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3주기 추모, 다시 광장 덮은 '눈물의 촛불'..."진실은 아직 인양되지 않았다"

  • 등록 2017.04.15 22:3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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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분양소, 눈물의 추모 행렬...생존자 "약으로 하루를 버텼다" 고통호소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서울 세종로 광화문광장에 다시 촛불이 켜졌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삼삼오오 모여든 촛불로 광장 전체가 노란빛으로 물들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열린 마무리 촛불집회 이후 3주 만이다.

15일 세월호 참사 3주기를 하루 앞두고, 희생자 304명을 추모하고 미수습자들이 하루빨리 돌아오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과 목소리가 광화문을 중심으로 서울 도심 곳곳에서 울려 퍼졌다.

이날 오후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 수습과 철저한 선체조사, 책임자 처벌을 위한 22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를 열었다.

시민들은 2014년 4월16일 진골 맹골수도에서 세월호가 침몰한지 3년째 되는 날을 맞아 그날의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책임자를 처벌을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10만여명(주최측 추산)의 시민들이 함께했다.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24도를 웃도는 등 올 들어 가장 더운 날씨를 보였지만 광화문 광장은 가족, 연인, 학생단위의 추모객들로 북적였다. 이들의 손에는 '세월호 3년 진상규명' '마지막 한 사람까지 가족 품으로' 등이라고 적힌 플래카드와 노란색 한지를 댄 촛불을 들고 있었다.

광장 입구에 마련된 분향소는 추모객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국화꽃을 들고 차례로 분향소로 들어가 희생자들을 향해 묵념했다. 일부 추모객들 은 눈물을 참지 못하고 흐느끼기도 했다.

초등학교 1학년에 다니는 어린 딸과 함께 부산에서 이곳을 찾은 오모(41)씨는 “딸아이가 아직 어려서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모르고 있지만 딸아이가 성장해서라도 또 다른 아픈 역사가 될 세월호 참사에 대한 기억을 심어주기 위해 먼 길을 달려왔다”며 “세월호가 늦게나마 인양이 돼 반갑기는 하지만, 아직도 9명의 미수습 희생자 분들이 세월호 안에 갇혀 있다는 생각에 몸서리가 쳐진다”고 안타까워했다.

부부가 함께 광화문에 온 김모(53·남)씨는 "세월호가 이렇게 빨리 인양됐는데 왜 3년이라는 시간을 끌었나 싶다"며 "훼손이 많이 됐다고 하는데 진상 규명이 어려울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자는 취지의 사전대회도 진행됐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원불교인들의 모임은 '그 날 이후, 3번째 봄 세월호 기도회'를 진행했다.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는 '0416 엽서쓰기 잊지 않을게, 절대로 잊지 않을게' 책도 판매됐다.

본 집회에 앞서 진행된 사전집회에서도 세월호 참사3년을 추모하는 발언들이 이어졌다. 촛불집회 때마다 무대 중앙에서 시야를 가렸던 깃발들도 이날만큼은 가장자리로 빠져 함께 추모 분위기를 더했다.

김혜진 4·16 상임 운영위원은 "김초원씨와 이지혜씨는 기간제라는 이유로 순직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최선을 다했던 그분들의 죽음이 함부로 모욕 당하고 있다"고 슬퍼했다.

김 운영위원은 "세월호 승객들의 수습을 위해 최선을 다한 민간인 잠수사들, 김관홍 잠수사를 잃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그분들은 많은 병을 얻었지만 이 정부는 중간에 치료를 중단했다"며 "이분들의 존엄이 인정받고 권리가 인정받을 수 있도록 꼭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고 바랐다.

본집회의 문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열었다. 박 시장은 미수습자 9명의 이름을 부르며 "다시는 너희들을 잃지 않겠다"며 "미궁에 빠져있는 그날의 진신을 반드시 밝혀 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참사 당시 세월호에 승선했던 김성묵씨는 "그날의 악몽과 고통이 반복되는 하루하루를 정신 차리지 못하고 약을 먹으며 버텼다"면서 "내가 살아나온 이유를 찾아내야 했고, 이겨내야 했다. 그렇게 사고 2년 후 밖으로 나오게 됐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그는 "육지 위로 올라온 세월호에는 희생자 꿈이 실려있고 유가족 아픔 실려있으며 생존자들 악몽과 고통이 실려있다"면서 "아직 세월호 안에 돌아오지 못한 아홉 분이 계신다"고 했다. 이어 "인양 완료가 아니라 거치가 완료된 것뿐이다"라고 울먹였다.

박보나씨는 희생자인 단원고 2학년5반 박성호군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진실을 밝혀주겠다는 약속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약속도 아직 지키지 못해서 미안해"라며 "하늘에서 너와 많은 이들이 도와준 덕분에 이만큼 해낼 수 있었으니 앞으로도 지치지 않고 힘낼게"라고 약속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박보나씨가 편지를 읽자 고개를 숙이고 휴지로 눈물을 닦는가 하면 입을 막고 흐느끼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영상이 흘러나오자 집회 참가자들은 흐느끼며 눈물을 흘렸다.

유경근 4·16 세월호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고 책임들을 강력하게 처벌하는 것도 바로 국민 여러분들의 힘이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며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위원회 주최는 오직 우리 피해자들과 국민들이기 때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저희들이 요구하는 것은 정부에게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해달라고 부탁하고 호소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세월호 참사에 법적 책임을 져야할 책임자로서 성실히 조사에 응하고 그에 따른 처벌을 피하지 말고 받으라는 것 뿐"이라고 말하며 울먹였다.

4·16연대는 "우리가 원하는 인양은 세월호 선체만을 인양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세월호 안의 9명의 미수습자, 희생자들의 신체 일부를 인양해야 한다"고 호소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세월호와 함께 잠겨 있던 진실을 함께 인양해야 한다"며 "희생자를 모욕하는 사회, 죽음을 지겨워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벗어나야 한다. 세월호의 인양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집회에는 신경림 시인&한충은 밴드, 가수 한영애, 권진원, 이승환 등이 참석해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3차례의 파도타기와 304개 노란빛 퍼포먼스도 이어졌다. 퍼포먼스가 진행되는 동안 304명의 세월호 희생자 이름이 차례로 흘러나왔다.

퇴진행동은 세월호 참사 3년 본대회에 앞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철저한 수사·처벌, 적폐 청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퇴진행동의 구호에 맞춰 시민들은 '진실이 인양됐다, 책임자를 적벌하라' '우병우를 구속하자' 등을 외쳤다.

박래군 퇴진행동 적폐특위장은 "박근혜는 범죄자일 뿐 어떤 특혜도 있어선 안된다"며 "벌써 정치권에선 박근혜 사면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을 사면해줬더니 어떤 일이 있었느냐"고 반문했다.

박 적폐특위장은 "검찰 특수본은 우병우 가족은 수사하지 않았다"며 "검찰은 스스로 적출돼야 할 암 덩어리임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이어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수사권 기소권을 폐기시켜야 한다. 검찰이 개혁되지 않으면 민주주의 될 수 없다"고 요구했다.

경찰은 이날 촛불·태극기집회 등에 대비해 122개 중대 9800명의 경력을 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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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건섭 기자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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