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칼럼] 최창일 시인, '시가 가장 싫어하는 파시즘의 웃음소리'

  • 등록 2025.07.14 01:3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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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자유를 억누르는 전체주의의 그림자…시는 묻는다, 누가 자유를 통제하는가?"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어이없는 질문을 ChatGPT에게 해본다. "시(詩)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의외의 대답이다. "파시즘(Fascism)"이라고 답한다.

파시즘은 20세기 유럽에서 등장한 전체주의적 정치 이념이다. 개념은 단순히 독재를 넘어 훨씬 복합적인 사상적·정치적 현상을 이른다.

어원은 라틴어 'fascis'에서 유래했다. 이는 "막대기 다발"이라는 뜻으로, 고대 로마에서 권위와 단결의 상징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파시즘은 국가 또는 민족의 절대적 우위를 주장하며, 개인의 자유를 억제하고, 강력한 지도자와 군국주의적 질서 아래에서 통합을 도모하는 전체주의 체제다.

'파시즘의 역사(최초)'로 알려진 베니토 무솔리니(Benito Amilcare Andrea Mussolini)는 1922년 이탈리아에서 "국가 파시스트당"을 이끌고 집권했다. 노동운동과 공산주의의 확산에 반발해 "질서", "권위", "민족 통합"을 강조했다.

국가는 유기체이며 개인은 그 부속일 뿐이라는 철학을 발전시킨 것이다. 여러 학자의 이론을 차용한 ChatGPT는 이러한 학설을 바탕으로 시(詩)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파시즘이라고 대답한 것으로 보인다.

독일인이 지금도 지긋지긋하게 여기는 히틀러와 나치즘(Nazism)은 깊은 관련이 있다. 독일의 나치당은 파시즘의 한 형태로, 인종주의와 반유대주의, 게르만 민족 우월주의가 극단적으로 강조되었다.

히틀러는 무솔리니의 파시즘을 독일 상황에 맞춰 더욱 급진적으로 발전시켰다. 이 부분이 무서운 지점이다. 독일의 히틀러는 죽은 것이 아니다. 그의 망령은 세계 곳곳에 지금도 떠돌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의 트럼프다.

파시즘의 핵심 특징을 살펴보면 민족주의·국가주의를 들 수 있다. 민족이나 국가의 영광을 위해 개인의 희생을 요구한다. 반(反)자유로서 자유민주주의, 개인주의, 인권 보장 등을 부정한다.

언뜻 이해되지 않을 수 있지만, 파시즘은 공산주의와 사회주의를 강하게 배격한다. 강력한 지도자 숭배를 통해 ‘영웅적 리더’에게 절대 충성과 복종을 요구한다. 폭력의 정당화, 목표 달성을 위해 정치적 폭력과 탄압을 정당화한다.

선전과 통제, 언론·교육·문화의 철저한 통제와 세뇌도 특징이다. 전쟁을 통한 민족의 정화와 국가 부흥을 강조하기도 한다. 반지성주의는 합리성과 비판 정신을 억압하고 감정과 충성심을 중시한다.

한국에도 파시즘은 이탈리아 가톨릭에 침투하듯, 기독교에 상당히 깊이 침투되었다. 뉴라이트도 대표적 사례다. 뉴라이트는 종교, 교육계 지도자들에게 투명하게 색칠되었다.

이탈리아(무솔리니)는 파시즘의 원조 국가로, 의회 해산, 정당 해체, 검열과 비밀경찰을 운영했다. 독일(히틀러)은 나치즘, 파시즘보다 더 인종주의적이며, 전체주의의 극단을 보여준 사례다.

스페인의 프랑코는 1939~1975년까지 군사 독재 체제를 유지하며 파시즘적 요소를 강화하였다.

일본은 제국주의로 "천황에 대한 절대 충성", "대동아공영권" 등의 파시즘적 속성이 농후했다. 현대 정치에서 "파시즘"은 비유적 용어로도 사용된다. 예를 들어 "극우 대중영합주의", "민족주의적 전체주의", "국가폭력 정당화" 등에 대해 비판적으로 쓰이기도 한다.

다수주의의 이름으로 소수자를 탄압하는 일은 다반사다. 그러면서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제약한다. 국가주의와 지도자 중심 정치가 강화된다. 진영 논리에 기반한 반지성주의로 반대자를 공격한다.

역사적으로 가톨릭교회의 일부는 무솔리니와 히틀러 초기 정권과 일정한 협력 관계를 맺었지만, 이후 교황 비오 11세는 이를 "우상 숭배적 전체주의"로 규정하며 비판했다.

파시즘은 기독교 복음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파시즘은 인간을 국가나 민족을 위한 수단으로 삼았다. 기독교의 뜻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어진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 그리고 진리에 대한 순종을 강조하는 데 있다.

파시즘은 겉으로는 질서, 통합, 위대함, 애국심을 말하지만, 그 이면에는 자유의 말살, 폭력의 정당화, 권력의 우상화가 자리 잡고 있다.

한 국가가 불안과 혼란 속에서 "강한 지도자", "국가 정체성", "통일된 힘"을 강조하며 자유와 비판을 억압하려 할 때, 우리는 파시즘의 유혹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인지 분별해야 한다.

한국의 파시즘에 대하여 다시 질문해 보았다. 답은 이렇다. 한국 사회에서의 파시즘 경향은 명시적으로 “파시즘 정권”이라고 불릴 수는 없지만, 특정 시기와 정권, 그리고 집단 안에서 파시즘의 속성들이 부분적으로 발현된 경우가 존재했다.

조선 후기의 유교적 질서, 식민 통치, 군사정권을 거치며 강력한 국가 권력에 대한 수용과 지도자 숭배 문화가 무의식에 내재했다는 것이다.

민중보다 "지도자 중심", "국가 이익 중심", "공동체 질서 중심"의 가치관이 뿌리 깊게 존재했다. 대한민국 헌법은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종종 권위주의적 정치 행태가 반복됐다.

자유의 확대보다는 “질서 유지”라는 명분 아래 검열, 공안 통치, 선동적 정치가 동원되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역사다.

한국 현대사 속 파시즘적 요소들은 군사독재 정권(박정희~전두환 시대)에 분명히 존재했다. 국가주의 산업화와 안보를 명분으로 국가 중심의 통제를 강화했다. 반공 이데올로기로 공산주의를 절대 악으로 설정하고, 국민을 정치적으로 통제하는 데 이용했다.

지도자 숭배를 조장하며 “박정희 신화”, “전두환 장군님” 등으로 영웅화하였다. 언론 합동 심의, 검열, 보도 지침 등을 일삼았다.

긴급조치, 고문, 강제 진압 등 ‘국가 질서 수호’라는 명분으로 폭력을 정당화했다. 이 시기 파시즘과 유사한 통치 전략이 실제 작동했으며, 국민 일부는 “국가 발전”이라는 명분으로 이를 수용하는 사회 분위기도 있었다.

이러한 분위기는 유튜브를 통한 현상으로 잠재되어 지금도 정치인을 거의 종교적인 상징처럼 추종하는 데 문제가 되고 있다.

한나 아렌트의 <전체주의의 기원>, 김호기의 <한국 사회의 파시즘적 상상력>, 박홍규의 <파시즘: 권력과 폭력의 역사>, 조지 오웰의 <1984>, 김동춘의 <한국 현대사의 기회와 파시즘>에서도 이러한 이론을 뒷받침하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 최창일 시인(이미지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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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건섭 기자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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