난달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여권 발급 제한 조치는 사법부의 결정"이라며, 본인의 입국을 허용해달라며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행정부가 사법부를 관리 통제하지 않는 정부를 세우기 위해 촛불을 들었던 우리의 의지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여권 발급 제한을 해지하려면 항소를 포기하고 벌금을 납부해야한다"며 "어머니께서도 자식이 옳고 그른 것을 가리기 위해 항소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는 모습 보기를 더 원하시리라 믿는다"고 밝혀 항소를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장준하기념사업회 관계자는 "평생을 어렵게 산 고인은 2001년 서울시와 국가보훈처의 배려로 국가유공자 영구임대아파트에 입주해 독립유공자 연금을 받아 생활했다"고 전했다.
고인은 2016년 1월 구순잔치에서 "올바른 역사정립과 민주확립, 평화통일의 등불을 환하게 밝히고 싶다"며 자필 편지를 낭독했었다.
고인은 장준하 선생의 유해가 안장된 경기도 파주시 장준하공원에 안치될 예정이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4일 오전 8시에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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