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노벨문학상에 미국 가수 겸 시인 밥 딜런..."고급예술과 대중예술의 결합"

  • 등록 2016.10.13 20: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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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지평 넓힌 '음유시인' ..."문학적, 시적, 철학적인 가사" 평가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스웨덴 한림원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소설가나 시인, 극작가도 아닌 미국 포크록 가수 겸 시인 밥 딜런(Bob Dylan)을 선정했다고 13일(현지시간) 밝혔다. 향년 75세.

작가보다 음악가로 더 유명한 인물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는 1901년 노벨 문학상 첫 시상 이래 처음이다.

미국 작가의 수상은 1993년 토니 모리슨 이후 23년 만이다.

사라 다니우스 한림원 사무총장은 딜런의 노래를 "귀를 위한 시"라고 표현하며, "지난 5천 년을 돌아보면 호머와 사포를 찾을 수 있다. 그들은 연주를 위한 시적 텍스트를 썼고, 밥 딜런도 마찬가지"라며 다소 의외였던 선정 이유를 밝혔다.

본명이 로버트 앨런 지머맨인 밥 딜런은 1941년 미국 미네소타 덜루스의 유대인 집안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저항의 메시지를 담은 싱어송라이터로도 잘 알려져 있다.

"사람이 얼마나 많은 길을 걸어야/사람이라 불리게 될까/흰 비둘기는 얼마나 많은 바다 위를 날아야/모래에 앉아 잠들게 될까/ 얼마나 많은 포탄이 날아다녀야/ 영원히 그것들이 금지될까/ 친구여, 그건 바람만이 답을 알고 있다네" ('블로잉 인 더 윈드'(Blowin' In The Wind) 중)

스웨덴 한림원은 기존 노벨문학상의 질서에서 벗어나 비(非) 문인인 딜런을 수상자로 선정하는 파격을 연출한 이유로 "위대한 미국 음악의 전통 내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해냈다"고 설명했다.

노래 가사를 시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는 그는 1990년대 말부터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됐다.

특히 기존 대중음악의 가사가 단선적인 사랑과 이별을 노래한 데 비해 그의 노래 가사는 다루는 주제부터 달랐다. 반전과 평화, 자유, 저항정신을 노래했다. 그러면서도 대표곡인 '블로잉 인 더 윈드'에서도 알 수 있듯 직접적인 구어체의 가사가 아니라 서정적이고 시적인 은유와 상징을 구사했다.

그의 또 다른 대표곡인 '노킹 온 헤븐스 도어'(Knockin' on Heaven's Door) 역시 "천국의 문을 두드리고 있어요. 엄마, 내 총들을 땅에 꽂아줘요. 길게 드리워진 먹구름이 내려오고 있어요"라며 전쟁 또는 죽음의 종식, 평화와 안식을 향한 열망을 노래한다. 이 노래 가사는 특히 '노킹'(Knockin')이란 단어의 반복 속에 뛰어난 운율을 보여주는 가사로 평가받는다.

딜런 가사의 문학성을 본격적으로 연구해 '음유시인 밥 딜런'(2015)이라는 책을 펴낸 영문학자 손광수 씨는 이 책에서 "딜런의 노래 세계를 설명하기 위해 '예술'이나 '미학'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단지 장식적 수사가 아니다. 그가 구축한 예술 형식의 특징인 시와 노래의 결합은 고급예술과 대중예술을 가로질러 새로운 미학적 공간을 연다"고 분석했다.

또 "그는 고급예술이 지닌 작가주의와 진지함 그리고 저항성을 노래라는 문화 상품 속으로 끌어들인다. 그럼으로써 그의 노래는 문화 상품이면서도 상업성 배후에 놓인 자본주의 사회질서와 대립한다"고 정리했다.

딜런은 지난 2004년 자서전 '크로니클스'(Chronicles·한국 번역본 '바람만이 아는 대답')를 펴냈다. 이 책은 2004년 미국 뉴욕타임스가 뽑은 올해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고, 내셔널북어워드를 수상했다.

이후 2008년에는 "특별한 시적 힘을 가진 작사로 팝 음악과 미국 문화에 깊은 영향을 끼친" 공로로 퓰리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밥 딜런은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로도 수년 전부터 빠짐없이 점쳐져 왔다.

그러나 올해는 케냐 소설가 응우기 와 티옹오,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시리아 시인 아도니스 등 유력 후보들에 밀려 크게 주목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수상 결과는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노벨상 상금은 800만 크로나(약 11억원)이며, 시상식은 창시자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10일 스웨덴 스톡홀름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다.

지난 3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물리학상, 화학상, 평화상, 경제학상에 이어 이날 문학상까지 발표되면서 올해 노벨상의 주인이 모두 가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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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건섭 기자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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