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한파는 더 이상 계절적 불편이 아니다. 기후위기가 일상이 된 시대, 겨울의 추위는 재난의 얼굴로 다가온다. 특히 고령자와 저소득 가구, 사회적 고립 상태에 놓인 이들에게 한파는 생존과 직결된 위협이다.
행정안전부가 한파 재난 위기 경보를 '주의' 단계로 격상한 가운데, 민간 구호기관의 움직임이 눈길을 끈다.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회장 임채청)는 전국 재난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파·감염 대응키트 9천849세트를 지원하며, 기후재난 대응의 현장 최전선에 섰다.
이번 지원은 단순한 물품 전달을 넘어, 변화한 재난의 성격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키트에는 침구세트와 방한용품은 물론 KF94 마스크와 손소독제 등 감염병 예방 물품이 함께 포함됐다. 한파와 감염병이 동시에 취약계층을 위협하는 '복합 재난' 현실을 고려한 구성이다.
공공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곳, 민간이 채운다
기후재난은 예측 가능하지만, 피해는 불균등하게 나타난다. 난방 여건이 열악한 주거 환경, 의료 접근성이 낮은 생활 조건은 한파를 더욱 가혹하게 만든다. 제도와 행정만으로는 촘촘한 대응이 어려운 이유다.
이 지점에서 민간 구호의 역할이 부각된다. 희망브리지의 이번 지원은 각 지자체 수요조사를 기반으로 진행됐다. 현장의 필요를 먼저 듣고, 재난이 본격화되기 전에 준비했다는 점에서 ‘사후 지원’이 아닌 ‘예방적 구호’에 가깝다.
전문가들은 기후위기 시대의 재난 대응은 공공과 민간의 역할 분담이 아니라 ‘협력 모델’로 전환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민간은 현장성과 신속성을, 공공은 제도와 지속성을 담당할 때 비로소 재난 안전망이 완성된다는 것이다.
'돕는 일’에서 ‘지키는 일'로

희망브리지 김희윤 구호모금국장은 "계속되는 한파는 재난취약계층에게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직접적 요인"이라며 “지자체와 협력해 세심한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 말은 구호의 개념이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과거 재난 구호가 ‘발생 이후의 도움’이었다면, 이제는 '위험 이전의 보호'로 이동하고 있다. 겨울을 나게 하는 일은 단지 따뜻한 물건을 건네는 것이 아니라, 삶의 존엄을 지키는 일이다.
기후재난은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다. 문제는 누가,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세심하게 응답하느냐다. 한파 속에서 먼저 도착한 온기는 제도 이전에 사람을 향한다. 그리고 그 온기가 이어질 때, 재난은 비로소 공동체의 이름으로 견뎌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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