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대전시민대학의 대표적인 장수 강좌인 '시창작 교실 힐링포엠(Healing Poem)'이 시를 통한 치유와 소통, 그리고 전문 시인 배출이라는 독창적 성과를 거두며 지역 문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대전시 중구 선화동 옛 충남도청 자리에 위치한 대전평생교육진흥원 내에 개설되어 있는 대전시민대학의 '시창작 교실 힐링포엠'은 김명순 대전문인총연합회 회장의 지도 아래 지난 2014년 개설 이후 현재까지 한진호, 박영옥, 송선용 등 23명의 시인을 배출했으며, 시 창작 실습뿐 아니라 문예지 등단 및 시집 출간까지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시민문학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25년 상반기에는 계간 <한국문학시대> 제80호, 제81호에서 라은선, 김영규 수강생이 각각 우수작품상에 당선되어 등단하는 쾌거를 이뤘으며, 오는 12월 대전문인총연합회가 주최하는 '문학 한마당 축제'에서 수상할 예정이다.
힐링포엠 출신 시인들의 활동도 활발하다. 구하나 시인은 세 번째 시집 <어쩌다 물고기라오>를 출간했으며, 강좌 회원들이 중심이 된 시문학지 <Poetizen>

강좌를 이끄는 김명순 회장은 문학박사이자 대전문인총연합회 회장으로, 2013년 교육계에서 정년퇴임 이후 시작한 이 강좌에 대해 "시를 통해 시민에게 다시 숨 쉴 힘을 전하고 싶었다"고 회고한다.
김 회장은 시를 '삶을 예민하게 살아내는 태도'라 정의하며, 힐링포엠의 수강생들을 일컬어 "배우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시의 씨앗을 품은 작가들”이라며 "한 편의 시를 완성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듯, 사람의 마음도 천천히 익는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어 "저는 그 속도를 기다려주는 안내자일 뿐"이라며 "시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며, 시를 쓰는 동안 타인의 고통에 귀 기울이고, 자신의 상처를 되돌아보는 그 시간이야말로 가장 진한 치유"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그러면서 "등단이나 시집 출간이 목표일 수는 있지만, 그보다는 내면의 진실을 마주하는 시간이 훨씬 중요하다"며 "힐링포엠은 그런 시간을 함께 살아내는 문학의 공동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는 Zoom을 활용한 비대면 수업으로 창작과 합평을 이어갔고, 현재는 수강 신청과 동시에 정원이 마감될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온라인 창작 플랫폼인 페이스북 비공개 그룹 'healingpoem'을 통해서는 시의 디지털 공유와 실시간 합평도 활발히 이루어진다.
강의실 밖에서도 배움은 계속된다. 지난 3월에는 통영·광양 등지를 찾아 유치환, 박경리, 윤동주, 김춘수 시인의 흔적을 따라가는 문학기행이 진행됐으며, 앞으로도 정기적인 탐방이 예정돼 있다. 이러한 활동은 시를 일상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실천의 장이 되고 있다.
수강생들의 반응도 각별하다. 이현온 시인은 "명성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스스로를 치유하라는 강사님의 말이 삶에 큰 울림이 됐다"고 전하며, "힐링포엠은 서로가 선생님이고 책이 되는 배움의 공동체"라고 평가했다.
박광수 시인도 "시를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고, 감정을 나누는 법을 배웠다"며 공동체적 치유의 힘을 언급했다.
김명순 회장은 끝으로 "저마다의 일상 속에서 시를 피워내는 이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문학의 숲을 가꾸어 가는 이 시간이 제 인생의 가장 따뜻한 계절"이라며 "첫 시집은 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중요한 이정표"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어 "앞으로도 시민들과 함께 시를 통해 자신을 성찰하고, 세상과 더 깊이 연결되는 길을 함께 걸어가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시민의 일상 속에 시를 스며들게 하고, 누구나 시를 쓰는 '시민(詩民)사회'를 꿈꾸는 힐링포엠. 그 조용한 여정이 지역 문학의 지형도를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바꾸고 있다. 단순한 시 창작 강좌를 넘어, '시민이 시를 쓰는 사회, 詩民 사회'를 지향하며 대전 시민들의 삶 깊숙이 문학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시를 통해 자신을 돌보고,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힘을 기르는 힐링포엠. 앞으로의 그 특별한 문학 실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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