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문학은 상상력의 학문이다. 더더욱 시(詩)는 상상의 사유영역이다. 영상 예술인 영화는 상상력의 극이다. 시와 노래가 사랑받는 것은 상상력이 만드는 사유기 때문이다.
로마의 시저는 제국을 상상했다. 미국의 링컨은 해방된 인간 공동체를 그렸다. 김구는 통일의 한국을 꿈꾸었다.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은 것에 국민은 애석하다. 그들 모두는 당시에는 '비현실적'이란 소리를 들었지만, 결국 그들의 상상은 역사라는 이름으로 실현으로 나아가거나 키워졌다. 이처럼 상상력은 개인의 능력을 넘어 시대를 움직이는 구조와 체제를 바꾼다.
법도 마찬가지다. 법은 현실을 규정하는 도구이지만, 그 바탕에는 '그 사회가 바라는 세계'를 담은 상상력이 있다. 법은 단순히 금지하거나 허용하는 규칙의 나열이 아니라, 인간이 어떤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지에 대한 정신적 설계도이다.
그래서 토머스 모어는 '유토피아'에서, 장 자크 루소는 '사회계약론'에서 각자의 법과 제도를 상상하며 새로운 사회를 꿈꾸었다.
대한민국의 시간은 어떠한가. 우리는 과연 어떤 상상력을 가진 사회를 만들고 있는가. 우리 헌법 전문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고…."
이 말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지향하는 사회인지에 대한 공동의 상상이다. 한국의 근간은 형사적 상상력을 키우는 시간이다. 솔직히 국민이 형사적인 법의 상식을 알기 위해 상상력을 키우는 것은 그리 좋은 것은 아니다.
우리는 사유의 상상력을 잃고 있지는 않은가. 입법부는 단기적 정쟁에 매몰되고, 사법부는 기계적인 판단에 치우치며, 행정부는 권력 유지를 위한 조치에 골몰한다. 법은 더는 ‘국민의 미래를 설계하는 상상력의 공간’이 아니라, 권력 투쟁의 무기로 전락하고 있다.
이쯤에서 우리는 '법의 상상력'에 대한 문제의식을 회복해야 한다. 자유는 어떻게 보장되어야 하는가? 정의란 무엇인가? 책임과 권리의 균형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이런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과정 자체가 곧 법의 상상력이다.
예컨대, 아동학대를 막기 위한 법은 단지 처벌의 강화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법은 '어떤 사회에서 아이들이 안전할 수 있을까?'라는 상상에서 출발해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의 환경법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다음 세대를 위한 상상력이 반영되어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법이 아니라, 더 깊은 상상력이다. 미래의 대한민국을 어떻게 만들고 싶은가? 국민이 진정 주인인 나라, 소수가 아닌 다수가 공존하는 사회, 인간의 존엄이 말뿐이 아닌, 실제로 작동하는 체계. 이것이 우리가 법과 정치, 그리고 교육을 통해 실현해야 할 사회적 상상력의 모습이다.
역사는 상상하는 자의 편이다. 지도자란 단지 행정 능력이 탁월한 사람이 아니라, 시대를 꿰뚫는 상상력을 가진 사람이다.
그 상상력을 제도와 시스템, 법률과 문화로 녹여낸 사람이 진정한 국가의 건축가가 된다. 오늘 우리는 어떤 상상 속에 살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어떤 상상력을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것인가?
지금 이 순간, 상상력은 단지 사치가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다. 상상력이 그 사회를 만들기 때문이다. 하루속히 형사적인 법의 상상력에서 벗어난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K팝은 상상력의 한류가 만들었다.
늦는 노벨상이지만 한강의 상상력이 세계 속의 문학으로 나아가게 했다. 모차르트나 백남준의 예술은 상상력에서 만들어졌다. 모차르트 초콜릿도 상상력이 만들어 냈다.
블랙핑크의 로제가 2025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이름을 올린 것도 상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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