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지하도상가 권리금 폐지"… 2788개 점포 상인들 "재산권 보장하라"

  • 등록 2017.06.28 16: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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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20년만에 '임차권 양도·양수 금지' 입법예고
지하도상가 상인들, 서울시 지하도상가관리 조례 개정(안) 결사반대 궐기대회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사)전국지하도상가 상인연합회(이하 상인연합회)는 28일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사 앞에서 '서울시 지하도상가관리 조례 개정(안) 결사반대 궐기대회'를 열고 조례안 철회를 촉구했다.

정인대 상인연합회 이사장은 이날 궐기대회에서 "자유한국당 소속 서울시의회 의원인 주찬식 도시안전건설위원장의 압력에 의해 이번 조례 개정안이 입법예고 됐다"며 "40여년동안 허용해 왔던 지하도상가 임차권 양도양수를 금지하는 내용의 조례 개정안은 서울시 정책을 믿고 지하도상가를 구입했던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조치로 소상공인 말살행위"라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지난 12일 "임차권 양수·양도를 허용하는 조항을 삭제하는 '지하도상가 관리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고 밝혔다.

기존 조례 11조는 지하상가 임차권 거래와 관련해 '관리인의 허가를 받아 조례에 따른 권리와 의무를 양도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러나 개정안은 '임차인은 권리나 의무를 타인에게 양도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서울시는 "조례상 임차권의 양도·양수 허용조항이 불법권리금 발생 및 사회적 형평성에 배치된다"며 조례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서울시의회에서 기존 조례에 대한 지적과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임차권리의 양도를 허용하는 것은 법령 위반"이라는 행정자치부의 유권해석이 있었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서울 명동·강남 등 25개 구역 지하상가 2788개 점포 임차인들이 권리금을 받고 임차권을 다른 사람에게 넘길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이미 권리금을 내고 영업 중인 기존 입점상인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서울시와 '권리금 전쟁'이 불가피해 보인다.

상인들은 20년간 임차권 양도를 허용해오다 갑자기 금지해 기존 보증금을 지불한 임차인들에게 금전적 손실을 입히면서 보상 대책도 마련하지 않는 건 부당하다며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서울시는 "임차권 양수·양도 허용 조례가 상위 법령 위반이라는 행정자치부 유권해석이 있었고, 감사원도 법령을 준수해야 한다고 지적해 조례 개정을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서울시의회도 "임차권 양수·양도 허용 조항이 많게는 수억 원대에 달하는 불법 권리금을 발생시켰다"며 "사회적 형평성에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에 따라 해당 조례 11조 1항은 '조례에 따라 발생한 권리나 의무를 양도하고자 하는 자는 미리 관리인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에서 '타인에게 양도하여서는 아니된다'로 바뀌었다.

서울시는 이달 말까지 조례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뒤 시의회 의결을 거쳐 지하상가 임차권 양도·양수를 금지할 계획이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권리금이란 게 애초에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고, 공유재산관리법에 따라 서울시 소유 상가 시설을 임차하고 있는 상인들은 이를 전대하거나 다른 누군가에게 양도할 수 없다"며 "서울과 인천을 빼고는 모든 자치단체 조례가 이미 지하상가 등의 양도·양수를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대차 양수·양도가 금지되면 보통 5년 단위의 점포 계약이 만료될 경우 서울시가 회수해 경쟁입찰을 통해 새 주인을 찾게 된다.

서울시는 2011년 최고가를 적어내는 곳에 지하상가 점포를 임대하는 경쟁입찰제를 시작했다.

지하상가 입점 상인들은 "이미 권리금을 주고 상가에 들어선 상인들에게 피해를 주는 이번 서울시의 조치는 부당하다"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상인연합회 관계자는 "강남의 일부 잘나가는 지하상가에서만 문제가 되는 권리금 문제를 모든 지하상가 소상공인들에게 적용하는 것도 서울시의 행정편의적 조치"라고 비판했다.

나정용 주식회사 강남터미널 지하쇼핑몰 이사는 "이미 목 좋은 상가는 권리금이 최대 10억원까지 형성돼 있고, 대개 2억~3억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며 "여기 들어와 있는 사람 중 권리금으로 6억5000만원을 주고 매월 230만여 원을 월세로 납부하고 있는 사람도 있는데, 월세는 그렇다 쳐도 앞으로 권리금을 받을 방법이 없어 '멘붕' 상태"라고 말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도 이날 행사에 참가해 "이번 조례개정 입법예고는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이라며 "공무원의 행정편의주의를 타파하고 서울시는 지하도 상가 생존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상인연합회 이사장은 "지하상가 중 장사가 잘돼 권리금이 있는 점포는 일부"라며 "양도를 통해 상인들이 장사가 안 될 경우 빠져나갈 통로는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하상가 양도·양수를 인정하는 조례가 상위법을 위반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2015년 5월 개정된 임대차보호법이 권리금을 합법적으로 인정하고 있는데도 서울시가 감사원·행자부 지적을 모면하기 위한 면피행정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상인연합회 이사장은 또 "공유재산 중 지하통로는 행정재산이지만 지하점포는 일반재산"이라며 "일반재산에 대해서는 양도·양수를 인정해야 한다는 고등법원의 판결도 있었기 때문에 서울시의 일방적인 개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항변했다.

이어 "서울시가 충분한 기간에 걸쳐 제대로 입법예고도 하지 않았고, 상인들의 의견 수렴도 충분히 하지 않고 있다"며 "향후 상인연합회 차원에서 집회, 소송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상인연합회 이사장은 "어차피 입법예고는 된 것이고, 이제 공은 서울시가 아니라 서울시의회로 넘어간 셈이니 민감한 정치적 싸움을 벌여야 한다"며 "시의회에서 조례 개정안이 부결될 수 있도록 지하상가 상인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전달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지하상가는 1970~1980년대 지하철 개통, 방공대피시설 설치와 함께 지하통로가 생기면서 형성됐다. 지하상가 대부분은 민간이 도로 하부를 개발해 조성한 상가를 장기간 운영한 뒤 서울시에 되돌려주는 기부채납 형태로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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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건섭 기자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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