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일보) 김정현 기자 =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에 의해 저질러진 민간인 학살 당시 생존자들이 한국을 방문, '한국 정부의 진상규명 책임과 구체적인 사과'를 촉구했다.
오는 21, 22일 시민평화법정 준비위원회와 국회시민정치포럼 주최로 서울 마포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리는 시민평화법정에서 본인이 겪은 학살을 증언하기 위해 방한한 베트남 꽝남성 퐁니마을 출신인 응우옌티탄씨는 1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50년이 지난 지금도 배에 총상을 입고 가족을 찾아 헤매던 기억이 생생한데, 아직까지도 그 잔인했던 학살의 이유를 알지 못한다"며 한국 정부에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응우옌티탄씨는 "1968년 2월 퐁니 마을과 하미 마을은 한국군의 끔찍한 학살을 경험했다"며 "8살이었던 저는 한국군의 학살로 어머니, 언니, 남동생, 이모, 사촌 동생까지 모두 5명의 가족을 잃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배에 총상을 입었고, 죽은 남동생은 한국군이 쏜 총에 맞아 입이 다 날아갔다”며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어째서 우리 가족에게 이런 비극이 벌어진 것인지 알 수 없었다”고 울먹였다.
응우옌티탄씨는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같은 이름의 하미 마을 응우엔티탄을 소개했다. 11살이었던 그녀는 한국군이 가족을 방공호에 몰아넣은 뒤 수류탄을 던져 왼쪽 다리와 허리에 수류탄 파편이 박혔고 왼쪽 귀는 영영 청력을 잃었다. 당시 어머니, 남동생, 숙모 사촌 동생 등 다섯 명의 가족을 잃었다.
응우옌티탄은 " 한국군은 여성과 어린아이뿐이었던 우리 가족에게 총을 쏘고 수류탄을 던졌나요"라며 "어째서 집까지 모조리 불태우고 시신마저 불도저로 밀어버린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계속해서 "어째서 한국군은 그러한 끔찍한 잘못을 저질러놓고 50년이 넘도록 그 어떤 인정도 사과도 하지 않는 것인가요"라고 말했다.
응우옌티탄은 "저는 2015년에 처음 한국에 왔고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다. 한국에 가면 참전군인들이 사과를 하고 제 손을 따뜻하게 잡아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그들은 군복을 입고 나타나 제 앞을 가로막았고 저는 다시 한 번 통한의 눈물을 흘려야 했다"고 했다.
이어 "한국 참전군인들의 사과를 받고 싶다"며 "최소한 사과가 있어야 용서도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끝으로 "학살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은 너무도 고통스럽지만 그것이 살아남은 우리의 소임이라고 생각한다"며 " 우리 스스로가 전쟁의 참상을 알리는 증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홍익표 더불어 민주당 의원은 "(민간인 학살)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관련된 사과가 이뤄진 후 한국가 베트남이 미래지향적이고 발전적으로 나가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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